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2025년 토니 어워즈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무려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는 단순한 뮤지컬 수출의 성공 그 이상으로, 한국 공연 산업의 글로벌 진출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역사적 순간이다. 대사도, 음악도 한국 작가가 쓴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현지에서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한국 콘텐츠의 보편성과 예술성을 증명했다.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상 대중성과 투자 유치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성과는 같은 무대 예술 장르로서의 오페라, 특히 K-Opera에도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뮤지컬이 세계의 문을 열었다면, 오페라도 본격적으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페라는 왜 뒤처지는가?
지금의 한국 오페라 생태계는 안팎의 병목을 겪고 있다. 우선 시장성의 열세다. 뮤지컬은 흥행을 기반으로 민간 자본이 활발히 유입되지만, 오페라는 여전히 공공기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조차 지난 20년간 국제 무대에 자신있게 내놓을 완성도 높은 창작 K-Opera 작품을 지속적으로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구조를 새롭게 들여다 봐야한다. 또한 오페라 창작은 뮤지컬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제작 생태계를 요구한다. 작곡가, 대본가, 연출가, 디자이너, 음악감독, 지휘자, 오케스트라, 성악가 등 수많은 요소의 총합이 예술적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오페라계는 이런 인프라가 구조적으로 단절되어 있고, 통합적인 창작과 유통 시스템이 부재하다.
성악가 충분하고 기술력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너무 자조적일 필요는 없다. 한국은 이미 오페라 제작 기술에 있어서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 무엇보다 세계 유명극장에서 활약하는 성악가 자원이 최고 수준이어서 현지와 협업한 무대 기술, 조명, 영상, 의상, 오케스트라 등의 극장측과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다. K-Opera는 단순히 '한국어로 된 오페라'가 아니다. 한국 고유의 역사, 설화, 인물, 정서, 미학을 서양 오페라 문법에 적절히 융합한 고유 장르다. 이는 세계 그 어떤 나라에도 없는 독창적 가치이며, 이제는 이를 상품화하고 유통 가능한 형태로 전환할 시스템을 고민할 때다.
지금이 리셋의 기회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은 단지 브로드웨이 진출의 사례를 넘어, 우리 창작 예술의 수준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오페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창작 환경의 혁신적 리셋이다. 국립오페라단 내 K-Opera 연구소를 설립하여 작곡가와 대본가를 중심으로 한 큐레이터형 창작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서양 극장과의 협업을 염두에 둔 국제공모 및 공동제작도 추진할 수 있다.
공공-민간 협력형 K-Opera 펀드 조성
뮤지컬처럼 K-Opera에 투자 가능한 금융 모델 개발
클래식 브랜드와 명품 기업, 글로벌 문화재단과의 연계
시각 중심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
언어를 초월한 포스터, 영상, 예고편 중심의 스토리 전달, 오페라가 가진 미학적 상징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오페라, 이제 ‘실행’이 필요한 때
뮤지컬이 세계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면, 오페라는 이제 그 문을 여는 열쇠를 쥘 차례다. 단, 이제는 실행의 시간이다. 제안과 담론을 넘어서 창작, 제작,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 오페라 무대에 ‘K’라는 이니셜을 당당히 올리기 위해, 지금 우리는 그 첫 장을 써내려가야 한다. K-Opera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예술의 다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