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맞은 올해,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피아니스트 강소연이 오는 2월 24일, 모차르테움 그로서 잘(Mozarteum Grosser Saal)에서 Berliner Symphoniker와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을 연주한다. 공연을 앞두고 강소연을 서면으로 만났다. 그의 음악 인생을 관통해 온 이 협주곡과 잘츠부르크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Q.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 기념 무대에 서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굉장히 설레고, 동시에 책임감도 큽니다. 모차르트의 도시에서, 그것도 탄생 27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연주한다는 것은 연주자로서 흔히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니까요. 이 무대는 단순히 '해외 연주'가 아니라, 모차르트라는 이름이 지닌 무게와 역사 앞에 서는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Q. 협연곡으로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곡은 제 음악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독일 유학 시절, 처음 현지 관객 앞에 섰던 무대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고, 모든 학업을 마치고 프로 연주자로서 유럽 무대에 데뷔한 첫 협연도 같은 곡이었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하나의 기준점 같은 작품입니다."
Q. 처음 이 곡을 연주했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아주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유학 시절, 스승이셨던 故 안드레 마르샹 선생님의 반주로 연주했어요. 모든 것이 낯설고 긴장됐지만, 이 곡을 치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이상하게 차분해졌습니다. 기술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음악 안에 머물러야 하는 작품이라, 오히려 저를 더 솔직하게 만들었죠."
Q. 이후 프라하 스메타나홀에서도 같은 곡으로 첫 협연을 했습니다.
"네. 학업을 마치고 연주자로서 첫 공식 협연이었어요. 그때도 고민 끝에 이 곡을 선택했습니다. 모차르트 협주곡 23번은 화려함보다는 균형과 내면을 요구하거든요. '이제 연주자로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의미에서 이 곡이 가장 정직하다고 느꼈습니다."
Q. 이미 여러 차례 연주한 곡인데도, 이번 무대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요.
"시간과 장소가 모두 특별하기 때문이죠.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이라는 시간성, 그리고 잘츠부르크라는 공간성. 이 두 가지가 겹쳐지면 같은 곡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음악을 다시 처음부터 마주하는 기분이 들어요."
Q. 잘츠부르크, 그리고 모차르테움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모차르테움은 모차르트 음악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이죠. 이 무대에서는 음악을 꾸미거나 과장하기가 어렵습니다. 관객도, 공간도 이미 모차르트의 언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연주자는 더 솔직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음악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Q. Berliner Symphoniker와의 협연에 대해서는 어떻게 기대하고 계신가요.
"독일 오케스트라 특유의 균형감과 구조적인 접근이 모차르트 협주곡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곡은 피아노가 앞서 나가기보다는 오케스트라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하는 작품이거든요.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갈 음악이 기대됩니다."
Q. 오스트리아 무대와는 이미 여러 차례 인연이 있습니다.
"지난 2014년에 무지크페어라인 황금홀과 클라겐푸르트 콘서트하우스에서 연주했어요. 그때 현지 언론에서 제 연주를 좋게 평가해 주셨는데, 무엇보다 오스트리아 관객의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굉장히 정직하게 음악을 듣고, 과장된 표현보다는 본질을 보려는 느낌이 강했어요."
Q. 유럽 유학 시절이 연주자 강소연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기술보다 '왜 연주하는가'를 끊임없이 묻게 했던 시간입니다. 유럽에서는 연주자의 철학과 태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거든요. 쉽지는 않았지만, 그 질문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는 연주뿐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성결대, 예원학교, 서울예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무대에서의 경험을 학생들과 나누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연주는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사람의 음악과 경험 위에 서 있는 일이니까요."
Q. 뷰티플마인드 활동과 파리 패럴림픽 연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힘은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아프리카나 중동, 그리고 패럴림픽 무대에서의 연주는 제 음악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경험이었어요. 연주자로서 어떤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됐고요."
Q. 이번 잘츠부르크 무대 이후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오는 5월에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의 국내 첫 내한 공연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지금의 제가 느끼는 음악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연주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무대에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모차르트 협주곡 23번은 조용하지만 깊은 음악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울림이 있죠. 잘츠부르크에서 연주하는 이 곡이, 제 음악 인생의 한 장면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관객 각자의 기억 속에도 조용히 머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차르트의 도시에서 다시 울리는 피아노 협주곡 23번. 그 음악은 작곡가의 시간을 기념하는 동시에, 한 연주자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비춘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피아니스트 강소연은 질문에 답하듯 자신의 음악을 연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