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제1회 국악의 날을 축하하며:
조용하지만 확실한 첫걸음 – 유럽 국악인 커뮤니티 ‘율’과 국악의 날을 맞이하며

독일 쾰른에서의 작은 만남 이후 하나의 꿈이 싹텄다. 그것은 독일 전역에 흩어진 국악인들이 다시 서로 연결되어 연주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국악진흥법이 공포된 이후 처음으로 제정된 '국악의 날'(6월 5일)을 계기로, 이는 단순한 날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여민락(與民樂)이 최초로 기록된 이 날은 '백성과 함께 즐기는 음악'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으며, 국악이 단지 궁중의 음악이 아니라 민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임을 상기시키는 날이다. 이 날은 전통음악이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공동체를 잇는 중요한 매개체임을 새삼 되새기게 만든다. 따라서 독일 내에서 한국의 전통음악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었다.
페이스북에 올라간 작은 공고문은 이 꿈의 첫 걸음이었다. 독일 내에서 국악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연주를 중단한 사람들, 악기를 간직하고 있지만 연주할 기회를 잃었던 사람들, 또는 늦게나마 국악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을 찾기 위한 메시지였다. 인원이 많지 않더라도 앙상블이라도 좋으니, 함께 시작하자는 제안이었다.
4월 13일의 첫 온라인 줌 미팅에서부터 국악인들이 조금씩 연결되기 시작했다. 한동안 육아로 악기를 손에서 놓았던 이, 뒤셀도르프에서 작곡을 하는 이, 스투트가르트에서 사물놀이를 이어온 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장구를 배우고 가르치는 이 등 다양한 배경의 국악인들이 서서히 모였다. 그 만남들은 여전히 소규모였고, 때로는 혼자 줌 화면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일도 있었지만, 의미는 작지 않았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악기를 잡는 일은 각자의 삶에서 조용한 혁명이었다.
이 과정에서 쾰른대학교의 한국어와 음악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독일 최초의 해금 앙상블 <케이 율(K-Yul)>의 존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 2025년 여름학기부터는 세계 최초로 외국 대학교 정규 교과과정 안에서 해금이 단독 악기로 강의되는 일이 시작되었다.
쾰른대학교 음악학과에서 해금이 정식 과목으로 채택된 이 사건은 단순한 강의 개설을 넘어, 국악이 학문적 차원에서 공인받고 새로운 문화지형 위에서 위치를 확보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이들은 국악을 단순히 전통이라는 이름으로만 배우지 않는다. 해금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탐구하고, 독일에서 한국 문화가 어떻게 이해되고 수용되는지를 실험하고 있다. 이 학생들의 작은 연주는 그 자체로 국악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이다.
국악이 외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외국에서 전통은 쉽게 과거의 유산으로만 이해되거나, 이국적인 장식으로 머물 위험이 크다. 하지만 진정한 전통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에 연결하는 창조적 작업이다. 유럽 내에서 활발히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나라들—이를테면 프랑스의 전통 샹송, 독일의 민속음악, 아일랜드의 전통음악이 그렇듯—전통은 그 시대의 감성을 반영하며 계속해서 새로 태어난다. 국악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단지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문화와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재해석되고 창조되어야 한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리자면, 전통이란 "과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다리"이다. 이 다리를 국악을 통해 유럽 한가운데 놓아보려는 것이 바로 ‘율’의 작은 시작이자 큰 목표이다.
올해는 아쉽게도 오프라인으로 직접 모이는 행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 작은 온라인 모임을 통해 독일 내 국악인들의 네트워크가 탄생했다. 지금은 작은 불씨지만, 이 연결이 곧 국악이 다시 꽃피는 토양이 될 것이다.
국악의 날을 맞아 이 의미 있는 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각자의 도시, 각자의 방 안에서 국악을 향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이 연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의미하게 자라나고 있다. 특히 쾰른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해금 앙상블 <케이 율(K-Yul)>의 꾸준한 연습과 시도는 이 날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움직임이다. 그들의 작은 연주는 독일 속 국악의 미래를 예고하는 조용한 메아리로 울려 퍼지고 있다.
