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전 세계적으로 K-컬처의 확장은 더 이상 음악과 드라마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제 관심은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과 정체성, 곧 ‘K-헤리티지’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울 압구정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호락호락(虎樂虎樂)전'은 전통 민화 속 호랑이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아델앤코콘텐츠랩(대표 이다혜 ADEL&Co.ContentsLab, 이하 ACL)이 컬래버레이션으로 참여하면서, 전시는 회화 중심의 기획을 넘어 몰입형 미디어 공간으로 확장됐다.
'호락호락(虎樂虎樂)'이라는 제목은 우리 민화 속 호랑이의 이중적 상징을 함축한다. 조선시대 민화에서 호랑이는 산군(山君)으로서의 위엄과 더불어, 해학과 풍자의 대상으로도 등장해왔다. 권위와 익살, 공포와 친밀함을 동시에 지닌 존재. 이는 곧 한국인의 집단적 정서와 맞닿아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ACL은 이러한 전통적 도상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 ACL은 빛과 움직임, 공간 구성 요소를 결합해 '살아 숨 쉬는 호랑이'를 구현했다. 정적인 회화 위에 더해진 미디어아트는 호랑이의 기운을 시각적 파동으로 전환하며, 공간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장치로 설계한다. 관람객은 더 이상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에 머물지 않고, 빛과 영상이 흐르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벽과 바닥, 천장을 가로지르는 빛의 흐름은 미세하게 맥동하며 호랑이의 호흡을 암시한다. 이는 단순한 프로젝션 맵핑을 넘어 전통 회화의 평면성을 해체하는 장치다. 호랑이는 더 이상 액자 속에 고정되지 않는다. 공간을 가로지르며 존재감을 확장하고, 관람객의 동선과 시선에 반응하며 살아 있는 서사로 재구성된다.

이번 작업의 핵심은 기술의 과시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을 통해 전통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있다. ACL은 호랑이를 민속적 상징이나 관광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고, 한국인의 집단적 기억과 정서가 응축된 영적 존재로 해석한다. 공간 속에서 맥동하는 빛은 호랑이의 기운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하며, 전통적 서사와 현대적 감각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아델앤코콘텐츠랩 이다혜 대표는 이번 전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호락호락(虎樂虎樂)전'에서 저희는 호랑이의 '형태'를 재현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기운'을 어떻게 공간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할 것인가에 집중했습니다. 빛은 단순한 연출 요소가 아니라, 호흡을 드러내는 언어입니다.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와 전통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길 바랐습니다.”
이어 그는 "K-헤리티지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고 믿습니다. ACL은 문화유산을 보존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동시대 콘텐츠로 재생성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자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ACL은 예술과 기술,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융합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다. 미디어아트, 프로젝션 맵핑, 인터랙티브 콘텐츠, XR 기반 공간 연출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공공기관 및 문화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문화자산 재해석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왔다. 공간·빛·서사를 통합하는 연출 방식을 통해 몰입형 전시 경험을 구현하며, 단순 제작을 넘어 브랜드 아이덴티티 설계와 전략적 콘텐츠 기획을 병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한편 '호락호락(虎樂虎樂)전'은 전통과 현대, 회화와 미디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실험의 장이다. 이 전시는 질문을 던진다. 전통은 과연 고정된 과거인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생성될 수 있는 살아 있는 자산인가.
빛으로 숨을 불어넣은 호랑이는 묵직한 눈빛으로 공간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관람객에게 조용히 말을 건다. 전통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감각을 열 때, 그 깊은 숲은 다시 길을 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