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Deutsche Oper Berlin 극장 로비에서
최근의 활동 근황이 궁금하군요.
현재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Deutsche Oper Berlin에서 소프라노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외 공연이 상당히 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표적인 공연장에서의 공연과 반응을 듣고 싶군요.
극장 소속 가수 중 유일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주로 리릭 콜로라투라 롤들을 맡고 있습니다.지난 시즌(24/25)에는 도이체 오퍼에서 한국인 최초로 Rigoletto의 Gilda 역으로 데뷔했는데, 전체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셔서 정말 의미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베르디 바리톤 Juan Rodrigez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 큰 영광이었고, 공연이 끝난 후 직접 찾아와 공연이 너무 좋았다고 말씀해주신 모든 관객분들, 그리고 칸틴에서 받았던 박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직 싸인이 없어 정자로 제 이름을 프로그램에 또박또박 적어드린 기억이납니다. 저에게 큰 기회를 주신 도이체 오퍼의 캐스팅 디렉터 크리스토프 조이펠레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기억에 남는 것은 Staatsoper Unter den Linden에서의 밤의 여왕 점프인 데뷔입니다. 아침에 도이체 오퍼에서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하던 중 “오늘 밤 공연이 가능하냐”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연말 휴일을 모두 반납하고 무대에 올랐는데, 세 번의 공연이 모두 매진되었고 관객들의 기립박수는 저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습니다.
스위스 Bühnen Bern <Arabella> Fiaker Milli 역
해외 무대에 비해 한국의 무대 여건이 상당히 어려운데, 오페라 및 성악가 무대 확장을 위해 평소 어떤 생각을 하고 계세요?
독일은 도시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극장들이 많습니다. 크고 작은 극장이 80곳 이상 있으니 당연히 성악가들의 수요도 많습니다. 어린 성악가들에게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요. 공연 횟수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환경이 한국에서도 조성된다면, 오페라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밤의 여왕 레퍼토리가 주 레퍼토리로 보이는데, 콜로라투라의 특성상 첫 출발 때와 지금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석사 학위를 마칠 때까지 온전한 오페라를 공연해 본 적이 없는 어린 소프라노였던 저에게, 도이체 오퍼 같은 큰 무대에서의 밤의 여왕 데뷔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나이는 24살이었고, 연습실에서 두 번의 리허설을 한 뒤 본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데뷔를 치렀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페라가 끝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대 구조를 몰라 넘어질 뻔했고, 하이힐에 긴 드레스가 자꾸 걸려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첫 무대에서는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곧 4년 차에 접어드는 무대에서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에는 발성을 조금 바꾸기도 했습니다. 앙상블 싱어(솔리스트)의 장점은 무대에 설 기회가 많다는 것이고, 큰 무대에서 여러 시도를 해보며 저에게 맞는 선택을 차근차근 찾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도이체 오퍼 <Nixon in China> 초연 Madame Mao역
성악가에게 중요한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본인의 체크리스트와 관리 비법은 무엇인가요?
우선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무리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No’라고 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실 이런 말은 많이 들으셨을 테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몸소 배웠습니다. 성악가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무리해서라도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곤 합니다. 무대가 간절할수록 당연한 반응이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둘째로는 사고방식과 대처 능력이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동료들과의 협업, 그리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오페라는 언제나 팀워크이기 때문입니다. 관리 비법이라 할 만한 것은 따로 없습니다. 싱어 개개인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과 건강 관리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극장 스케줄이 워낙 불규칙하기 때문에 주로 집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거나 유튜브로 홈트레이닝을 합니다. 운동을 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자주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작품에 대한 본인의 경험상, 가곡의 방향과 기술적·창작적 바람은 무엇인가요? 우리 오페라 공연 경험은 있으신가요?
한국 오페라는 아직 공연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소식을 접하면, 한국이 정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고 공연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K-컬처가 대세인 2025년에 한국의 전통적인 것들을 널리 알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지금 K-팝 데몬 헌터의 유행으로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들이 매진된 것처럼, 더 한국적인 것이 더 세계적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K-콘텐츠 시대가 열리고, K-클래식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진출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오페라를 위한 견해는?
