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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On & Contemporary Classic -V

창작이 살아야 피아노가 살지요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피아니스트의 선곡 기준은 무엇일까?  수많은 독주회의 피아노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자 의문이다. 우선 피아니스트들은 외국 유학에서 자기가 배워 온 것들을 풀어 놓기에 바쁘다. 이 때에 한국 창작 곡을 넣는 경우가  과연 1%가  될지 의문이다. 

 

그러니까 스칼라티 ,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 쇼팽,  슈만,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 밤하늘의 별만큼이 많은 작품들은 평생해도 자기가 하는 것은 너무 한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것이 되버렸다. 

 

자기 나라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녹여 만든 피아노 모국어에 대한 인식과 개념 설정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창작 연주는 극소수에 그치는 것이다.  그러나 피아노가 서양 것이지만 이제는 우리 것이 되었고  세계 공통문법인 피아노는 바야흐로 우리 것을 담아내야 하는 K브랜드 시대다. 여기 선봉에서 창작을 리더해 온 단체가 이혜경 교수의 PIANO ON(피아노 온)이다. 

 

그간 20년 가까에 해 온 피아노 온의 작업들이 머지 않아 빛을 발하는 한류시대여서 이들이 더욱 진취적인 창작 세계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피아니즘의 또 하나의 축을 만들 수 있는  흐름의 변화가 오고 았는 것이다. 

 

12월 27일 이들이 펼쳐 내는 작품들이 관객은 물론 우리 창작 피아노사를 써가는 음악사에 기록을 넘어 명곡으로 가는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서구 모방을 뛰어 넘어 우리가 뉴노멀(New Normal)을 제시하는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 '한없이 부러운 문화의 힘'이 우리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남의 꽁무니를 쫒는 모방만으론 선진국이 못된다.

 

예술의 창조성이 벽을 깨고 쭈빗쭈빗 눈치보는  포퓰리즘에서 돌파력을 보여줘야 한다..  콩쿠르를 따고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혁신적 세계를 만들어내고 고안하는 발명 즉 작곡의 능력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복사본이 아닌 원본을 가지고 노는 세상을 만들어야 우리가 존중받는다. 케이팝. BTS,  아이들은 너무나  잘하는데 기득권 어른들이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선진국이 되는 것에 예술이 앞장서는 힘의 강력한 주도성,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정신이요 실행이다. K클래식이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이유이다.  

 

[Piano ON]

Piano ON은 중앙대학교 피아노전공 이혜경교수의 제자동문을 주축으로 결성된 피아노앙상블 연주단체로 'On'은 '온전하다, 지속되다, 무대에 올리다'라는 의미입니다.

2005년 창단 이후, 100여회의 연주회를 통해 300여곡의 레파토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창작곡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미래지향적인 기획으로 관객과의 신선한 소통을 추구합니다.

 

 

탁현욱

four sceneries from Norway for Piano (약 11분)

 

 이 곡은 노르웨이에서 볼 수 있는 자연 현상을 테마로 해서 쓴 곡이다. 노르웨이는 고위도에 위치한 관계로 겨울철에 해가 아주 짧게 뜨는 극야, 여름에는 거의 해가지지 않는 백야 현상을 보인다. 이 곡은 이러한 극지방에서 볼 수 있는 빛의 변화와 여러 현상을 묘사하였다.

 1악장은 여명 즉 해가 뜨기 직전을 묘사하였으며, 2악장은 해가 지기 직전의 모습을 묘사하였으며, 3악장은 백야에 대해 묘사하였다. 마지막 4악장은 극야, 즉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방과 같은 현상에 대해 묘사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진기한 극지방 풍경들을 피아노의 다채로운 화성과 음색으로 표현하려고 하였다.

