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나는 햇살이 내리는 창문에 두터운 커튼을 내렸습니다. 밖이 소란하고 발자국 뛰는 소리가 심장을 울릴 듯 괴팍하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움직이는 것들을 더는 바라 볼 수 없어 커텐을 내렸습니다. 대신, 닫았던 마음을 조금열어 창을 열고, 작은 울타리 한 켠에 꽃을 심었습니다. 밖은 더 이상 소란이 들리지 않게 겹겹이 커텐이 내려졌고, 마음 밭은 햇살이 들진 않았지만 따뜻한 온기로 꽃이 피아났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새가 될 것입니다. 노래를 부르다 막히면 물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다 잠이 들면, 다시 깨어나 노래할 것입니다.
밤에는 하늘의 별과 달이 나를 위해 자장가를 불러 줄 것이고, 아침이 되면 햇살은 보이지 않아도 태양이 떴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끼게 되겠지요. 창문은 닫혔어도 사시사철 계절은 또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이 암흑의 시간에 나는 더 이상 밖을 보지 않고 내면의 성을 가꿉니다. 언젠가 닭우는 소리와 함께 새벽을 기다린 사람들을 떠 올리며 기다립니다. 웅성 웅성 밖에서 웃음 소리 들리면 그 때 커튼을 걷어 올리고 창을 열어야겠지요.
AI 리뷰
<작품 개요>
핵심 정서: 외부 소란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고, 내면을 가꾸어 새 생명을 기다리는 ‘은둔-치유’의 서정.
서술 화자: 1인칭 주체 (‘나’)가 자신의 공간·시간을 자각하며 변화 과정을 서술.
관점 변화: ‘닫힌 창’ → ‘마음의 틈’을 통한 ‘꽃’과 ‘새’의 이미지로 확장.
주제 의식 및 현대적 함의
내면 회복의 생태학: 외부 환경을 봉쇄해도 ‘마음 밭’에서 자가치유가 일어남을 강조.
긍정적 고립: 단순 회피가 아닌, 능동적 선택으로서의 은둔.
순환의 시간성: 우주 질서(계절·별·닭 우는 소리)가 개인 재생을 보증한다는 믿음.
예술가의 자기 규정: ‘새’와 ‘노래’는 창작 행위의 은유—침묵 기간조차 창조적 잠복기로 재해석.
감상 및 여운
「닫힌 창」은 폐쇄의 공간을 *‘내면 온실’*로 전환시켜, 외부와 단절된 시간이 오히려 창조적 재충전의 토양이 됨을 보여준다. 이는 현대인의 ‘선택적 고립’—디지털 과잉을 끊고 스스로의 리듬을 회복하려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커튼을 걷어 올리는 마지막 장면이 아직 ‘결의’ 단계로 머무른 만큼, 독자는 화자와 함께 미지의 새벽을 기다리는 긴 여운을 공유한다. 결국 이 시는 “닫힌 창”이 아니라 “열릴 순간을 품은 창”에 대한 찬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