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물질을 넘어, 감동으로 나누는 시대 흔히들 기부라고 하면 돈이나 물질을 떠올린다.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기부’라고 생각하며, 그 내면의 가치나 감화의 힘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구 선생이 “나는 우리나라가 문화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한 뜻을 새기자면, 이제 기부의 형태 또한 물질에서 정신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감동으로 전환될 때다. 예술이 주는 울림은 단 한 끼의 식사나 지원금보다 오래 남고, 때론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낸다. 한 번의 공연이 누군가의 닫힌 마음을 열고, 한 곡의 노래가 인생의 의미를 바꿔놓는 일이 현실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술 첫 경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예술 감상은 ‘경험제’다.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 공연장을 한 번도 찾아보지 못한 청소년이나 문화 소외계층에게 “음악이 주는 감동”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첫 경험의 순간, 즉 예술의 문을 여는 입문(入門)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말했다. “예술은 우리가 세계를 새롭게 보게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바야흐로 하프시코드 바람이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그 근원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바람은 언제나 소식을 전한다. 꽃씨를 나르고, 먼 산골의 숨은 이야기나 바다 건너의 소문을 실어 온다. 지금 한국 음악계에도 그런 바람이 분다. 바로 하프시코드의 바람이다. 바로크 시대 유럽 궁정의 애호를 받던 악기가 오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새로운 숨결로 초대되었다. 그것은 단지 악기의 전시가 아니라, 시대와 예술의 시간 여행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바로크 음악의 섬세한 변주와 장르적 확장,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정신의 미학이 한 자리에서 펼쳐진다. 여기에 예술 인문학자 황순학 교수의 해설이 더해져, 하프시코드의 탄생 배경과 미학적 의미를 인문학적 울림으로 전한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 이 시점에 하프시코드가 서울의 역사 공간에 등장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과거의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상징적 사건이다. 송은주 한국하프시코드협회 회장은 바로 이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활동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하프시코드의 현대적 부활과 한국적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K-피아노 길 닦기, 그 꾸준한 열정과 땀의 헌신 길을 내고 닦는 것은 그 길을 혼자 가기 위해서 만드는 경우는 없다.누군가가 뒤따라 걸을 수 있도록,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닦는 것이다. 그 길 위에는 언제나 땀과 헌신, 그리고 봉사가 깔려 있다. 이혜경 피아니스트의 20년, ‘Piano On’의 발자취는 바로 그런 길 내기의 역사다. 이혜경 교수는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예술가로서의 사명감으로 ‘피아노 온’을 통해 모두가 피아노 위에서 노래하고, 피아노를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왔다. ‘Piano On’이라는 이름 속에는 “피아노 위에(On the Piano)”이자 “피아노를 켠다(Turn On the Piano)”라는 이중의 의미가 공존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예술적 연대와 교육, 창작의 공유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 수많은 작곡가, 연주자, 청년 피아니스트들이 이 길 위에서 자신의 색을 더했고, 그 과정은 곧 한국 피아노 예술의 자생력 실험장이었다. 바로크의 고전성과 현대 피아노 예술의 감각을 한 무대에 20주년을 맞아, Piano On은 새로운 ‘4현(絃)의 색깔’을 그리고 있다.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부산아트센터 문화의 삼각 구조와 균형 문화는 창조자, 공급자, 소비자라는 세 축이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하게 발전한다. 공급은 넘치는데 소비가 없다면 시장은 곧 위축되고, 반대로 수요는 많으나 공급이 부실하면 문화는 성장의 기회를 놓친다. 특히 예술은 상품과 달리 직접 체험 없이는 가치를 알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전문적 매개자, 평가자, 그리고 이를 시민과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K공연문화주권은 메세나(기업 및 시민 후원)를 활성화하여 건강한 예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문화는 일부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권리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극장은 예술 요리를 담는 그릇 극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예술 요리를 담는 그릇이다. 예술가는 창작이라는 재료로 요리를 하고, 관객은 이를 맛보는 손님이다. 그러나 극장의 품격에 맞지 않는 수준 이하의 공급이 이뤄질 때 시민은 실망하고, 극장의 정체성은 흔들린다. “극장은 건물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을 담는 성전이다”라는 말처럼, 공간은 곧 철학이자 품격이다. 따라서 극장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물건을 파는 편의점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향토 보물을 담아내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비가 온 뒤 산 사람들은 버섯을 따러 가고, 물이 빠진 바닷가 사람들은 굴을 캐러 나간다. 그렇다면 창작자는 무엇을 캐러 어디로 가야 할까? 바로 전통과 역사, 전설과 민요 속에 묻힌 ‘향토 보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소비하는 시대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이야말로 예술의 본령이다. K-Classic이 강조하는 ‘보물 탐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향토 보물이란 무엇인가? 향토 보물은 단순한 옛 자취가 아니다. 특정 지역의 역사, 설화, 민요, 시인들의 삶 속에 스며 있는 원형적 문화다. 바르토크가 민요를 “황금”이라 불렀듯이, 우리 땅에도 아직 발굴되지 않은 보물이 가득하다. 그것은 오늘에 맛보지 못한 기억이며, 사라져가는 정서의 잔향이다. 누가 발견하고 어떻게 가공해야 하나? 이 보물을 발견하는 주체는 창작자와 예술가들이다. 지역 원로와 시인, 민속학자에게서 이야기를 채집하고, 이를 음악과 무대 언어로 가공해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원석 그대로는 빛나지 않지만, 현대적 감각으로 다듬으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이 되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K-Class
