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글 │ 손영미 - 작가·시인·칼럼니스트 〈K-가곡 슈퍼스타 코리아〉는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무대는 잊혀 가는 장르를 소환하기 위한 기획도, 새로운 스타를 급조하기 위한 이벤트도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에는 하나의 분명한 질문이 놓여 있다. “지금 이 시대에도 가곡은 여전히 살아 있는 언어인가.” 그래서 이 무대는빠른 유행보다 느린 호흡을 선택했고, 자극적인 편집보다 한 곡의 완주를 택했다.가곡을 다시 경쟁의 장으로 불러낸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목소리가 만나는 자리로 초대했다는 점에서 이 기획은 조심스럽고도 용감하다. 요즘 세상에서 노래는 자주 순위를 부여받는다. 조회 수로, 점수로,탈락과 생존이라는 이름으로.그래서 ‘슈퍼스타’라는 단어 앞에 ‘가곡’이 붙었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가곡은 원래 이기기 위해 불리는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곡은 사람의 속도를 늦추고 말의 온도를 되돌리는 노래다. 기교보다 호흡을 묻고, 성공보다 태도를 묻는다. 그 가곡이 <K-가곡 슈퍼스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KBS홀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은 단순한 방송 편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무대는 ‘누가 더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리뷰] 공연: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해방 81주년 추모 행사「Vertonte Gedichte jüdischer Dichterinnen」 (유대인 여성 시인들의 시에 붙인 노래) 장소: 독일 NRW 지역, 부르크하우스 비엘슈타인(Burghaus Bielstein) 시간: 2026년 1월 21일(19:00–20:30) 노래된 시, 설명된 기억 비엘/비엘슈타인에서 열린「유대인 여성 시인들의 시에 붙인 노래」 추모 공연 행사 개요: ‘시’가 무대가 된 추모 프로그램 2026년 1월 27일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해방 8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맞춰 독일 NRW 지역 비엘/비엘슈타인(Bielstein, Wiehl)에서는 추모 행사가 기획되었고, 행사는 2026년 1월 21일(19:00–20:30) 이미 진행되었다. 공연의 제목은 「Vertonte Gedichte jüdischer Dichterinnen」 (유대인 여성 시인들의 시에 붙인 노래)이며, 작곡가·리트 작가·시인 게르노트 블루메(Gernot Blume)와 그의 아내 줄리 스펜서(Julie Spencer, 디지털 프로젝션/시각 작업)가 공동으로 만든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기타 & 하프시코드 + 그림〉 프로젝트는 기타와 하프시코드의 만남을 통해, 박물관·미술관·역사 공간에 최적화된 큐레이션형 클래식 콘서트를 제안하는 융합 콘텐츠다. 이는 대편성 공연 위주의 기존 클래식 프로그램과 달리, 공간·전시·사유를 중심에 둔 살롱형 공연을 지향한다. 바로크의 귀환, 지금, 클래식이 요구하는 변화 오늘날 클래식 시장은 다시 한 번 ‘바로크의 귀환’이라는 새로운 요구에 직면해 있다. 규모와 볼륨, 스타 중심의 소비를 지나, 이제 관객은 음향의 투명성, 구조의 명료함, 그리고 사유의 깊이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취향 변화가 아니라, 클래식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다. 하프시코드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하는 악기다. 장식보다 구조를, 감정보다 질서를 드러내는 이 악기는 박물관과 미술관, 역사 공간이 지닌 시간성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기타는 여기에 인간적인 호흡과 친밀성을 더하며, 관객이 고음악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진입하도록 돕는다. 이 두 악기의 결합은 단순한 레퍼토리 실험이 아니라, 클래식의 상류(上流) , 즉 번역되고 소비된 후기 낭만 이전의 근원적 미학으로 돌아가려는 시대적 요청에
