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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 리뷰] 전통과 실험-풍물- „혼불8-맥 脈“

태평소의 독주 선율은 함께 가는 생명을 중요시했다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2023년 6월 1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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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관현악 시리즈 „전통과 실험“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이며, 위촉 작곡가들에게 우리의 전통예술 중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제시하고 작곡가들이 해당 주제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관현악 작품을 선보이는 무대이다. 올해의 주제는 „풍물 <농악>“이다. 관현악 시리즈 „풍물“은 2023년 6월 1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예술감독 김성국 지휘로 연주되었다. 3 개의 위촉 작품이 (임준희, 장태평, 도널드 워맥) 인터미션 전에 연주되었고, 인터미션 이후 박범훈의 사물놀이를 위한 국악 관현악 „신모듬(전 악장)“이 사물 광대 박안지, 김한복, 신찬선, 장현진에 의해 협연 되었다.  

 

임준희 작품 „혼불8-맥 脈“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 „전통과 실험“을 오프닝 했다. 맥은脈 힘이고 흐름이다. 맥은 관계이며 연관이다. 맥은 순환이다. 부정부패와 신분 차별에 저항하는 시대 정신을 들려주는 숨결이다. 현재의 시간과 공간의 맥을 짚어본다. 도 道의 길에 맥락과 융화하여 파문을 살펴본다.

 

맥을 통한 생명의 소리를 심중한다. 사람과 사람의 간극을 넓히고 좁히면서 자장 磁場의 내면을 진술해 본다. 2003년 세계 여성 음악회 작품 위촉으로서 전통문화에 담긴 한국인의 삶과 얼을 선율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곡가 임준희는 2002년 최명희 작가의  „혼불“과 운명처럼 인연이 되었다. 이미 7곡의 혼불이 청중을 만났다. 작년 7월 코로나가 한창이던 여름, 베를린 콘서트하우스에서 혼불7-조우(만남, encounter)는 마스크를 써야하는 입은 막았어도, 귀를 활짝 열고 일곱 번째 혼불을 쫓았다.

 

1.혼불 1- 백초를 다 심어도
2.혼불2- 나의 넋이 너에게 물어
3.혼불3- 가도 가도 내 못 가는 길
4.혼불4- 단 한순간만이라도
5.혼불5- 시김
6.혼불 6- 무 (무속 무)
7.혼불 7- 조우(만남, encounter)
8.혼불 8- 맥脈 

 

 

혼불 7의 부르르 농현하던 청을 내려놓고, 이중 서(Reed)를 이용하여 혼불8을 댕겼다. 태평소의 연주 영역을 확대하며 더욱 발전된 형태와 하모니가 관현악과 만나 음정과 연주법을 정리했다. 정통적인 선법이나 장단을 바탕으로 음악적 요소들은 활기차게 달려갔다. 독주로 나타났던 태평소는 절제하며 때론 맥을 늦추었고, 다시 나타나 목소리를 높일 무렵엔 이미 생성된 다이나믹한 활기의 관현악 정서 속에 주인공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보다, „우리가 함께 그곳으로 가보자“ 하는  공동체적인 정신을 유지하고 전승하려 했다. 태평소의 독주 선율은 함께 가는 생명을 중요시했다.  

 

그동안 작곡해 온 임준희의 혼불 음색이 이번엔 조금 달랐다. 작곡가들의 해당 주제에 맞는 „풍물 농악“에 포커스를 두어 공통된 주제를 제시하려는 의지와 2003년부터 면면히 흘러온 혼불의 맥을 융합하여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편안하게 들리는 멜로디 안에 태평소의 음역과 음정을 정리했다. 일반적인 그리고 특수한 운지법에 착안하여 저음과 고음을 대조했다.  강약 표현의 변화와 음색의 조절을 통해 리듬은 변형되고 또 반복했다.

 

중국의 뉴웨이브 (the New Wave) 작곡가들이 노력해 왔던 미학적 양식과 „혼불8-맥 脈“을 대조해 보았다. 자국의 전통과 서양의 문화접목성을 연결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복합적인 관계망 속에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탄둔과 (Tan Dun 1957-) 같은 작곡가의 유형과 대중성에 관하여 문화와 전통을 되새겨 본다. 어떤 악기를 접목하든지 중국인이 썼다고 느껴지는 탄둔 음악의 정체성과 상호 문화성을 음악학 학자들은 정립하고자 했다. „모든 작곡가는 개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라는 보편적인 언어와 여기에 맞닥뜨린 문화적 정체성은 앞으로도 숙지해야 할 것이다.

 

88 서울 올림픽에 세계로 울렸던 태평소의 높낮이는 아마도 외국인들에게 처음으로 공공연히 인식되었던 태평소의 울림이 아니었을까?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발견되는 맥의 흐름과 순환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는 동시대에서 전통악기와 태평소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냈다. 생명의 소리와 도 道의 길을 눈에 드러나지 않는 혈맥(血脈), 맥박(脈搏)과 같은  맥, 혹은 전통의 맥(脈), 맥락(脈絡)을 통해 그 역할을 갈구할 수 있는 맥(脈)과 사고하는 여덟 번째 혼불의 시간이다.

 

„혼불8-맥 脈“의 영감이 된 최명희 소설 „혼불“의 8권중, 작곡가의 발췌를 인용한다.

„바람에 쏠리어 흩어지는 검불처럼 이 자리에 살았던 누군가가 설혹 한 때는 눈부시게 불탄 일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제는 다만 시커멓게 가벼이 티끌로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 아니라, 내 선조의 선조와 그 너머 더 먼 선조의 숨결이 스민 자취가 이렇게 지워지지 않는 터를 잡아 오늘까지도 자국을 역력히 남기고 있다는 것이 그는 느껴웠던 것이다.“

 

 

글: 노유경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쾰른 대학교, 아헨대학교 출강

음악학박사, 공연평론가, 한국홍보전문가 

독일, 서울 거주  ynhovon1@uni-koel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