K-Classic News 김은정 수석 기자 | 대구시립합창단, 부산시립합창단 합동 공연 ( 9월 25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지휘: 공기태)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광주 시립합창단 임창은 지휘자가 주도한 합동 연주는, 단순한 무대 행사가 아니라 역사적 기념일을 더욱 빛내기 위한 문화적 기획이었다. 각 합창단이 각자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한 명의 리더가 나서 여러 단체를 하나로 묶어 냄으로써 협력과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음악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례라 할 수 있다. 2026 전국 시립합창단들 우리도 합동 공연 만들어 해보자 합창단들은 누구나 합동 무대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는 예산, 기획, 인력 등의 제약으로 쉽게 성사되기 어렵다. 특히 시립합창단들끼리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 대화의 기회를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합동 공연은 지역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합창 생태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시도가 되었다. 나아가 민간 합창단과 어린이 합창단까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합창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바람직한 매니지먼트의 모델로 평가된다. 지난 25일 대구 공연을 감상한 한국경제문화연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취지와 방법 모든 현상은 지표로 나타난다. 경제, 증권, 정치 상황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흐름을 읽을 수 있지만, 문화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지표화가 쉽지 않다.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연 시장에서 소비자는 현재 한류 콘텐츠의 지표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에 K-Classic 조직위원회는 창작 합창 작품을 실험적으로 합동 공연 방식으로 추진, 그 성과를 지표화하여 정부와 공공기관이 K-콘텐츠 지원 예산을 확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광복 80주년 기념 칸타타 「송 오브 아리랑」의 광주·대구·부산 합동 공연은 그 첫 시도였다. 시너지 효과 세 도시의 시립합창단이 하나로 뭉친 공연은 단순한 무대 협업을 넘어 문화 생태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각 단체가 가진 인적·물적 역량이 공유되며,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지역 간 교류와 관객 저변 확대에도 효과를 거두었다. 이 시너지 효과는 향후 전국 단위의 칸타타·합창 프로젝트로 확산될 수 있는 원형을 보여주었다. 관객 변화 과거 해방 이후 합창계는 서양 레퍼토리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한국 창작 작품이 청중의 뜨거운 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오피니언 리더의 책임과 목소리 한국은 ‘끈의 문화’를 가진 나라다. 혈연·지연·학연으로 이어지는 연고주의가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하다. 이것이 때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지역을 살리고 공동체를 가꾸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번 ‘우리 고장을 빛내는 오피니언 100인 초청 콘서트’는 바로 이 끈의 문화를 세련되고 품격 있게 승화시켜, 지역사회의 문화적 연대와 비전을 만드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내는 목소리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고향을 위한 책임 있는 응답이다. 향토성 복원과 고향 사람들의 참여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고향의 향토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한 지역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풍습, 전통과 문화예술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를 살찌우는 뿌리다. 이번 콘서트는 음악과 예술을 매개로 잊혀진 고향의 정서를 되살리고,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장을 마련한다. 특히 학교 동문과 동창회, 향우회와 친목 모임, 의료계를 비롯한 직종별 모임 등은 우리 사회 끈 문화의 중심이 되어 응집력을 발휘한다. 이는 일종의 ‘예술 정장 입히기 프로젝트’로
K-Classic News 원로음악인 부산콘서트홀 부산 콘서트홀의 최근 기획을 접하면서 많은 음악인과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아쉬움을 넘어선 당혹감일 것이다. 음악적 안목과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수준의 프로그램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용 콘서트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 방식은 여전히 유명 연주자의 이름값에 의존하거나, 형식적인 공연 나열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기획의 부실은 단순히 한 공연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의 문화 수준과 직결된다. 공연 기획은 한두 차례의 이벤트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미래의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 콘서트홀에서는 그와 같은 책임 있는 기획 의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부산의 피아니스트 김정화 씨가 현 기획의 문제점을 직접 언급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장의 연주자들이 느끼는 불합리와 답답함이 결국 국가적 행사에서까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는 부산 음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행정적 기획은 결국 예술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과정의 힘 물이 끓는 지점이 있고, 얼음이 어는 지점이 있듯 세상의 모든 일에도 임계점이 존재한다.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정을 거쳐야 조금씩 성취가 쌓인다. 음악가의 길도 다르지 않다. 무대 위의 영광은 보이지 않는 연습과 실패,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의 결과다. 예술의 숙명 예술은 소비재 산업과 달리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품을 개발하고, 치열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러나 아티스트들은 각자 도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극소수의 스타급을 제외하면 99% 이상의 이들이 생존조차 버겁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구조다. 연합과 공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연합’이다. 여러 아티스트가 모여 1/N 투자로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고, 수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방식이다. 개런티를 앞세우기보다 작품 완성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분배하는 ‘적립형 개런티 제도’가 대안이다. 투명성과 합리성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끓는 물의 비유 물을 끓이려면 올바른 방법과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도 그렇다.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