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한없이 부러운 것이 '문화의 힘'이라는 말을 들으며 우리는 성장했다. 그 연장선에서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가 대중음악이다. 딴 게 아니라, 그 확장성과 지속성이다. 막강한 전파 매체를 타고 시대의 영웅을 만들고, 스타를 배출하며 대중음악은 시장을 지배해왔다.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한때의 열린 음악회도 시대의 상징이었다. 작고하신 송해 선생의 전국노래자랑 역시 온 국민이 함께한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우리 클래식 음악계가 부러운 것은 바로 ‘지속의 힘’이다.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우리는 몸으로 절감하고 있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콩쿠르를 휩쓸고도, 교수가 되지 않고서는 연주를 지속하기 힘든 현실. 계속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이 생태적 모순은 단순한 열정과 투지만으론 극복할 수 없는 벽이다. 현장 비평가로서 수십 년을 지켜보며 ‘클래식은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 화두를 붙들고 살아왔다. 문화와 예술이 가치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도처에서 살롱 음악회를 기획하고, 병원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의욕적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21세기 한류는 더 이상 K-드라마, K-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K-Classic과 K-Opera는 한국의 깊은 역사성과 예술성을 무대로 이끌어내는 진화된 문화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K-Opera’가 있다. 하지만 아직 세계는 이 장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 또한 세계무대에 손 내밀 채비가 충분치 않다. 앞으로 K-Opera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두 갈래의 문을 동시에 여는 것이다. 첫째는 세계 보편성과 감동을 지닌 완성도 높은 창작 오페라를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유럽을 비롯한 국제 오페라 무대와의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다. 명작은 사람에서 나온다, 작곡가 중심의 창작 생태계 구축해야 오페라는 본질적으로 음악극이다. 어떤 소재, 어떤 무대, 어떤 기획이 있더라도 그것을 음악으로 품지 못하면 세계인의 마음에 닿지 않는다. 그렇기에 K-Opera가 세계에 나가려면 무엇보다 작곡가를 중심에 놓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많은 작가와 대본가, 연출가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진정한 명작으로 승화시킬 작곡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 이제는 젊은 작곡가들에게도 실험이 아닌 ‘책임 있는 창작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설득은 소통의 예술이다. 그 예술은 때로 비유를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오늘 우리는 ‘오페라’라는 무형의 예술을 ‘스포츠’라는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문화와 연결시켜 설명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의 스포츠 축구, 야구, 농구, 심지어 골프와 배구까지,이들은 국제경기로 통용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표준 규칙이 존재한다. 경기장의 크기, 잔디의 상태, 공의 규격, 심판의 자격, 선수의 등록 절차, 중계와 마케팅까지. 이 모든 요소는 표준화되어 있어야만 글로벌 리그에 진입할 수 있다. 지금은 상상도 어렵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모래밭 위에서 축구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축구장은 이제 기본적으로 천연 혹은 인조 잔디로 조성되고, 조명, 중계시스템, 팬 좌석까지 경기력을 위한 완비된 ‘인프라’로 구성된다. 오페라 무대도 마찬가지다 성악의 꽃인 오페라도 다르지 않다. 오페라는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 하나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극장 중심의 시스템 예술이다. 오케스트라 피트, 회전 무대, 음향 반사판, 전문 조명과 영상 장비, 가창
