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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에게 물었죠? 순수 이성을 어떻게 작품에 실천할 것인가?

기술이 넘쳐 본질이나 대중을 왜곡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요?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여근하 바이올리니스트와 민경찬 작곡가의 궁합이 피어낸 무궁화 

 

한 세기 전에 비하면 우리는 매우 잘 살게 되었다. 지난 세월에 비해 훨씬 더 풍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살아 가는 믿음의 땅은 점점 소멸되어 가고 있다.  의지하고 기대해야 할 신뢰의 축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누구를 어떻게 믿어야 하나,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계몽주의 철학가 칸트가 양재천 물가에 앉아 있다가 대중들이 많은  계단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 때문일까? 우리 작품으로 역사를 노래하는 여근하 바이올니스트는 그래서 특별한 존재다. 그가 서울시 홍보대사를 하면서 '왕십리'를 비롯해 서울의 여러 동네들을 작품화했다. 지난해에는 민경찬 작곡의 ‘무궁화’로 바이올린 소품을 내놓았다. 작곡을 전공하지 않은 민경찬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진 곡이다.  바이올린 곡을 눈을 씻고도 찾기 어렵고, 연주되는 것을 더더욱 볼수 없는 황무지 땅에서 그래서 이들 작품은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청중들의 반응도 좋다.

 

그러니까, 난해한 현대음악과 달리 대중성이 보인다. K 클래식이 여근하 바이올리니스트를 K 클래식 대표 연주자로 선정힌 바 있다. 이번엔 민경찬 작곡가를 영입해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해 더 좋은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K 클래식 위촉  작가로 선정하면서 한국의 러시아 6인조 그룹을 만들어 보려는 의도다. 향토성이 짙은 작곡가들이 그랬듯이 기술이 넘쳐 본질이 경도되거나 왜곡되어선 곤란하다. 기술보다 순수한 눈과 인식이 필요하다. 나도 모르게 스며든 유럽파의 버터 맛이 방해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대중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멜로디를 살려보자는데 합의(?)를 했다. ㅎㅎ~ 

 

기술이 본질을 왜곡하거나 정체성을 상실케 하는 원인이 되어선 안돼  

 

그래서 순수의 맑은 눈으로 우리 것을 보려는 출발이다. 서구의 물이 스며 들었거나, 현재 자기의 위치, 기득권 영역에서의 입장, 스스로 카테고리에 묶어 버린 것에서 탈출하기 쉽지 않기에 무한의 자유를 선택하는 것이다. 연고가 없고, 대학에 있지도 않으며, 전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순수성을 통해 새 길을 개척해 보려는 시도다.  

 

그렇다. 믿을 수 없는 세상, 증인마저 뒤집기를 밥먹듯 하는 재판, 갈등과 불안의 시대에 양재천서 칸트를 만났다.  순수이성 비판과 실천이성 비판의 어려운 단어들은 모르지만, 인간 이성이 이토록 망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만발한 벚꽃들이야 이내 사라지겠지만 칸트를 만나 좀더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피워낸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칸트가 우리 마음속의 꺼지지 않는 지성의 등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경찬 작곡 무궁화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

 

민경찬 작곡가, 여근하 바이올리니스트, 탁계석 K클래식 회장 (좌에서 우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