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강원도 원주 문막의 야외 공연장 '사운드포커싱'
고비용 저효율에 정체성 잃은 한국 공공 오케스트라 현주소
세상의 모든 것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진화한다. 주거 공간도, 자동차도, 생활가전도 더 이상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이용’과 ‘렌탈’의 개념으로 이동한 지 이미 20~30년이 지났다. 유통 역시 백화점이나 전통 시장이 아닌 플랫폼 앱이나 당근마켓 등을 통해 거대한 생활경제권을 형성되고 있다. 변화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유독 예술만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
전문성과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오케스트라를 모든 도시가 보유하기 어렵다. 그 결과 타 지역 단체가 드물게 와서 공연을 하고 떠나는 구조가 반복된다.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의 방방곡곡 찾아가는 음악회는 의미있는 활동이지만, 지역민들은 여전히 ‘초청 공연의 관객’일 뿐 자기 도시의 문화 주체가 되지 못한다. 문화는 축적되지 않았고 고유의 향토 정서는 뿌리내리지 못한 채, 도시는 늘 문화적 소외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러한 구조를 바꾼 선구적 모델이 군포 프라임 오케스트라다. 군포시는 20년 넘게 한 악단과 상주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운영 모델을 구축해 왔다. 오케스트라를 소유하지 않고도 도시가 오케스트라를 ‘운영’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최근 부산에서도 새롭게 개관한 한 공연장 역시 지역 단체와 연간 계약을 통해 안정적이고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받고 있다. 일정 횟수의 계약 공연을 통해 파트너십을 맺는 ‘계약형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시립, 도립 오케스트라는 경계만 다를 뿐 레퍼토리는 거의 동일하다.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드보르자크, 라흐마니노프가 전국을 붕어빵 찍듯 순회한다. 그 도시만의 역사와 신화, 강과 산, 인물과 기억을 담아내는 한국 작곡가의 음악은 좀처럼 들을 수 없다. 예산과 기획, 인식의 한계도 원인이다. 그 결과 지역 정서는 음악 속에 반영되지 못하고, 문화는 ‘수입품’처럼 소비될 뿐이다.
향토 보물, 강과 산, 역사와 설화를 음악 콘텐츠로 가공해야
여기에서 K-Classic 조직위원회가 제안하는 것이 바로 ‘K오케스트라 브랜드 체인 시스템’이다. K오케스트라는 단순한 연주 단체가 아니라 각 도시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드는 플랫폼이다. 순천만 오케스트라, 태화강 오케스트라처럼 지역 명칭을 브랜드화하고, 향토 보물, 강과 산, 설화와 인물, 산업과 음식, 풍습을 음악 콘텐츠로 가공해 도시만의 사운드를 구축한다. 이는 오케스트라의 프랜차이즈화이자 도시 문화의 브랜드화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금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개별 도시가 오케스트라를 소유하지 않고도 고품질의 브랜드 오케스트라를 계약 운영하며 문화 정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는 스마트한 방식이다. 단원 채용과 행정 조직, 운영 인프라를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검증된 K오케스트라 브랜드가 기획, 연주, 교육, 시민 참여 프로그램까지 패키지로 제공한다. 도시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면서도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향토 작품을 해야 도시가 살아난다는 점이다. 도시는 아파트로 경쟁하지 않는다. 도시는 역사와 이야기로 경쟁한다. 도시는 문화의 얼굴로 기억된다.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이고,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도시이며, 라이프치히는 바흐의 도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태화강의 노래가 없고, 섬진강의 교향곡이 없는가. 왜 진주에 논개가 있듯, 각 도시의 자긍심을 노래하는 음악이 없는가. 해설이 있어야 이해되는 서양 레퍼토리만 99% 듣는 구조는 이제 균형감을 찾아 내야 한다.
금산 별무리 오케스트라 전국 인구 증가 1위로 바꿔
향토 보물을 음악으로 가공하고, 그 음악을 도시의 브랜드로 만들며, 관광·교육·산업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인구 소멸 시대를 극복하는 문화 전략이며, K컬처 300조 시대에 도시가 살아남는 길이다. 여기에 충남 금산의 별무리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비전을 갖고 활동하며 인구 증가 1위 도시가 된 사례는 오케스트라의 힘을 보여준다. 이제 오케스트라도 브랜드 프랜차이즈 시대가 열린다. 그 선두에 K오케스트라가 있다. 도시는 음악을 가져야 하고, 음악은 도시를 살려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연주 기술이 아니라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다. 바야흐로 K-콘텐츠 시대, K컬처 300조 수출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도입하고 동경하던 서양 음악 수입 구조의 시절은 지났다. 우리의 얼굴을 한 K-오케스트라가 진정한 오케스트라임을 도시가 알아야 하고 청중이 이를 경험해야 할 때다. 지금은 계몽기나 서구 모방의 시절이 아니다. 독창성과 자기 스토리의 서사가 훨씬 중요하다. 모든 것은 변하고 상품 뿐만 아니라 삶의 형태와 습관도 바뀐다. 이같은 트랜드의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실행에 옮길수록 도시가 경쟁력을 갖는다. 이를 깊이 들여다 보고 누군가 보물 콘텐츠 개발에 눈을 뜬다면 앞서가는 도시의 역사를 써나 갈 것이다. 인구 소멸군에 빠져들고 있는 작은 도시들이
문화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