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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희의 한국의 고(古)음악] 창의적인 작곡가 세종!

세종대왕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은 그의 창의적인 곡에서 극치를 이룬다

K-Classic News 문숙희 고음악연구가 |

 

 

향악이란 고려로부터 전승된 우리 고유의 음악을 말한다

 

세종대왕께서는 고취악과 향악을 가지고 ‘신악’ 즉, 새로운 음악을 만드셨다. 고취악이란 중국에서 유입된 당악에 속한 음악이고, 향악이란 고려로부터 전승된 우리 고유의 음악을 말한다. 이 두 음악은 그 당시 사회의 주류 음악이었다. 향악곡과 당악곡에는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 향악은 우리말 가사로 되어 있으나, 당악은 한문시 가사로 되어 있다.

 

우리말은 여러 글자를 붙여서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향악의 선율은 멜리스마틱((Melismatic)하고, 한문시는 각각의 글자가 독립적으로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당악의 선율은 실라빅(Syllabic)하다. 리듬적으로 향악은 한 박이 셋으로 나뉘는 3분박을 선호하나, 당악은 둘로 나뉘는 2분박을 선호한다. 악조의 면에서 향악은 반음이 없는 오음계로 되어 있으나, 당악은 반음이 있는 6음계 또는 7음계로 되어 있다. 선율의 진행에 있어서 향악은 음계의 인접음으로 한 음씩 순차 진행하다가 음계의 최하음인 ‘솔’이나 ‘라’로 종지하나, 당악은 향악에 비해 음 진행의 폭이 넓고 ‘도’로 종지한다.

 

  세종대왕의 신악은 이러한 향악과 당악의 틀에 머무르고만 있지 않았다. 기존의 향악과 당악의 틀에 속해 있는 곡도 있기는 하나, 둘의 특성이 잘 섞여져 그 구분이 어려운 곡도 있고, 또 전무후무한 창의적인 곡도 있다. 세종 신악의 우수성은 바로 이러한 그의 파격적인 음악행보에 있다고 하겠다. 향악곡은 우리말 가사 대신 한문 가사와 실라빅한 선율로써 당악적으로 만들고, 당악곡은 향악 악조와 한 음씩 인접음으로 순차 진행하다가 솔 또는 라로 종지하는 멜리스마틱한 선율로써 향악적으로 만들었다. 

 

음악적 재능은 그의 창의적인 곡에서 극치를 이룬다 

 

세종대왕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은 그의 창의적인 곡에서 극치를 이룬다. 네 가지 방식의 새로운 곡이 등장하는데, 이는 모두 각 노래 가사의 내용에 맞춰진 것이다. 첫 번째는 모음곡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에 나타난다. 한 음씩 인접하는 음으로 천천히 진행하는 매우 단순한 선율로써 모음곡을 시작하는데, 선율이 매우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건국의 시조들께 올리는 노래답게 중후한 무게감을 주며 매우 진중하게 들린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조종(祖宗)의 뛰어난 무공을 칭송하는 정대업에 등장한다. 두 번째는 선율의 음마다 장구점이 붙고, 음폭이 아주 넓으며, 악센트가 강조되는  ‘♪   ’리듬으로써 한 음 한 음에 힘을 주며 힘찬 기백을 나타낸다.

 

세 번째는 한문시 3언구를 4박자 한 마디에 붙여, 악센트가 들어가는 첫 반박은 쉬고 그 뒤로 3언구의 가사를 붙여 평탄하면서도 강함을 나타낸다. 이러한 3언구 가사는 한문시 노래에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네 번째는 신하와 함께 취한다는 취풍형(醉豐亨)에 등장한다. 리듬의 기본이 되는 ‘박’의 길이를 불균등하게 하여 뒤뚱뛰뚱 취한 듯한 즐거움을 나타낸다. 이러한 창의적인 곡들은 그 시대 어디에도 없던 노래로서 세종대왕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