한국 성악가들의 기량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더 이상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는 이에 걸맞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우리 오페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이체 오퍼 <Die Zauberflöte> 밤의 여왕 역
학력·콩쿠르 시대가 지나고 엄혹한 생존 경쟁의 환경에서 성악가들이 힘든 상황입니다. 성악 예술가로서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말씀해 주세요.
프로로 데뷔하면서의 제 마음가짐은 “나는 최고가 될 거야”였습니다. 모든 고음도 완벽하게, 저음도 완벽하게,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최고’라는 말의 정의가 제 안에서 달라졌습니다. 완벽한 무대는 절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름길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매 공연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매 순간이 숭고한 과정이며, 그것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순간 하나하나가 쌓여 무대 위의 시간이 진짜가 되고, 저도 그런 ‘진짜’의 모먼트를 즐기기 위해 오페라를 보러 갑니다.
유학 때 배운 스승의 성악 비법 3가지를 귀띔해 주신다면?
제일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알렉산더 테크닉입니다. 몸에 불필요한 힘을 빼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는데, 매주 선생님께 몸의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신체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성악 레슨은 항상 추상적일 수밖에 없어 몸을 어떻게 쓰는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 점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는 노래할 때 반드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하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전하려는 말을 마음속으로 떠올리면 몸이 자연스럽게 노래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기술에만 치중하지 말고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세 번째는 항상 노래를 100%의 힘으로 부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음정을 전력으로 부르다 보면 정작 중요한 아리아에서 체력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체력 분배를 현명하게 하여 몇 시간씩 이어지는 오페라를 끝까지 완주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도이체 오퍼 <Die Zauberflöte> Pamina 역
소프라노 문혜영, Soprano Hye-Young Moon
-서울예술고등학교 실기 우수 졸업
-서울대학교 성악과 장학생 입학
-2020년 미국 줄리어드 스쿨 Master of Music 장학생 입학 및 2022년 Artist Diploma 합격
-줄리어드 재학 중 Anne Trulove <The Rake’s Progress>, Agilea <Teseo>, Euridice <L’Orfeo> 역
-Liederabend로 뉴욕 Lincoln Center의 Alice Tully Hall 데뷔
-2022 Deutsche Oper Berlin 솔리스트 선발,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외 Die Fiaker Milli, Frasquita, Pedro 등 다수의 역할로 유럽 데뷔.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의 모래 요정과 이슬 요정으로 Oman의 Royal Opera House Muscat 데뷔
-2023/2024 시즌 Rossini의 오페라 <Il viaggio a Reims>에서 Contessa di Folleville, Adams <Nixon in China>의 Premiere에서 Madame Mao로 열연, 밤의 여왕 등 공연.
-2023-2024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으로 순회 공연 참여
-2024/2025 시즌 도이체 오퍼 베를린에서 Verdi의 <Rigoletto> 한국인 최초로 타이틀 롤 Gilda 데뷔, 그 외 Pamina, Madame Mao, Contessa di Folleville, Fiaker Milli 다수 출연.
-4년 연속 밤의 여왕 역할 역임.
-Staatsoper Unter den Linden 에버딩(Everding) 프로덕션 밤의 여왕 데뷔.
-스위스 베른극장 Buehnen Bern의 새 프로덕션 Arabella에서 Die Fiaker-Milli로 출연.
-Frankfurt(Oder)와 폴란드의 Bydgoszcz Festival에서 Philharmonia Pomoroska와 Carmina Burana 소프라노 솔리스트로 협연, 9월에는 헨델의 메시아 소프라노 솔리스트로 공연 예정.
-2026년 5월 Berlin Philharmonie에서 Philharmonischer Chor Berlin, Brandenburgisches Staatsorchester Frankfurt와 Carmina Burana 소프라노 솔리스트 협연 예정
-2025/2026 시즌 예정 공연은 밤의 여왕, L’italiana in Algeri의 프리미어에서 Elvira역 외 Garsenda, Hirt, Blumenmaedchen, Barbarina 공연 예정.
국립오페라단 <Die Zauberflöte> 밤의 여왕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