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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작가 ]독서와 출간의 힘, 한 권의 책이 삶을 이동시키는 방식

책은 다만,시작한 사람에게만 힘을 보여준다

K-Classic News  손영미(극작가, 시인 칼럼니스트)

 

 

책을 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출간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
원고를 덮고 나서야 또렷해지는 공부의 방향들이다.
아래의 열 가지는 최근 필자의 시집 ‘자클린의 눈물 ‘ 책을 내면서 다시 한번 더 깨닫고 체득한 것들’이며, 동시에 누군가가 용기 내어 공부하고, 쓰고, 출간하도록 등을 미는 이유이기도 하다.

 

1. 책은 ‘재능’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

 

책을 쓰는 사람을 보면 흔히 묻는다.
“원래 글을 잘 쓰셨나요?”
그러나 책은 재능의 증명서가 아니라 시간의 누적표다.
하루 한 쪽을 쓰든, 일주일에 한 단락을 고치든 중단하지 않은 시간이 결국 원고가 된다.
재능은 방향일 뿐, 완성은 오로지 지속성의 결과다.

 

2. 완벽을 기다리면 영원히 출판하지 못한다

 

책을 내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미완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지만 출간은 완벽함을 선언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의 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생각을
정직하게 공개하는 선택에 가깝다.
완벽을 기다리는 동안,
생각은 늙고 질문은 시효를 놓친다.

 

3. 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원고를 넘기고 나면 안도감보다 먼저 드는 감정은
“이제 더 정확해져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독자가 생기는 순간,
공부는 취미가 아니라 의무가 된다.
출간 이후의 공부는
훨씬 깊고, 훨씬 실천적이다.

 

4. 책 한 권이 주는 인상 메세지

 

나의 이력과 명함은 직함을 소개하지만
책은 사유의 밀도를 보여준다.
책 한 권은
‘이 사람이 무엇을 오래 고민해왔는가’를
가장 명확하게 증명한다.
그래서 책을 낸 사람에게는
대화의 깊이가 달라진다.

 

5. 첫 책이 다음 책을 부른다

 

첫 책을 내기 전까지는
모든 기획이 막연하다.
그러나 한 번 구조를 끝까지 경험하면
다음 기획은 ‘가능한 일’이 된다.
출간은 재능을 증명하는 행위가 아니라
문을 여는 행위다.
문을 열어본 사람만
다음 방을 상상할 수 있다.

 

6. 반복된 교정은 지식을 ‘정보’에서 ‘체득’으로 바꾼다

 

교정 과정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
표면적인 지식은 탈락하고
몸에 남을 문장만 살아남는다.
여러 번 고친 문장은
더 이상 남의 말이 아니라
내 사고의 근육이 된다.

 

7. 글을 쓰며 가장 많이 설득당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독자를 설득하려던 문장은
결국 저자를 먼저 시험한다.
논리가 허술하면 스스로 불편해지고,
감정이 가벼우면 먼저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책은
저자에게 가장 엄격한 스승이다.

 

8. 책은 생각을 넓히기 전에 먼저 정리하게 만든다

 

공부만 할 때는 생각이 흩어진다.
그러나 원고 앞에 앉는 순간
생각은 순서를 요구받는다.
책 쓰기는
사유를 확장하기 전에
사유를 구조화하는 훈련이다.

 

9. 책 한 권은 이후 배움의 기준점이 된다

 

책을 한 권 쓰고 나면
새로운 지식은 무작위로 쌓이지 않는다.
이미 만들어진 기준 위에
덧붙여진다.
그래서 출간 경험이 있는 사람의 공부는
점점 더 빠르고 깊어진다.

 

10. 책은 결과물이 아니라 ‘변화의 기록’이다

 

책의 진짜 성과는 판매량이 아니다.
쓰는 동안 바뀐 사고방식,
정제된 언어,
스스로에 대한 이해다.
그래서 책은
“이만큼 성장했다”는
과정의 증거다.

 


마치며…
책은 용기 없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시작한 사람에게만 힘을 보여준다.

 

두려워 말자.
지금의 질문으로,
지금의 언어로,
지금의 수준에서
한 권을 시작하자.

 

공부는 책을 낼 때 비로소
삶의 중심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