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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즉흥 (extemporization)과 변주(variation)

하서 신혜경의 '움직이는 모순(Moving Paradox)'에서 영감도 받고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별 걱정없이, 별 대책 없이, 별 계산 없이 산다.  한심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확정되지 않은 그 무엇에서 호흡하고, 꿈틀거리고, 생명이 피어난다. 이러다 보니 즉흥성이 강해졌다. 난 시인이 아니니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스케치하는 기분으로 쓴다.  놀면 뭐하니?, 쉴세없이 끄적인다.  그래도 작곡가들의 높은 공력으로 쓴 곡들이 잘 나왔다. 교과서에도 실리고 저작권도 나온다.

 

즉흥 스케치가 낳은 작품들과 작곡가  

 

한지영, 그리움도 행복이어라 

 

(1)'그리움도 행복이어라', 한지영 작곡가는 대학 후배다. 한창 정덕기 작곡가와 ‘와인과 매너’, ‘된장’ ,‘김치’ 시리즈를  할 때인데,  좀 미안한 감이 들어 블로그에 올려 놓은 것을 하나 전했다.  생각치도 않게 동호인들의 애창곡 1번이 됐고 나의 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가곡이다. 

 

성용원, 간장 

 

(2)하루는 성용원 작곡가와 남부터미널 근처에서 점심을 하다가 '선생님, 저도 뭐 하나 주세요! ' 하길래 바로 점심이 끝나고 길건너 PC방에서 즉석에서 쓴 것이' 간장' 이다. 다음 날 곡이 나왔다. 가사가 ‘이 싱거운 놈아’로 시작하는데, 우리가 그런 입장이 되버린  것 은 아닐까? ㅎㅎ 

 

안현정, 오래된 정원 

 

(3) 지금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중인  안현정 작곡가를 그의 작곡 발표회를 보고서 이 작곡가 앞으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대접을 받았으니 답례로 뭔가  하나 주어야 겠다는 생각에서 건낸 것이  ‘오래된 정원’이다.  순천에 갔을 때 페허가 된 뜰이 있는  정원을  보게 되었는데, 상경해서 컴퓨터 앞에 앉으니 잔상이 떠 올라 웟샷에 쓴 것이다. 교과서에도 실리고, 정가 하윤주가 방송에서 부르면서 가객들이 많이 불러 정가의 교과서가 된 기분이다. 

 

김한기,  강건너 불빛이 더 아름답다 

 

(4) '강 건너 불빛이 더 아름답다'는  지방의 한 호텔에서 1박 할 때  쓴 것이다. 김한기 작곡가는 20년 전쯤인가? 비발디 사계로 유명한 이무지치가 내한 했을 때 그의 '고향의 봄'을 연주했다. 필자는 팜플릿에 축하 글을 썼다.  그러다  K클래뉴스에 올린 것을 보고  곡을 쓰고 싶다고 하여  바이올린 곡을 부탁했는데 가곡이 나왔다.  애초에는 굿스테이지 송인호 대표가 음원 하나를 만들고자 시작한 것인데 일이 커졌다. 극본과 무용, 감독에다 드론이 뜨고, 예산도 많이 들었다. 독립영화에 출품할 것이라 한다. 

 

김한기, 눈 

 

(5) 엊그제는 눈이 많이 내렸다. 2024년  K클래식 작품을 위해 작곡가들에게 위촉장을 보내려 우체국에 갔다 돌아 오는 길에  혼자서 커피를 마셨다. 창밖을 보는데 손이 움직여 5분 만에  '눈' 이 나왔다.  그 날 밤에(11일) 메일로 김한기 작곡가에게  보냈다.  카톡(14일)으로 PDF 악보가 날아 왔다. 한 자의 수정도 없이 완성된 곡이다.  한국 가곡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박미자 교수에게  헌정할 생각이다. 이처럼  시 하나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바다 깊숙한 바위에 멍게 ,해삼, 산호초가 엉켜있듯이, 이게 융합 콘텐츠로 가는 세상이다.  소비자의 눈과 입맛이 달라졌다. 요리사들도 시스템과 호흡으로 융합의 비빔밥을 만들 때 효율성과 생산성이 올 것 같지 않은가? 수신이 좋은 안테나가 생존을 위한  송출도 좋을 것 같다. 

 

K클래식 미술과의 융합점 찾아 나선다 

 

그래서 주소지를 미술 동네로 옮기는 것은 흥미롭다.  지난해  '프리즈서울'은 발 뒤딜 틈이 관람객이 많았다.  특히 20대~30대들이 주축이고 강남부자들이  다 모인듯 했다. 산업계 통계를 보면, 클래식은 항상 서열이 꼴지고 너무 빈곤하다. 이같은 빈곤의 악순환 생태계가 하루 아침에 바뀔리는 없지만  더 나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제 돈 놓고 퉁수를 부는 셀프 콘서트를 벗어나는 길은 없을까?

 

그래도 미술 동네는 좀 다르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 것을 팔고 있다. '펀(pun)&판(pan) 갤러리를 하나 만든다'. 물론 온라인이고  머지 않아 메타버스로  옮겨 탈 것이다. 창작에서 중요한 '즉흥과 변주'  잘 살려 장르 융합의  데이터를 구축해야겠다. 그림과 음악에서 AI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미술 시징과의 교감을 통해 향후의 생존과 비전을 모색해 본다. 

 

 

 

                             하서 신혜경의 '움직이는 모순(Moving Parad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