 

박순영

피아노 솔로를 위한 ‘너에게로 가기까지’ (약 7분)

 

 음악을 짓겠다고 음렬일지 모를 순서로 적고보니 ‘레’가 없었다. 뭔지 모를 음향은 들리는데 그것이 정답인지 또 어떻게 도달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음악, 현대음악 너에게 가기까지 녹록치 않은 일상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울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나 또한 울적하구나. 알고 모르고는 내 영역 밖이니 그저 아우성이 몸 부림치는 대로 끄적거리기라도 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최혜연

포 핸즈를 위한 ‘빛나는 먼지’ (2022) (약 4분)

 

 세상에는 보이고 들리지 않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당연한 것들이 많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도 그렇다. 불편하지 않을 수록 더 느껴지지 않지만 알고 보면 감사한 것들이 많다.

 이 작품은 피아노가 소리를 내기 위해 존재하는 다른 요소들로 작품을 만들었다. 가끔 들리게 되는 ‘음’ 을 통해, 그 음을 이루는 많은 다른 요소들에 집중해본다.

 

이재구

함석헌 시 <내 집은 좁아요>에 의한 3개의 노래 (약 12분)

I. 내 집은 좁아요

II. 나는 가난해

III. 바위 틈 같은 내 방에 크신 님 오면

 

[I]* 내 집은 좁아요,

참 좁은 방이야요,

한 사람밖엔 들어앉을 수가 없어요

 

크나큰 부자집 바다같이 열어놓고

들끊는 손들 밀물처럼 드나들지만

내 집은 좁아서 골짜기 바위 틈 같아요

 

사랑 파는 미인의 사랑방에선

떠드는 웃음 소리 물결치듯 하지만

내 방에선 시내 같은 속삭임밖에 있을 수 없어요.

 

친구를 사랑하는 사람 넓은 응접실에

이 사람 저 사람에 넓은 낯 내지만

나는 집이 좁아서 한 사람을 기다려요.

 

[II]* 나는 가난해,

 
한 간 밖에 없는 좁은 방,

좁은 방에 단 하나인 님과 무릎을 겹쳐 앉지.

 

내 집은 어려워,

하나밖에 없는 그릇에,

한 알밖에 없는 능금을 담아드리지.

 

좁은 내 방에는

하나밖에 누울 자리가 없어요,

하나신 님 모신 담엔 누가 오거나 나는 몰라요.

 

앞뒷방에 옛 님 새 님 갈라 모셔두고

감쪽같이 가른 맘 안팎으로 골고루 주는 사람

제 맘엔 만족한지 몰라도 나는 더럽다 해요.

 

[III]* 바위 틈 같은 내 방에 크신 님 오면

나는 벅찬 맘에 몸 둘 곳조차 없어도

적으나마 통으로 드린 맘에 나는 기뻐요.

 

방 하나에 님 하나,

못생겼을망정 비늘조차 떼지 않은 통머리 맘.

 

아무리 크고 좋단들

이 사람 저 사람 앉던 자리에야

님을 어찌 앉으시랄꼬, 나는 못해.

 

아무리 맛있다기로

다른 입이 김이라도 쐰 것을

어찌 님께 드릴꼬 지극하신 님께 도려 욕이지.

 

내 집은 좁아요,

내 맘은 더욱 좁아요,

나는 맘이 좁아서 하나신 님밖엔 몰라요.

 

님 내 좁은 맘을 알아주시는 님,

떠듦을 싫어하시는 참스러운 님,

내 좁은 맘 깊은 속에 오시어 시내처럼 속삭여주셔. 

 

([I]*, [II]*, [III]* 은 작곡가에 의한 구분임)

 

 

연주 프로그램

 

최혜연 ‘빛나는 먼지’ for piano 4hands  ..... 염희선, 이태리

탁현욱 ‘4개의 노르웨이 풍경’ for piano   ..... 이혜경

서유라 '잔향' for piano  ..... 신정운

박순영 '너에게로 가기까지' for piano  ..... 이태리

이신혜 'Reflection' for piano 4hands  ..... 염희선, 이태리

이재구 ‘내 집은 좁아요’ for tenor & piano  ..... 정제윤, 신정아

 

Piano On & Contemporary Classic -V

2022.12.27.19시30분 삼모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