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1인 가구가 30%에 육박하는 사회는 단순히 가족 형태가 바뀌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인간이 서로를 확인하는 방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에는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과정이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기록되었다. 그중 가장 일상적인 의례가 생일이었다. 떡을 하고, 미역국을 끓이고, 이름을 부르며 모였던 날은 축하의 날이기 이전에 ‘존재가 공동체에 등록되는 날’이었다.
지금 우리는 매일 수십 통의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정작 기억 속에 남는 만남은 드물다. 카톡 알림은 오지만 사람은 오지 않는다. 생일 선물도 톡으로 주고 받을 뿐이다. 연결은 많아졌다 지만 관계는 얕아졌고, 정보는 넘치지만 의미는 줄어들었다. 고독이 개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결과라는 말은 이 지점에서 비로소 이해된다.
그 원인 중에 하나가 AI가 앞으로 더 심화 될 것이 분명하다. AI 시대는 인간에게 더 많은 것들을 덜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계산, 분석, 판단, 심지어 창작의 일부까지도 기계가 대신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다. 인간은 자신 스스로가 존재를 증명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머물 때 비로소 사회적 존재가 된다. 그래서 미래 사회의 핵심 자산은 '데이터'가 아니라 '공동 경험'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K-Birthday라는 형식을 생각한다. 20년 전에도 시도한 바가 있고 10년 전 쯤에도 버스테이 콘서트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것은 공연이 아니라 의례다. 음악회이되 감상을 위한 음악회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을 공동체가 듣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생일 당사자가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로 기억하고,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누는 자리다. 과거 마을 잔치의 원형을 현대 도시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복원하려는 것이다.
맷돌로 두부를 만들고 떡을 치던 옛 방식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썼다는 증거였다. 인간은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받았을 때 관계를 느낀다. 오늘날 우리가 잃어 버린 것은 바로 그 시간이다. K-Birthday는 그 시간을 다시 사회 안으로 불러오려는 장치다.
K-Classic이 지향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에 있다. AI 이후 문명 설계자로 나서는 더 마스터키의 저자 캡틴 강성보가 말한 ‘AI 이후 의미 문명’은 결국 인간의 역할이 생산에서 승인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기계가 만들어내는 정보 사회에서 인간은 서로를 기억함으로써 사회를 유지한다. 법과 제도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의례가 공동체를 만든다.
그래서 K-Birthday는 이벤트가 아니다. 사라진 가족 기능을 문화로 대체하는 시도이며, 고령화와 1인 가구 시대에 필요한 가장 작은 공동체 단위다. 누구에게나 생일이 있다는 단순한 사실은 이 형식이 가장 보편적인 문화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가 정보를 만드는 시대에 인간은 서로를 기념함으로써 사회를 만든다. 우리가 생일을 축하하는 이유는 하루를 기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존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