K-Classic News 손영미(극작가, 시인 칼럼니스트) 책을 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출간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 원고를 덮고 나서야 또렷해지는 공부의 방향들이다. 아래의 열 가지는 최근 필자의 시집 ‘자클린의 눈물 ‘ 책을 내면서 다시 한번 더 깨닫고 체득한 것들’이며, 동시에 누군가가 용기 내어 공부하고, 쓰고, 출간하도록 등을 미는 이유이기도 하다. 1. 책은 ‘재능’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 책을 쓰는 사람을 보면 흔히 묻는다. “원래 글을 잘 쓰셨나요?” 그러나 책은 재능의 증명서가 아니라 시간의 누적표다. 하루 한 쪽을 쓰든, 일주일에 한 단락을 고치든 중단하지 않은 시간이 결국 원고가 된다. 재능은 방향일 뿐, 완성은 오로지 지속성의 결과다. 2. 완벽을 기다리면 영원히 출판하지 못한다 책을 내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미완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지만 출간은 완벽함을 선언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의 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생각을 정직하게 공개하는 선택에 가깝다. 완벽을 기다리는 동안, 생각은 늙고 질문은 시효를 놓친다. 3. 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원고를 넘기고 나면 안도감보다 먼저 드는 감정은 “이제 더 정
K-Classic News 김다원 작곡가| 한국 예술 저변에 깔려있는 수많은 청년 음악가들은 무언가 모를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 아주 끈질기게. 음악가였던 청년, 음악가인 청년, 음악가를 꿈꾸는 청년. 이들 모두는 한국 음악 시장 속에서 지독한 좌절과 자기 비난에 시달린다. 유년 시절부터 예술을 전공하고자 준비한 학생일수록 평가의 잣대와 순위 매김, 명예 싸움 속에서 성장했으며, 그 성장 속에서 독인지 약인지 모를 악습과 관습을 모두 흡수하며 청년이 된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하여 혹독한 연습 과정을 오랜 시간 동안 거친다. 그 속에서 폭언이 있었든, 없었든지 간에 골방에 틀어박혀 연습하는 삶은 참으로 고달프다. 그들은 성장을 위해 수많은 선택과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형태가 무엇인지 알 순 없지만 아무튼 최고의 음악가가 되기 위하여 발돋움한다. 하지만 대학교를 거쳐, 혹은 더 나아가 국내 대학원을, 누군가는 유학을 떠나고 돌아온 순간부터 엄청난 혼란이 인생을 덮친다. 생각보다 연주를 못해도 돈 잘 버는 세상 관객은 '연주의 완성도'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이 모순적인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술을 단지
K-Classic News Dr. Zena Chung (제나 정-글로벌외교관포럼·한-인도 비즈니스문화진흥원(IKBCC) 이사장] 지금 세계 경제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국면이 아니다. 에너지, 물류, 기술이라는 세 개의 축이 동시에 이동하는 문명사적 구조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 전환기에 국가 전략을 잘못 설계한 나라는 단기간의 손실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열위에 놓이게 된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라는 성취 뒤에는 성장의 피로와 지정학적 제약이 함께 누적돼 있다. 특히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태평양과 미·중 중심 질서라는 ‘남쪽을 향한 시선’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길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는가. 대안적 시선은 북쪽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이름이 바로 빙상(氷上) 실크로드다. ‘편승’이 아닌 ‘설계’의 선택 중국의 일대일로는 21세기 최대의 지정학 프로젝트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그것은 중국의 전략이지, 대한민국의 전략일 수는 없다. 거대 질서에 편승하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하위 노드로 편입될 뿐이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위치는 ‘따라가는 국가’가 아니라 ‘설
K-Classic News 황순학 교수 | 2. 화장품 (Les cosmétiques, l’époque baroque et rococo.) “사소한 미의 도구가 살롱을 움직인다.” 바로크·로코코시대 살롱은 단순한 우아한 모임이 아니었다. 17–18세기 프랑스에서 살롱은 대화·평판·취향·접근권이 교차하는, 일종의 사회적 기술이 펼쳐지는 무대였다. 그리고 그 기술을 눈에 보이게, 또는 냄새로 느끼게 만든 것이 파우더, 루주, 점패치(무슈, mouches), 하이힐, 화장품 보관함(부아트), 향수 등이 있었다. 이 도구들은 개인의 미용을 넘어 관계 맺기, 권력 신호, 계급의 문법 장치로 작동했기에 더욱 그렇다. 1) 파우더(La poudre): “흰 피부”가 아니라 “시간과 노동을 면제받은 몸”의 표면 살롱의 미학은 ‘자연’이 아니라 ‘연출’에 더 가까웠다. 파우더(얼굴의 백분, 머리·가발 분)는 얼굴의 입체를 지우고 조명을 평탄화해 표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덜 드러내는 효과를 냈다. 중요한 것은 미용 효과보다, 파우더가 표상한 사회적 의미다. 