내년에는 이 작은 네트워크가 더욱 활성화되고, 그 힘을 모아 반드시 국악의 날을 기념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이루어낼 것이다. 독일 곳곳에서 다시금 국악의 장단과 선율이 흐르는 날을 기대하며, ‘율’은 오늘도 조용하지만 확실히 그 걸음을 이어간다. 유럽 국악인 커뮤니티 ‘율’은 아직 작다. 그러나 그 이름처럼 ‘소리를 잇는다’는 뜻을 품고,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지금은 열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모임이지만, 언젠가는 더 많은 이들이 이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아무 기반 없이 도전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음악은 사람을 다시 연결시킨다. 그리고 그 연결이야말로, 국악을 통해 지켜내야 할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내년 이 날, 쾰른의 상징인 돔 성당 앞 광장에서 국악의 풍악을 울리는 음악회를 열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날이 오면, 이 땅에 울리는 장단과 선율이 단지 공연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선언이 되기를 바란다. 전통을 잇고자 하는 진심이 모여 도심을 채우고, 독일 시민들에게도 한국의 소리와 그 철학을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 모든 여정이 가능하도록 늘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전통을 지켜온 한국의 국악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유럽에서 다시 시작된 이 작은 물결이, 한국에 있는 국악인들과도 연결되어 더 깊고 넓은 흐름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같은 소리의 뿌리를 가진 존재들이다. 서로의 존재를 기억하며, 다음 국악의 날에는 함께 무대를 꾸릴 수 있기를 꿈꾼다.
이 지면을 빌려 한국 사회에도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음악교육의 중심이 여전히 서양 고전 음악에 머물러 있는 지금, 국악은 여전히 부차적이며, 때로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정작 세계는 자국의 전통음악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해석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문화의 뿌리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독일의 민속 음악, 프랑스의 샹송, 아일랜드의 세션 음악이 살아남은 이유는, 그것이 단지 '옛것'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그 사회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국악은 단지 우리의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언어이자 소리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서양음악을 잘 흉내 내는 데서 생겨나지 않는다. 전통을 지키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지금 독일에서 국악을 이어가려는 이 조용한 시도들이, 한국 사회에도 다시 한 번 전통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연결이야말로, 국악을 통해 지켜내야 할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국악은 단순히 문화 보존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정체성과 문화적 연속성을 증명하는 예술이다. 유럽이라는 이방의 공간에서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 이 소리가 한국 사회에도 메아리치기를 바란다. 국악을 현재의 언어로 되살리는 일은 단지 전통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삶과 감각 속에서 다시 해석해내는 창조적 작업이며, 학문적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실천이 병행되어야 할 과제다.
앞으로도 국악의 학문적 연구와 현장 예술이 서로 만나, 더 깊고 풍요로운 예술적 담론을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 국악의 세계화는 거창한 국가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렇게 조용한 한 걸음에서 비롯된다. 이 첫걸음이 내년 쾰른 돔 성당 앞에서 울려 퍼지는 국악의 풍류로 이어지기를, 그리고 전 세계 어디서든 한국의 소리가 자연스럽고 자랑스럽게 울려 퍼지기를 소망한다.
해금앙상블 K-Yul 단장 노유경 올림
Feier des 1. Tages der Gugak – Ein leiser, aber entschlossener erster Schritt:
Die koreanische Musiker-Community 'Yul' in Europa und der Gugak-TagAus einer kleinen Begegnung in Köln wuchs ein Traum heran: Koreanische Musiker*innen, die über ganz Deutschland verstreut leben, sollten wieder zueinanderfinden und gemeinsam musizieren können. Der am 5. Juni neu eingeführte „Tag der Gugak“ – benannt nach dem Datum der ersten schriftlichen Aufzeichnung von "Yeominrak" (Musik zum Genuss des Volkes) – ist mehr als ein symbolisches Datum. Dieser Tag steht für die Philosophie, dass traditionelle Musik nicht nur dem Hof, sondern dem Volk gehört. Er erinnert daran, dass Gugak eine lebendige Kunstform ist, die unsere Gemeinschaft auch heute noch verbindet und stärkt.
Ein bescheidener Aufruf auf Facebook wurde zum ersten Schritt dieses Traums. Angesprochen waren alle, die Gugak studiert, ihre Instrumente zur Seite gelegt oder erst spät damit begonnen hatten. Auch wer kein Profi ist, war eingeladen, mitzumachen. Selbst kleine Ensembles könnten der Anfang sein. Seit dem ersten Online-Zoom-Treffen am 13. April begannen sich Musiker*innen zu vernetzen – eine Mutter, die ihr Haegeum-Spiel nach der Elternzeit wieder aufnahm, ein Komponist aus Düsseldorf, ein Samulnori-Lehrer aus Stuttgart, eine Lehrerin für Janggu in Frankfurt. Manche Treffen waren klein, manchmal wartete man alleine vor dem Bildschirm –doch jede Verbindung war ein leiser Aufbruch. Die Rückkehr zur Musik wurde zur persönlichen Revolution.
