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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작곡 김정훈 대본 오페라 ‘맥의 신화’

강원오페라앙상블, 지역 소재 발굴 창작 오페라에 의욕 불태운다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탁계석 노트>

 

지역마다 지역의 향토성과 역사에 바탕을 둔 창작 오페라 제작이 한창이다. 오랫동안 서양오페라 수입을 통해 성악가들이 많이 길러졌고, 그 결과 세계 최다 콩쿠르 우승 국가가 된 만큼 이제는 우리 것을 들여다 볼 시간이 왔다는 인식이다.   

 

아직은 이같은 창작 소재 발굴에 지원 기관의 눈이 크게 뜨였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작품 제작을 끌어 가는 오페라단들의 눈물 어린 땀이 묻어 나는 것이어서 더 많은 지원자들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필요적 시간과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선결과제가 있다. 돈을 적은데 요구는 높은 오늘의 관객들에게 어떻게 그 내용과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가 숙제인 것이다. 

 

강원오페라앙상블 오성룡 단장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번 작품의 결과가 지속적이고 더 확장성을 갖기 바라며,  많은 창작 오페라를 낳은 신동일 작곡가와 김정훈 작가의 콤비가 잘 이뤄지고 출연 성악가, 연출, 무대 등이 융합하여 좋을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바란다.   

 

<작가의 변> 

 

맥국은 현재 사학계에서도 역사적 사료나 근거가 미비하여 그 존재유무가 확실히 증명되어있지 않은 역사이다. 본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된 것이 아닌 허구와 가상 상상력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임을 밝혀둔다.

 

본 작품은 역사 속에 묻혀있는 맥국의 전설 혹은 설화를 모티브로 착안 하였다. 역사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그리스 신화가 서구의 정신세계에서 많은 영향을 미쳤듯 신화, 전설, 민담을 바탕으로 극을 만드는 것은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서만 극 (혹은 이야기)을 만드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에 본 작가는 민담에 떠도는 맥국에 관한 설화 혹은 민담, 지명, 구전되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오페라 ‘맥의 신화’를 극화 하였고 이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가공의 내용임을 다시 한 번 밝혀두는 바이다.

 

맥국의 마지막 왕으로 설정한 태기왕은 무남독녀인 신영공주의 아버지로 맥국의 마지막 왕이다. 그 옛날 춘천 인근을 중심으로 살았던 맥국은 평온하고 온화한 나라였다. 봄이면 강을 따라 뗏목이 지금의 서울로 흘러갔고 여름엔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가을이면 산과 들에서 많은 곡식과 산나물을 채취하였다. 이렇게 평온하고 즐거운 나날들 속에 살았던 맥국은 신라의 침공으로 그 최후를 맞게 된다. 이 맥국의 공주인 신영공주와 젊고 건장한 슬기장군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와 맥국과 신라의 전쟁, 그리고 맥국의 패망을 모티브로 오페라 맥의 신화를 극화 하고자 하였다.  

 
오페라 ‘맥의 신화’시높시스  작가 : 김정훈

 

신영공주와 슬기장군, 이 둘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으며 어린 시절부터 정혼을 약속한 사이다. 한명은 이 나라의 공주이며 또 한명은 이 나라의 귀족집안의 아들이다. 성인이 된 이 둘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간다. 그러나 얼마 후 신라군과 맥국은 전쟁을 하기에 이른다. 신라군은 맥국의 공녀 300명과 신영공주는 신라의 왕의 후궁으로 가는 조건을 제시한다. 이는 매우 굴욕적인 조약으로 맥국은 결국 이 제안을 포기한다. 맥국은 신라와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결정하고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한편 신영공주는 정혼자인 슬기장군과 맥국의 미래와 전쟁으로 피폐할 맥국에 대해 걱정을 한다. 그러나 슬기장군은 반드시 신라군을 물리치고 신영공주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맥국은 신라의 막강한 군사력을 정면승부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지형이 유리한 삼악산성을 요새로 하여 신라군과의 전쟁을 치르기로 결정한다.  

 

삼악산성은 천해의 요새로 1명의 군사가 100명의 적군을 막을 수 있는 곳이었다. 삼악산성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난후 맥국은 신라군과의 산성 전투에서 연전연승을 거둔다. 이에 태기왕은 삼악 산성 전투에서 승리한 우장군과 슬기장군 그리고 맥국의 백성과 병사들에게 연회를 개최한다. 이 연회에서 태기왕은 전쟁이 끝나면 슬기장군과 신영공주의 혼례를 올릴 것을, 아울러 자신이 죽으면 신영공주가 맥국을 통치할 새로운 여왕이 될 것을 선포한다. 이에 후궁허씨는 태기왕에게 자신의 아들인 신기왕자를 왕위에 올려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나 이는 묵살된다. 이에 후궁 허씨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어떻게 하든 신기왕자를 맥국의 왕위에 앉힐 것을 다짐한다. 이에 후궁허씨는 신라장군 이정과 결탁하고 신기왕자를 왕위에 올릴 계략을 꾸민다. 결국 이들의 결탁과 계략, 그리고 후궁허씨의 배신으로 맥국은 망하게 한다.

 

한편 이들의 결탁을 모르고 있던 태기왕은 슬기장군으로 하여금 산성을 나와 신라군과 전면전을 펼치게 한다. 그러나 이는 신라군의 계략이었다. 신라군은 맥국을 속이기 위해 꾀를 내어 병사들의 옷을 빨아 바위에 걸어 말리며(의암) 전쟁에 지친 것은 물론이고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는 것처럼 위장한다. 이에 맥국은 산성을 나와 의암에서 신라군과 정면으로 맞선다. 그러나 신라군의 계략에 빠진 슬기장군은 위기에 처하고 끝내 전사한다. 한편 산성 또한 후궁허씨의 배신으로 성문이 열리고 신라군이 산성을 넘는다. 이에 우장군은 산성이 무너졌음을 태기왕에게 알리고 산성을 버리고 훗날을 도모 할 것을 간청한다. 이에 태기왕은 신영공주를 애타게 찾아 함께 가기를 희망하나 신영공주는 혼란 속에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태기왕은 슬픔을 머금고 산성을 버리고 탈출한다. (정선의 한 산으로 도망을 가게 된다. 그 산을 훗날 태기산이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다.)

 

한편 삼악산성을 접수한 신라 이정장군은 후환을 없애고자 후궁허씨와 신기왕자 그리고 흑마장군을 제거한다. 이정은 신영공주를 생포하여 신라로 데려가고자 한다. 신영공주를 신라왕의 후궁으로 받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이정은 부하들에게 신영공주를 찾을 것을 명한다. 마침내 절벽위에 서있는 신영공주를 발견한 부하가 이를 이정장군에게 알린다. 급히 절벽으로 향하는 이정장군, 한편 그 사이 슬기장군의 영혼이 신영공주를 찾아와 신영공주와의 영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얼마 후 절벽에 나타나는 이정장군은 신영공주를 발견하고 신영공주에게 신라왕의 후궁이 되면 신라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득과 협박을 가한다. 그러나 신영공주는 신라왕의 후궁으로 가느니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의 뒤를 따라 죽음을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마침내 신영공주는 사랑하는 슬기장군 곁으로 떠나기 위해 결국 바위에서 투신하여 최후를 맞이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