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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노트] 한없이 부러운 닥터만 금요음악회 제 718회

문화의 힘 지속의 가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한없이 부러운 것이 '문화의 힘'이라는 말을 들으며 우리는 성장했다. 그 연장선에서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가 대중음악이다. 딴 게 아니라, 그 확장성과 지속성이다. 막강한 전파 매체를 타고 시대의 영웅을 만들고, 스타를 배출하며 대중음악은 시장을 지배해왔다.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한때의 열린 음악회도 시대의 상징이었다. 작고하신 송해 선생의 전국노래자랑 역시 온 국민이 함께한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우리 클래식 음악계가 부러운 것은 바로 ‘지속의 힘’이다.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우리는 몸으로 절감하고 있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콩쿠르를 휩쓸고도, 교수가 되지 않고서는 연주를 지속하기 힘든 현실. 계속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이 생태적 모순은 단순한 열정과 투지만으론 극복할 수 없는 벽이다.

 

현장 비평가로서 수십 년을 지켜보며 ‘클래식은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 화두를 붙들고 살아왔다. 문화와 예술이 가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도처에서 살롱 음악회를 기획하고, 병원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의욕적으로 무대를 만들어보지만, 그 중 상당수는 몇회도 가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100회를 넘는 음악회는 마치 인간 수명 100세처럼, 결코 쉽지 않은 경지다.

 

그런 의미에서 양평 국수교회의 김일현 목사님이 이끄는 음악회 역시 감동이다. 또 타 지역에도 이런 장기적 추진력을 가진 무대들이 생겨나는 현상은, 아마도 백범 김구 선생께서 정말 기뻐하실 일이다. 이런 가운데 간간히 접하는 닥터만 금요음악회는 단연코 돋보인다. 781회라는 경이로운 지속성은 한국 클래식계의 그랑프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긴 여정 속에 있었을 숱한 시행착오와 고통, 무너질 듯한 고비들, 해본 사람만이 안다. 직접 운영해본 이만이 뿌리를 내리는 법을 알고, 견디는 법을 알지 않겠는가.

 

이러한 모델은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연주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비법이요 가치다. 클래식 음악이 태생적으로 상업적 순환을 갖지 못한 이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치와 이익’이 충돌할 때 생겨나는 잡음을 어떻게 견디고 정제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곧 오늘날 클래식이 던지는 질문이다.

 

닥터만의 살롱 음악회가 이 분야의 분기점이자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땅을 팔고, 집을 팔고, 그림을 팔아 예술의 가치를 세우려 한 많은 노력들, 그 헌신에 우리는 마땅히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되어 대중에게 회자되는 고품격 살롱 콘서트가 더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희생 없는 예술은 없고, 지속 없는 감동은 없다. 인생에서 부러운 것들은 참 많다. 돈, 자리, 권력, 명예… 그러나 문화를 동경하고 예술을 부러워하는 진짜 부자들이 늘어나는 세상이 된다면,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

 

"예술에 투자하는 손길은, 가장 오래 남는 유산을 짓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감동, 그것이 클래식의 진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