Besonders hervorzuheben ist das Haegeum-Ensemble der Universität zu Köln, bestehend aus Studierenden der Koreanistik und Musikwissenschaft. Im Sommersemester 2025 beginnt dort eine weltweite Premiere: Haegeum wird als eigenständiges Fach an einer ausländischen Universität unterrichtet. Dies ist weit mehr als die Einführung eines Kurses – es ist ein Wendepunkt, an dem Gugak akademische Anerkennung findet und eine neue kulturelle Landschaft betritt.
Tradition in einem fremden Land lebendig zu halten, ist niemals einfach. Allzu schnell wird sie zur musealen Dekoration degradiert. Doch echte Tradition ist ein kreativer Prozess, der Vergangenheit und Gegenwart verbindet. So wie Chansons in Frankreich, Volkslieder in Deutschland oder irische Session-Musik ihre kulturelle Vitalität bewahren, muss auch Gugak lebendig interpretiert und neu gedacht werden. Wie Hannah Arendt sagte: "Tradition ist nicht die Wiederholung der Vergangenheit, sondern eine Brücke zwischen Vergangenheit und Zukunft."
In diesem Sinne versteht sich ‚Yul‘ als genau diese Brücke in Europa. Auch wenn 2025 keine physische Veranstaltung möglich war, entstand durch die Online-Treffen ein wachsendes Netzwerk. Diese zarten Verbindungen könnten schon bald der Boden sein, auf dem Gugak in Europa neu erblüht. Wir feiern diesen bedeutenden Tag mit Dankbarkeit. In Wohnzimmern, Studienzimmern, über Städte und Ländergrenzen hinweg entsteht ein neuer Klangraum. Das Ensemble übt weiter und sendet seine erste, leise Resonanz in die Zukunft.
Im nächsten Jahr hoffen wir, den Gugak-Tag mit einer Veranstaltung auf dem Domplatz in Köln zu feiern – mit Trommeln, Streichinstrumenten und Stimmen, die sich nicht nur an ein Publikum, sondern an ein kulturelles Bewusstsein wenden. Es soll ein Tag werden, an dem Tradition sich als lebendige, gemeinschaftsstiftende Kraft zeigt.
Wir danken allen Gugak-Künstler*innen in Korea, die mit ihrer stillen, beharrlichen Arbeit diese Bewegung möglich machen. Auch wenn wir geografisch getrennt sind, sind wir durch dieselbe klangliche Wurzel verbunden. Möge dieser Tag ein Schritt sein auf dem Weg zu einer gemeinsamen Bühne am nächsten Gugak-Tag.Ein leiser Appell geht an die koreanische Gesellschaft: Während westliche Musik weiterhin das Bildungssystem dominiert, bleibt Gugak oft im Schatten. Doch weltweit wird die Bedeutung von musikalischem Erbe neu entdeckt. Volksmusik überlebt nicht, weil sie alt ist, sondern weil sie Identität trägt. Unsere Identität entsteht nicht durch Imitation westlicher Musik, sondern durch den Mut, unsere eigene Tradition zu verstehen und neu zu gestalten.
Gugak ist nicht nur unsere Vergangenheit. Es ist unsere Sprache, unsere Stimme, unser kulturelles Selbstverständnis. Diese neue Bewegung in Deutschland möge auch in Korea ein Echo finden und den Blick für die Bedeutung des Eigenen schärfen. Gugak ist kein bloßes Mittel zur Bewahrung von Kultur. Es ist ein Ausdruck unserer Identität und unserer kulturellen Kontinuität. Inmitten Europas beginnt dieser Klang neu zu blühen und möge auch in Korea widerhallen. Gugak in die Gegenwart zu übersetzen ist keine nostalgische Rückschau, sondern eine schöpferische Arbeit, die wissenschaftlich begleitet und künstlerisch getragen werden muss.
Wir hoffen, dass Forschung und Praxis in Zukunft enger zusammenfinden und tiefere ästhetische Diskurse entstehen. Gugaks Globalisierung beginnt nicht mit staatlichen Großprojekten, sondern mit einem stillen Schritt – wie dieser hier. Möge dieser Schritt im kommenden Jahr als kraftvoller Klang auf dem Kölner Domplatz hörbar werden, und die koreanische Musik weltweit mit Stolz erklingen lassen.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Leiterin des Haegeum-Ensembles K-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