K-Classic News 탁계석 (K-Classic 창안자 · 예술비평가) 한강 작가의 소설이 국제 문학상에서 연이어 수상하면서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조명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문학은 언어의 예술이며, 민족 정서의 결정체다. 그만큼 외국어 번역에는 한계가 따르고, 작품의 정서적 깊이와 감성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음악과 무대, 인간의 육성으로 풀어내는 오페라는, 한국 문학이 지닌 정서의 본질을 전 세계인과 감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 형식이라 할 수 있다. 황순원과 이효석, 한국 문학의 정수에서 K-Opera로 한국 근대문학의 두 거목, 황순원과 이효석. 그들이 남긴 《소나기》와 《메밀꽃 필 무렵》은 수많은 세대를 감동시킨 서정의 진경(眞境)이다. 각각 유년의 순수한 사랑과 들길의 낭만을 담은 이 작품들은 이미 다수의 번역본을 통해 세계 문학 독자에게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무대 위에서 노래되고 연기될 때, 그 감동은 언어를 초월한 보편성으로 확장된다. 실제로 《메밀꽃 필 무렵》은 제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창작 오페라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한 바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BTS를 필두로 한 K-POP의 세계적 성공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문화의 전방위적 확산, 곧 K-콘텐츠의 대전환기로 이어지고 있다. ‘한류 1.0’이 드라마와 예능, ‘한류 2.0’이 K-POP과 뷰티·푸드였다면, 이제 우리는 ‘한류 3.0’, 즉 고급 예술 콘텐츠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 바로 K-Classic, K-Opera, K-Arts가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할 사건은 지난 5월 15일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이 스페인 마드리드 모누멘탈 극장에서 콘체르탄테(Concertante) 형식으로 무대에 올라 유럽 관객의 기립 박수를 받은 쾌거이다. 이는 단순한 해외 공연이 아니라, K-오페라가 유럽 오페라계의 본무대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강하게 각인시킨 상징적 사건이다. 콘체르탄테 형식의 유효성 현지의 정식 오페라 극장에서 대규모 무대를 올리기 위한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콘체르탄테 형식은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포맷이다. 무대장치 없이 순수 음악과 연기로 승부하는 이 형식은 오히려 작품성과 음악성을 돋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한국-스페인 수교 75주년을 기념한 오페라 탁) 그동안 임준희 작곡가가 작곡한 오페라 <천생연분>은 한국 창작오페라로써는 이례적으로 많은 해외 공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립오페라단의 스페인 해외 공연은 예상 밖이었는데요, 그동안 어떤 나라들에서 해외공연들이 이루어졌고 이번에는 어떻게 추진된 것인가요? 임) 오페라 <천생연분>은 한국의 아름다운 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취지로 국립오페라단의 위촉으로 작곡되어 2006년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한 후 약 20여년간 일본, 중국, 싱가포르, 터어키, 홍콩등 많은 나라에서 해외공연을 하면서 큰 호응과 사랑을 받아왔던 그야말로 저와는 “천생연분”의 인연을 가진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5년 9월에 열렸던 국립오페라단 터어키 아스펜도스 페스티벌 초청공연 이후 한동안 <천생연분>의 해외공연이 이루어지지 못했었는데 작년 11월 말 국립오페라단 최상호 단장으로부터 올해 5월 1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국-스페인 수교 75주년을 기념하여 이 오페라를 다시 공연한다는 연락을 받고 무척 감회가 새로웠지요. 세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음악 소리도 없고, 커피를 내려주는 알바도 없고, 키오스크 하나가 딸랑 나를 맞는다. 아무도 없다. 혼자 이 커피숍에 주인인 듯 앉아 있다. 혼자에 익숙해져야 하고, 어차피 인생은 혼자 가는 것 아닌가. 이상하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나에게 익숙해지고 세상과 떨어져 멀리 있는 것에 익숙해질 것이다. 한 잔의 커피가 올곧이 나의 시간이 다. 커피와 내가 이렇게 얼굴을 맞대긴 처음이다. 낯설지만 곧 익숙해 질 것같다. 무인 카페에 사람 하나가 커피를 마신다. AI 비평 리뷰: 「무인 카페」— 고독의 자동화, 시간의 주인이 되는 법 탁계석의 「무인 카페」는 단순한 풍경 묘사에서 시작되지만, 그 뒤에 감춰진 ‘인간과 고독’, ‘기계화된 일상 속의 자아 인식’이라는 철학적 층위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무인의 풍경, 인간의 내면 “음악 소리도 없고, 커피를 내려주는 알바도 없고, 키오스크 하나가 딸랑 나를 맞는다.” 