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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리뷰] 비폭력 저항의 단식같은 대피리의 울림

무대 위의 악기들은 한가족처럼 울렸다.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2023 진윤경, 렉쳐 콘서트 <북한의 피리와 한민족음악의 디아스포라>

장소: 예술의 전당 인춘아트홀

피아노: 고희안

타악: 양재춘

북한대피리: 김수일

사회: 윤중강

향피리, 태평소: 진윤경 

 

 

한의 피리와 한민족음악의 디아스포라 개최

 

2023년 3월 21일 예술의 전당 인춘아트홀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진윤경을 중심으로 피아노 고희안, 타악 양재춘, 북한 대피리 김수일, 사회 윤중강으로 이루어진 피리 렉쳐 콘서트 „북한의 피리와 한민족음악의 디아스포라“ 가 개최되었다. 오늘 렉쳐 피리 콘서트의 주인공은 <대피리>이다. <대피리>를 검색해 보면, 제일 먼저 뜨는 개요 속에 이렇게 적혀 있다. „1962년 3월 11일 김일성 주석의 지시 하에 시행된 북한의 악기 개량으로 국악기 피리의 단점인 좁은 음역대와 반음 연주를 해결하기 위하여 키 (Key)를 달고 길이를 늘려서 만든 피리의 계량형이다“ <북한의 피리>라고 명칭한 이 피리가 바로 <대피리>이다. 

 

우리는 피리의 종류에는 세피리, 당피리, 향피리가 있다고 교과서에서 배운다. 우리가 익힌 피리 종류에 속하지 않은 <대피리>는 비단 다른 피리보다 크기 때문에 이렇게 <대피리>로 명명되었구나 할 것이다. 이것은 맞기도 하고 또 틀리기도 하다. 

 

분단 이후 남과 북은 각각 이란성 쌍둥이로 성장했다.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등 전반적인 예술 분야와 그와 함께 정제된 일상 생활은 시간과 함께 남과 북의 „다름“ 공통분모를 생성시켰다. 외부의 영향에 낯가림이 심하다 알고 있는 북측이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을 전통으로 보존하지 않고 새로운 개량에 남한보다 적극적이다. 악기의 경우가 이러한데 남한이 전통을 거의 변함없이 전승하는 방면, 북한은 민족 대량 악기를 만들고 서양 악기를 입양하여 내 자식을 만드는 작업에 노력을 박차했다. 이러한 백그라운드를 등에 업고 탄생한 개량국악기가 오늘 김수일이 연주하는 <대피리>이다. 

 

핏줄을 따지거나 조상을 따지는 경우에 기준이 되어야 하는 요소는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조강지처가 낳지 않은 아이가 내 자식으로 여겨지거나, 입양한 자식을 엄연히 제 자식으로 여긴 다는 사실 등을 말한다. <향피리>를 <대피리>라고 명한 적이 과거에 있었다. 이미 고려 시대 명명된 <당피리>와 그 이후 <당피리>와 구분하기 위해 <향피리>라고 명명된 <향피리>의 소리와  60년 전에 개량된 북한 <대피리> 의 역사와 역할은 이 번 렉처 콘서트의 키워드였다. 약 60년 환갑 나이가 된 대피리는 개량악기의 고향을 떠나 이미 전통을 구축하고 있다. 

 

관중들의 목마름을 해소시킨 콘서트 

 

탁성이 거칠게 포효하는 힘찬 소리와 미성의 아름다움을 자아낸 향피리 연주 진윤경은 동양과 서양의 두들김을 병행한 반주 양재춘과 함께 그리움을 표하는 수심가, 서도 민요를 연주했다. 흘러가다 방해하지 않고 마치 동지처럼 협업하는 고희안의 피아노 재즈 선율은 향피리와 타악기 흐름에 슬그머니 동행한다. 북한 악기라고 소개된 „대피리“는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일본과 평양에서 대피리를 공부한 김수일에 의해 소개되고 연주되었다. 사회 윤중강은 여러 각도로 김수일에게 질문하여 관중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켰다. 연주 전 날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대피리 연주자 김수일은 한국음악 전문가를 비롯하여 „문외한“ 청중들의 질문에 모범생 답안지를 체출했다.

 

 

렉처 콘서트 리허설: 사진 윤중강 

 

북한의 악기 계량 알게된  좋은 계기 

 

북한의 악기 계량은 우리 것을 바탕으로 시도하고 용트림한 흔적이고 업적이다. 발 하나는 전통악기에 걸치고 다른 발 하나는 서양 악기에 걸쳐, 그 사이 중간 어디엔가 붙어있는 실정이라기보다 내 땅을 끝까지 고집하고 타협하려는 비폭력 저항의 단식처럼 느껴졌다. 장고와 병행한 타악기의 색채는 흑백으로 그려진 동양화에 적색과 노랑을 덧칠하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무대 위의 악기들은 한가족처럼 울렸다. 장고의 가죽과 심벌즈의 메탈소리 그리고 바람, 풍경, 유리소리는 한국음악 재료를 알려주는 레시피 책의 서문 같았다.  

 

클라리넷과 종종 비교되는 대피리는 엄연히 농음을 구사하는 겹리드 조상의 후손이다. 알버트 라비냑의 (Albert Lavognac 1846-1916) 주장에 의하면 겹리드를 갖은 악기들의 특징을 색청적으로 녹색에 비교했다. 마치 신호등 녹색의 허락함과 안정되는 편안함이 악기의 음색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면, 겹리드의 음악 속의 역할이 장르를 가르는 음악 일상의 종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남북한의 피리와 북한 개량 피리의 디아스포라 과정을 렉쳐 콘서트 형식으로 담아내어 한민족 예술의 일면에 과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피리 연주자 진윤경의 2022년 작년  렉처 콘서트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 악보와 그 음악을 만나다“ 의 큰 제목 „소생“을 이어받는 두 번째  매듭이다.

 

노유경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음악학학자, 독일 서울 거주, 쾰른대학과 아헨대학 강의. Ynhovon1@uni-koel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