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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 함께 어우러진 선율, 서울의 가을밤을 수놓다"

뷰티플마인드 가을음악회, '롯데콘서트홀'서 성황리에 열려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 음악이 만든 사회적 울림!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이 지난 9월 10일 저녁 감동의 무대로 물들었다.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이사장 김성환)가 주최하고 롯데문화재단이 후원한 ‘뷰티플마인드와 함께하는 가을음악회’가 수백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서는 특별한 화합의 장을 선사했다.

 

이 음악회는 2022년부터 롯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매년 이어지고 있으며,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일상 속 분주한 퇴근길을 뒤로 하고,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 두 시간 남짓의 공연에서 위로와 희망, 그리고 진한 감동을 나눴다.

공연의 사회는 지난해에 이어 방송인 김일중 아나운서와 피아니스트 강소연이 맡아 자연스러운 호흡과 재치 있는 진행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1부 무대는 뷰티플마인드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의 독주와 앙상블로 꾸며졌다.

 

피아니스트 윤시아가 베토벤의 피아노 곡으로 힘차게 문을 열었고, 바이올리니스트 강윤서가 섬세한 선율을 이어가며 객석을 집중시켰다. 이어 보컬리스트 강민주는 어머니 박현숙 씨가 직접 작사·작곡한 자작곡 ‘밤풍경’을 노래했다. 이 곡은 발달장애를 지닌 아이와의 일상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무대에 함께 오른 어머니는 “아이와 긴 시간을 오가며 보았던 조용한 밤하늘과 노래하던 모습이 영감이 됐다”며 곡의 사연을 들려주어 큰 울림을 주었다.

첼리스트 김민주, 조홍희, 서윤직, 박유림이 함께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은 이번 음악회에서 최초로 선보인 첼로 4중주 무대로,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진 중후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음색은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또한 뷰티플마인드 어린이 중창단 노윤서, 유재윤, 이재언, 이채은은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초록바다’, ‘다 잘될 거야’를 불러 순수한 울림을 선사했다. 마지막 곡에서는 배우 겸 뮤지컬 배우 오만석이 무대에 올라 중창단과 함께 합창하며 객석을 하나로 묶었다.

 

2부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가 무대의 중심을 맡았다. 이 오케스트라는 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적 지위를 가진 전문 예술법인이자, 서울시 지정 전문예술법인인 뷰티플마인드가 2010년 창단한 단체다. 장애와 비장애 학생이 함께하며 통합을 지향하는 국내 최초의 오케스트라로, 지휘자 이원숙의 열정 어린 리더십 아래 16년째 성장해왔다. 현재 46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장애 인식 개선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무대에는 시각장애를 극복한 클라리네티스트 이상재가 함께해 큰 환호를 받았다. 중앙대학교 음악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피바디 음악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피바디 140년 역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라는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불굴의 의지로 쌓아올린 음악적 성취와 탁월한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우레 같은 박수와 기립 환호로 화답했다.

또한 뮤지컬 배우 오만석은 ‘새들처럼’(지근식 곡, 김두영 편곡)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대표곡 ‘이룰 수 없는 꿈’을 열창했다. 그는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닌, ‘이룰 수 있는 꿈’을 노래하고 싶다”고 재치 있게 곡을 소개해 웃음과 울림을 동시에 안겼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모든 출연진이 함께 ‘아름다운 나라’(한태수 작곡)를 합창하며 공연의 막을 내렸다.

 

이원숙 지휘자는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는 장애와 비장애가 어우러져 사회적 통합을 음악으로 실현해가는 소중한 무대”라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울림을 전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관객들 또한 공연장을 나서며 “음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을 새삼 느꼈다”,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진정한 화합을 경험한 감동적인 무대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밤늦게 공연장을 나선 시민들의 눈앞에는 롯데월드의 화려한 불빛이 펼쳐졌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수한 울림과 희망이 오래도록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