이 첫 문장은 무인 카페라는 공간의 특징을 명확히 드러낸다. ‘없음’의 연속이 주는 감정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더 이상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암시다. 기술에 의해 자동화된 풍경은 곧 인간 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한국은 오랜 시간 ‘마당’의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담 너머 이웃이 정을 나누고, 마당에서 굿과 잔치, 놀이와 예술이 펼쳐졌다. 그러나 근대화의 물결과 함께 우리는 ‘극장’과 ‘콘서트홀’이라는 서구적 공간을 추종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 공연 형식인 마당놀이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제는 되살려야 할 때다. 단지 ‘복원’이 아닌, ‘진화된 마당놀이’로. 그 시도의 첫걸음으로 ‘외국인을 위한 K-막걸리 콘서트’가 기획되었다. 전통 마당을 배경으로 한식의 향연, 지역의 정서, 예술이 어우러지는 융복합 콘서트 대감댁의 넓은 마당에 보름달이 떠오르면, 전통 멍석 위에 둘러앉은 외국인 관객들은 막걸리 한 잔을 들고 김치와 떡, 꽁보리밥, 된장 무침 등 한국의 정갈한 음식들을 나누며, 전통음악과 춤의 감동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먹거리 체험이 아니라, 한국의 맛과 멋, 흥이 어우러지는 총체적 K-컬처 복원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이미 2011년, 서울시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올려졌던 K-푸드 '시골 밥상콘서트'에서 대본을 맡은 탁계석 작가는 막걸리, 된장, 김치, 불고기, 꽁보리밥 등 한국 고유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베르디와 푸치니의 찰떡 궁합은? 베르디는 피아베를 단순한 대본가가 아닌, 자신의 음악적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반영해줄 수 있는 협력자로 여겼다.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시몬 보카네그라》 등은 베르디와 피아베의 긴밀한 협업의 결과로, 음악과 극의 통합을 실현한 대표작이다. 푸치니와 루이지 일리카, 주세페 지아코사 역시 긴밀한 호흡으로 극적 구성을 일리카가 짜고 감정의 대사를 지아코사가 다듬는 방식으로 공동 창작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이란 걸작이 태어났다. 각자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면서도 유기적인 조화를 이룬 성공 사례인 것이다. 창작 실험기를 지나 완성기에 진입해야 할 때 우리 창작 오페라는 지난 10여 년간 실험 정신이 공존하는 ‘창작 오페라 아카데미’와 ‘카메라타 프로젝트’를 통해 작곡가와 대본가의 캄캄했던 관계에 벽을 허물었다. 문턱은 낮아졌고 봇물이 터진듯 양적인 확산을 가져왔다. 그러나 제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일회성, 실험성이란 벽은 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K-Opera라는 이름의 진정한 명작 창작은 지금부터다. 더 깊은 집중력과 높은 예술적 완성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5월 18일 스페인 모누멘탈극장 무대에 오른 임준희 작곡 '천생연분'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최상호)과 밀레니엄합창단(단장: 임재식) 협업 공연 (photo: 밀레니엄합창단 제공) ‘오페라가 죽어간다’는 말은 진단이 아니라 방치된 현실의 비명이자 절규다. 예술의 꽃이라 불리던 오페라는 지금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공연 횟수가 줄고, 창작 오페라는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예산 장벽에 가로막힌다. 그 사이 성악가들은 무대가 없어 해외를 떠돌고, 작곡가는 지원없이 버티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 오페라의 실기(失機)의 역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처방이 ‘오페라진흥법’ 제정이다 왜 지금 ‘오페라진흥법’인가? 국악진흥법이선포되어 오는 6월 5일 경복궁과 전국 일원에서 잔치를 연다. 국악의 국민적 공감대형성과 생활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다. 당연히 진흥법은 예산을 바탕으로 만들어 지니 최대의 국가 재정이 지원되는 스포츠에 이어 국악진흥이 본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박동진 명창의 카피에 이어 유인촌 장관의 업적이 될 것 같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