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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경 시 순례] 두충나무가 있는 풍경

K-Classic News 석연경 시인 |

 

 

두충나무가 있는 풍경

                         석연경

 

장마가 오신다

그 겨울 빈 가지였던 두충나무는

물빛 차오르는 칠월에는 무성하신가

 

진눈깨비 맞던 비구니

작고 낡은 털신은

이제 긴 처마 아래서 뽀송한 채

빗소리를 듣고 있는가

 

극락전 옆에서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던 관음석불은

함박눈에나 장맛비에나

합장 한 번에

중생 소원 다 들어주고 있으신가

 

그 겨울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묵묵히 경내를 지키던

두충나무 빈 가지에

잠시 머무르다 간 새 한 마리

 

푸른 날개를 다듬다가

천둥소리에 사무쳐  

 

머나먼 산 너머

두충나무가 있는 풍경으로 날아가네

빗소리는 적막보다 환하고

 

석연경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푸른 벽을 세우다』가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