파우더는 야외 노동의 흔적(그을림·잡티)과 질병 흔적(흉터·자국)을 ‘가리는’ 동시에, “나는 밖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ERDOS HAN KYUNG SU의 ** <ENDING POINT> **는 점·선·면의 조형 언어를 통해 '끝'이라는 개념을 해체하고, 그 안에 잠재된 또 다른 시작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들은 악보의 오선처럼 리듬을 형성하며, 색면과 기하학적 구조는 시각적 박자와 호흡을 만들어낸다. 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음악적 사고가 회화적 공간으로 전이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검은 화면 위에 배치된 강렬한 원색과 절제된 형태들은 단절과 긴장,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균형을 드러낸다. 특히 원과 직선, 반복되는 곡선의 중첩은 하나의 소리가 사라진 이후에도 진동이 공간에 남아 있는 상태를 연상시키며, '엔딩 포인트'가 곧 완결이 아니라 여운의 지점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끝은 닫힌 결말이 아니라, 시간과 감각이 다시 확장되는 전환의 순간이다. ERDOS HAN KYUNG SU는 ** <ENDING POINT> **를 통해 삶과 예술, 음악과 회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지속과 순환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ENDING POINT by ERDOS HAN KYUNG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괴테의 시가 아무리 위대해도, 그 시를 직접 읽는 사람보다 슈베르트의 가곡을 통해 괴테를 만난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은 예술의 전달 방식이 감각의 결합 위에서 확장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림은 본래 시각의 예술이다. 그러나 그 그림을 청각으로 번역해 음악으로 만들 때, 감상자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이러한 전환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예술사를 관통하는 고전적 방법론임을 증명한다. 서양 음악사에는 그림·시·문학을 음악으로 재해석한 사례가 무수히 존재해 왔다.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시도를 간헐적으로 해왔다. 이제는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로 만들어야 할 시점 그림이 전시장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손에 ‘소유’의 형태로 들어가고, 그 순간 음악이라는 또 하나의 감각 세계가 동시에 열리는 구조. 소유만큼 빠르게 눈과 감각을 여는 통로는 없다. 특히 AI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는 이 문제를 미룰 수 없게 만든다. 암기 지식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 인간에게 남는 것은 감성, 상상력, 창의력, 그리고 서로 다른 감각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수
K-Classic News 리뷰 성용원 | 발표 작곡가와 작품명: 강한뫼 - 파묵, 유재영 - 8개의 소품, 서민재 - 영고재, 이고운 - 대금과 관현악을 위한 '숨, 생, 시', 김지호 - 기억의 노래(재연) 이승훤 지휘 &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대금 협연: 김정승 발표된 곡과 그러지 못한 곡이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고 위치가 바뀔지 누가 아는가? "여기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는 지금 이 시대에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서 직면한 질문이자 아창제가 품은 함의일 것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서 있던 곳은 어디였나?"와 함께 "과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근원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을 듣고 싶은지 결정하는 주체가 청중이요 대중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특히 순수예술이라는 분야에서는 고등 예술 음악으로 표상하길 원했던 이들에 의해 학계와 평단이 그걸 결정해 버렸다. 학계, 평단, 주요 기관은 음악 취향의 결정권자가 되어 자기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음악을 선별하였다. 이는 오늘의 아창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선정되지 못한 수많은, 수백 편의 작품들은 그저 수장고에 처박혀서 편견 없이 세상과 만날 날만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