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바람 앞에 등불〉
바람이 불었다
어두운 골목을 스치던 바람
대숲을 헤매던 바람
그 바람이 돌아와
사나운 칼바람이 되었도다
어디선가—
칼날을 벼리는 소리
숨죽인 밤의 속삭임
비밀의 밤에
그 바람은
역모가 되었도다
칠흑 같은 이 밤
도포자락만
허공에 울린다
나는
옥쇄를 잃은 어린 왕
바람 앞의 등불이로다
풍전등화의 조선이로다
누가 알리오
이 어둠을—
백성은 아직 모르리라
아— 아—
절벽 위에 선 운명이여
이 나라, 이 조정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나의 목숨
아깝지 않으니
답하라
하늘이여, 답하라
산천초목이 떨고
대지가 울부짖는다
하늘마저 분노하니
음모의 그림자 짙어간다
어찌해야 하는가
어찌해야 하는가
백성들아, 깨어나라
잠든 혼을 일으켜라
누가 이 조선을 구하리오
누가 이 나라를 지키리오
백성들아, 깨어나라
누가 구하리오 이 나라를
누가 지키리오 이 강산을
굽어 살피소서
하늘이여
굽어 살피소서
선왕들이시여
험준한 산령 위에
광풍이 몰아친다
살피소서—
굽어 살피소서—
하늘이여…
살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