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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 리뷰] 오픈 된 독일 뒤셀도르프 슈만하우스

익숙한 세상과 하나씩 결별할 필요가 있다, 낯설게 하기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노유경 리뷰]

새로 오픈된 뒤셀도르프 슈만하우스

#낯설게하기

 

익숙한 세상과 하나씩 결별할 필요가 있다. 오감을 리세팅할 필요가 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도 있지만 익숙함이 주는 지루함과 소중함의 면역이 해체되고 중독될 수도 있다. “낯설게 하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벨기에 화가 르네 마그레트 (René Magritte 1898.11.21~1967.8.15)나 러시아 문학가 빅토르 시클롭스키 (Viktor Borisovich Shklovskii 1893. 1.24~1984.12.8)의 카드에 대응하여 다음 카드를 준비하여도 좋다. 도전이며 진실을 새롭게 정렬할 수 있는 기회는 새해 시작과 함께 자주 일어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낯설게 변하는 일상을 따라가기로 했다. 

 

[노유경 낯선오감]

 

사진1: 슈만하우스 빌커 거리 15

 

독일 작곡가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거의 다 아하! 누구인지 안다. 그러나 로베르트와 (독일어 발음 로베르트, 영어 발음 로버트) 클라라라고 호칭하면 조금 어색하다. 슈만은 성을 부르고 클라라는 이름을 불렀는데 우리는 이런 일상적 주어에 이미 익숙하다. 당시 슈만과 친교가 있었던 리스트와 브람스도 그들끼리는 프란츠 또는 요하네스 라고 호칭했을 터이다. 교육으로 배운 대부분 사람의 성을 이름으로 바꾸어 다시 설명하게 될 때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인물을 낯설게 지적하고 싶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말이다.

 

슈만의 도시 뒤셀도르프에서 낯설게 보기를 실천했다. 내가 사는 쾰른의 이웃 도시이고 기차를 타면 30분 만에 뒤셀도르프에 도착한다. 쾰른과 뒤셀도르프 관계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향했던 지역 갈등과 조금은 비슷하다. 영•호남의 갈등처럼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피를 봤던 사이는 아니지만 상대 지역을 비하하는 농담으로 각자의 도시에서 카니발 시즌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글쓴이는 직관적으로 쾰른을 전라도에 비유하고 뒤셀도르프를 경상도에 비교할 때가 종종 있다. 쾰른 사람들은 시끄럽고 정이 많다. 쾰른이 곡선이라면 뒤셀도르프는 직선 같은 도시 같다. 하지만 이방인은 두 도시가 모두 외국이라 평평한 마음으로 도시에 들어갈 수 있다. 

 

사진2: 슈만 부부의 피아노

 

달포 전에 다시 오픈된 뒤셀도르프 슈만하우스 (Schumannhaus Düsseldorf)를 알린다. 슈만이 태어나서 살았던 도시와 집이 여러 군데이므로 그가 머물던 집을 모두 슈만하우스라 부르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가 마지막으로 같이 주거하던 집이 뒤셀도르프 라인강변에 놓여있다. 슈만이 본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바로 전에 살던 집이다.

 

뒤셀도르프 Bilker Straße 15에 위치한 슈만하우스는 슈만 부부의 마지막 공동 주택이자 동시에 역사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주택이다. 1795년에 건축된 이 건물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슈만 기념관으로 사용되었으며, 개조 및 신규 증축을 거쳐 2023년 12월 1일 슈만 박물관으로 재개관했다.

 

사진3) 슈만 작곡 친필 기초 작업

 

슈만은 음악 감독으로 부임하여 1850년 9월 1일부터, 독일 서부 라인강에 놓인 뒤셀도르프 (Düsseldorf)에 살았고, 이곳 Bilker Straße 15에는 1852년부터 1854년까지 살았다. 이 집은 슈만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아파트였으며, 이후 1854년 본 (Bonn) 근처 엔데니히에 있는 정신 요양원에 입원했다. 뒤셀도르프에서 활동한 3년 반 동안 그는 라인 교향곡(Rhenish Symphony)으로 알려진 3번 교향곡 E장조를 포함하여 그의 작품의 3분의 1 정도를 이곳에서 작곡했다. 슈만의 막내 아들 펠릭스 (Felix)가 1854년 이곳에서 태어났고, 남편 슈만이 정신 요양원에 들어간 이후에도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은 1855년까지 자녀들과 함께 이 집에서 살았다. 그 후 슈만 가족은 포스트 슈트라세(Poststrasse)로 이사했다. 

 

사진4) 클라라 슈만의 백조털 가운

 

1층과 2층에 걸쳐 확장된 슈만 가족의 아파트는 2023년 12월 1일부터 슈만 박물관으로 오픈되었다. 개조 비용은 약 770만 유로라고 한다. 박물관에는 슈만의 책상과 피아노, 클라라의 백조 모피 가운과 리스트에게 선물 받은 반지 같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같은 동시대에 교류하며 친분이 있었던 슈만, 리스트, 브람스 중에 음악적인 형식 때문인지 리스트가 가장 후대 사람일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스트가 브람스 보다 나이가 많다. 슈만이 가장 형님이고 리스트가 슈만 보다 한 살 어리고 브람스가 가장 후배이다. 

 

로버트 1810-1856

프란츠 1811-1886

요하네스 1833-1897 

클라라 1819-1896

 

사진5) 슈만의 자녀 7명

 

금슬 좋은 부부에게 자식이 많이 있는 것처럼 어르신들이 말하지만 자식 숫자가 부부 사이를 좁혀주는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슈만과 클라라에게는 자식이 7명이나 (원래는 8명이나 한 명은 요절했다) 있었다. 슈만은 클라라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7명 자식의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정신병동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정신쇠약이 아이러니하게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글로벌 멜로디를 직조했다. 슈만이 자살 시도 했던 라인강은 오늘따라 짙은 회색이었다. Symphony No.3 Op. 97 라인교향곡 제1악장의 주제처럼 도도하고 빠른 라인강 물결을 쳐다보면서 낯설게 하기는 반대 방향으로 총총 걸었다.

 

사진6) 슈만이 자살하려 했던 라인강 (뒤셀도르프)

 

정보:

슈만하우스 빌커 거리 15는 찾기 쉽습니다. 뒤셀도르프 중앙역에서 나와 라인강변 방향으로 20분 정도 직선으로 걸으면 됩니다. 도시를 느끼기 위해 걷기를 추천드립니다.

주소: Schumann-Haus Düsseldorf, Bilker Straße 15 

입장료: 어른 4유로, 어린이 청소년 18세 무료, 해피아우어 오후 4시 부터 무료, 일요일입장 무료 

오픈 시간: 화요일-금요일 11시 부터 17시, 토요일 오후 1시 부터 오후 5시까지, 일요일 오전 11시 부터 오후 5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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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유경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쾰른대학교, 아헨대학교 출강, 음악학박사, 공연평론가, 

한국홍보전문가, 독일/서울 거주, Ynhovon1@uni-koeln.de, 인스타그램: Hangulma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