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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노트] 오페라 무대는 국제 규칙이 지배하는 성악 경기장이다

K오페라, 왜 유럽 극장에 진출해야 하는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설득은 소통의 예술이다. 그 예술은 때로 비유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오늘 우리는 ‘오페라’라는 무형의 예술을 ‘스포츠’라는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문화와 연결시켜 설명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의 스포츠 축구, 야구, 농구, 심지어 골프와 배구까지,이들은 국제경기로 통용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표준 규칙이 존재한다. 경기장의 크기, 잔디의 상태, 공의 규격, 심판의 자격, 선수의 등록 절차, 중계와 마케팅까지. 이 모든 요소는 표준화되어 있어야만 글로벌 리그에 진입할 수 있다. 지금은 상상도 어렵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모래밭 위에서 축구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축구장은 이제 기본적으로 천연 혹은 인조 잔디로 조성되고, 조명, 중계시스템, 팬 좌석까지 경기력을 위한 완비된 ‘인프라’로 구성된다.

 

오페라 무대도 마찬가지다 성악의 꽃인 오페라도 다르지 않다. 오페라는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 하나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극장 중심의 시스템 예술이다. 오케스트라 피트, 회전 무대, 음향 반사판, 전문 조명과 영상 장비, 가창을 고려한 음향 설계, 그리고 그를 운영하는 프로덕션 팀까지.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하나의 오페라가 완성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오페라극장은 이름만 있을 뿐, 진정한 국제 표준의 인프라를 갖춘 곳은 없다. 마치, 잔디 없는 구장에서 축구를 하듯, 음향이 맞지 않고 리허설 시간이 부족하며, 프로덕션이 아닌 아마추어 팀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작품이 돌아가는 ‘시즌제’가 없는 현실에서, 오페라 가수가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구조조차 없다.

 

 왜 K오페라는 유럽 극장으로 가야 하는가? 유럽의 오페라극장은 이미 수백 년 동안 쌓아온 공연 생태계의 표준화를 완성한 공간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슈타츠오퍼, 밀라노의 라 스칼라, 파리 오페라 등은 단지 건축물만이 아닌, 연간 수십 편의 오페라가 기획되고 상연되는 ‘오페라 공장’이다. 이런 극장에 K오페라가 진출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위를 선양하는 일회성 공연이 아니다. 한국이 오페라가 ‘표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선언이며, 한국 가수와 작곡가, 연출가들이 ‘심판이 있는 정식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의미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효율적 해법

 

1. 유럽 극장과의 공동 제작(Co-production): 자본과 인재를 유럽과 결합해 한국적 소재를 국제 무대에서 상연.

 

2. 국제 오페라 콩쿠르 및 시즌 진입: 한국 가수들이 정규 시즌에 캐스팅되도록 지원.

 

3. 오페라 아카데미와 연계한 유럽 연수: 한국 젊은 창작자와 연출가들이 유럽 오페라 극장의 시스템을 체험.

 

4. 국내 극장의 국제 표준화: 음향, 무대 시스템, 기획력까지 국제 기준으로 개선.

 

결론 – 오페라도 글로벌 리그가 있다 축구가 월드컵, 야구가 WBC, 음악이 클래식 콩쿠르를 통해 세계 무대에 진입하듯, 오페라도 ‘국제 리그’가 있다. 이 리그의 심판은 엄격하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자에게는 자리가 없다.

 

 K오페라가 진정한 세계화를 원한다면, 국제 기준의 ‘잔디 구장’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유럽의 오페라극장이다. 거기서 비로소 우리의 목소리가, 우리의 스토리가 진정한 울림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