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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오늘의 詩] 새 길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모지선 작가 

 

 

새 길

 

 

새 길이 나면 
구불구불 뱀 허리같이 
돌아서 가는 길은 
먼지가 풀풀 쌓인다 

 

시간을 다투어 
달리는 새 길은 
어느새 막히는 길이 된다

 

가지 않게 된 구(舊) 길은
휴게소, 마켓, 주유소가 사라져
혼자 외롭게 서 있다

 

그런데 말이다
새 길도 처음 길이 났을 땐  
사람들이 가지 않아 
텅 텅 비어 있었지만 
눈치 빠른 사람들이 먼저 
길을 이용하면서 
어느새 복잡한 길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말이다 
강북은 구 길이고 강남은 새 길이 된지 오래인데 
지금도  가끔씩은 잠실이 뽕밭이었던 시절 
개나리 아파트 근처 공터가 예비군 훈련장이었을 때 
그 때 땅을 좀 사두었더라면 하는 
옥수수 막걸리 보다 더 구수한 아날로그  
할아버지가 탄식하며 살아 있단다  

 

그런데 말이다
유럽의 클래식은 구(舊) 길이고 
K클래식은 새 길이다 

구 길의 도로는 막혀서 더 나갈 수 없고  
새 길은 글로벌 실크로드에 열려 있어 
눈치 빠른 이들이 마구 창작의 텃밭을 산단다 


K클래식 9년의  긴 도로포장 공사가 끝나고
곧 10주년 새 길이 완공되었음을 선포할 것이라 한다.

 

양평 모모 갤러리에 K클래식 발상지 깃발이 나부낀다 
새 길을 축하하는 아침을 여는 예술가들이
날마다 소풍을 올 것이라 한다 

 

그런데  말이다 
어릴 적 소풍을 재현(再現)하여 
우리 엄마가 싸 준 것처럼 

살아 생전 못한 것  갚으라고 
오늘은 천상에 계신 엄마와 함께 소풍을 오란다

 

코로나19에도 이렇게 

나 죽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우리 엄마 기뻐하시게 
소풍을 떠나야겠다고 말하라는 것이다  

 

북한강.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푸른 강물도 보고 
가슴 확트이게 달려보자   
꽃들이 춤추며 반기는 
아, 아!  오늘은 소풍 가는 날  


천상병 시인(詩人) 할아버지 만나는 날~  

 

에콰도르 국기 앞에선 K클래식 박종휘 예술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