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경 시 순례] 두충나무가 있는 풍경
K-Classic News 석연경 시인 | 두충나무가 있는 풍경 석연경 장마가 오신다 그 겨울 빈 가지였던 두충나무는 물빛 차오르는 칠월에는 무성하신가 진눈깨비 맞던 비구니 작고 낡은 털신은 이제 긴 처마 아래서 뽀송한 채 빗소리를 듣고 있는가 극락전 옆에서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던 관음석불은 함박눈에나 장맛비에나 합장 한 번에 중생 소원 다 들어주고 있으신가 그 겨울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묵묵히 경내를 지키던 두충나무 빈 가지에 잠시 머무르다 간 새 한 마리 푸른 날개를 다듬다가 천둥소리에 사무쳐 머나먼 산 너머 두충나무가 있는 풍경으로 날아가네 빗소리는 적막보다 환하고 석연경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푸른 벽을 세우다』가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
- 석연경 시인 기자
- 2023-07-21 0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