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계란으로 바위치기." 이 말은 무모함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계란은 부서지고, 바위는 멀쩡하다. 인간의 힘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불가능의 상징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그 '불가능의 문턱'에서 출발했다. 달에 가는 일, 바다를 건너는 일,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일까지 . 모두 계란처럼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상상력이 무모한 도전 끝에 현실을 바꿔낸 이야기들이다.
오늘날 한국의 K-Opera도 그 문턱 앞에 서 있다. 유럽의 견고한 오페라 극장 시스템, 수백 년 쌓아온 인프라, 확고한 관객층, 강력한 공공예산 체제 .이런 것들은 바위처럼 단단하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상설 오페라 극장이 하나가 없고,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며, 글로벌 유통망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오직 뛰어난 성악 인재만이 유일한 무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벽을 넘을 것인가?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대신, 우리는 바위를 '색칠'해야 한다.
'색칠 전략', 이미지와 브랜드로 바위에 흔적을 남겨라
바위를 깨지 않고도 바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색을 입히면 된다. 그 색이 문화이고, 상징이며, 브랜딩이다. 그래서 K-Opera는 유럽 오페라의 '복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역사, 문학, 설화, 정신이 녹아든 오페라야말로 유럽 무대에서 차별성과 주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글을 창제한 세종의 애민사상과 과학정신, 우주적 여정을 담은 바리데기 설화, 또는 '대장금'처럼 동양의 생명과 음식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모두 제3국이 가질 수 없는 서사다. 유럽의 오페라극장도 새로운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 ‘다름’을 '예술적 설득'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바위는 서서히 색을 입는다.
그 핵심은 ‘작품의 전략적 보급’이다. 유럽의 중소극장, 지역 오페라 페스티벌은 국제 초청 작품을 탐색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문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다. 우리 역시 다음과 같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
<K-Opera 유럽 진출 3단계 전략>
큐레이터형 작곡가·대본가 발굴
유럽 무대를 알고, 그 코드로 소통할 수 있는 창작진을 양성한다. 이들은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럽 극장과 협업할 수 있는 큐레이터로 기능해야 한다.
타겟 축제 및 연계 기획 공모 참여
예: 헝가리 미슈콜츠 오페라페스티벌, 네덜란드 로테르담 소극장, 독일 슈투트가르트 현대음악극 주간 등은 매년 국제 오페라 작품을 공모하거나 공동제작 기회를 제공한다.
비주얼 중심 마케팅 콘텐츠 확보
작품 콘셉트, 의상, 전통소재의 ‘색깔’을 살린 포스터, 영상, 예고편 등은 곧 언어를 넘는 설득력이다. 계란이 계란처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다.
K-콘텐츠가 세계를 흔들고 있지만, 오직 오페라만은 외면받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아직 ‘색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K-Opera는 새로운 언어, 새로운 전략, 새로운 이미지로 그 벽을 두드릴 준비를 한다. 계란은 부서지지만, 예술은 남는다. 남는 예술이 바위를 흔들 수 있다. 그 믿음으로 K-Opera가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