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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기 화백, 파리 초대전 'poesie' 개최

은유의 시와 만난 간결한 붓질

내달 2일까지 프랑스 파리 ‘갤러리89’에서 선봬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

‘시를 사랑한 화가’로 널리 알려진 정창기 작가의 초대전이 파리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서예와 서양화를 접목시킨 것으로도 유명한 정창기 화백 ‘파리 초대전’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3월24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갤러리89에서 열린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89는 지난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poesie(시)’ 전시회를 통해 서예와 서양화를 접목해 그림을 그리는 성옥(星屋) 정창기(鄭昌基) 화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어릴 적부터 붓글씨를 써 온 정 화백은 30세 즈음 한글 서예의 대가인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문하로 들어가 작업을 이어 갔다.

40세 이후부터는 자신만의 선의 세계를 찾기 위해 먹 대신 유화 물감을 작품에 사용하는 등 서양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어 그 화폭에 시와 난을 끌어들여 시서화라는 동양적인 세계를 접목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의 작품은 서예 붓질에 유화 물감이 더해져 섬세하면서 부드럽고, 일반 유화 작품에선 발견할 수 없는 깊이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인화의 사의적(寫意的) 화풍이 엿보인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지난 전시에서 그는 김달진의 ‘열무꽃’, 김후란의 ‘자화상’,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최동호의 ‘불꽃 비단벌레’, 윤효의 ‘봄 편지’ 등 명시가 포함된 작품 30점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시와 그림과의 만남에는 시인이자 예술원 회원인 고려대 최동호 명예교수의 제안 또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림’이라며 시인들의 시를 적어 넣은 작품을 전시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결국 그의 작품은 동양의 붓으로 서양의 물감을 묻혀 그리고 만들어낸 붓글씨이자 서양화인 만큼 바로 시서화 일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난까지 더해지니 시서화란의 예술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평론을 통해 “중국 북송시대의 화가 곽희(郭熙)는 ‘그림은 소리 없는 시이고 시는 형태 없는 그림’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시와 그림이 결코 둘이 아니고 그것이 하나였을 때 그 빛을 발하며 이것은 진주와 같이 반짝이며 소중하다는 의미”라며 “정 화백의 작품은 비워두는 화면의 여백, 날릴 듯 붓 획의 삐침과 생략이 화면을 더욱 간결한 양식으로 완성시키고 있다. 특히 쓸쓸한 듯 비워둔 공간의 여백마다 난이 등장하여 난의 감추어진 고결한 품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결국 동양과 서양의 일체이며 합일이며 통합하는 아름다운 하모니의 세계다. 또한 화폭에서 시인의 맑은 심성과 정갈한 언어를 발견할 수 있다”며 “동양과 서양의 예술의 지평과 경계에서 그 정신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화로운 세계를 향하는 정창기 화가의 정신은  동양 문인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수묵산수에 갇히지 않고 서양의 채색 기법으로 그만의 화풍을 구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동호 시인은 전시회 초대의 글을 통해 “동양의 붓에 서양의 물감을 적셔 만들어낸 정창기 화백의 화폭은 섬세하면서도 부드럽고, 통상적인 서양의 붓으로 그린 거친 회화와는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동양과 서양의 경계선에서 그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창기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이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신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 국회 문공위원장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경기미술대전 심사위원, 서울시 미술대상전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평론]  은유의 시와 간결한 붓질, 경이로운 서양과의 만남  

 

중국 북송시대의 화가 곽희(郭熙, 1060~1080년경 )는 시와 그림에 관한 아주 명문을 남겼다 “그림은 소리 없는 시이고 시는 형태 없는 그림이다” 시와 그림이 결코 둘이 아니고 그것이 하나였을 때 그 빛을 발하며 이것은 진주와 같이 반짝이며 소중하다는 것이다.

 

정창기 화백의 시와 그림과의 절묘한 조우, 그 만남은 바로 이러한 시적인 높은 경지와 붓질의 아름다운 형상의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선을 그어 간다. 선명한 한삼모시 한 올 같은 선을 찾아서

어둠이 깊어 해가 떠오를 것 같지 않던 창에 빛이 스며든다

물안개가 속삭이듯 퍼지는 동창으로 미등 불빛 같은 난향이 스며 있다“

마치 동틀 무렵 새벽, 작가가 쓴 이 자서에는 작가의 모든 예술적 영혼과 영감,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정경이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정창기 작가는 ‘시를 가장 사랑한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미 지난 전시에서 김달진 ‘열무꽃’, 김후란 ‘자화상’,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최동호 ‘불꽃 비단벌레’, 윤효 ‘봄 편지’ 등 명시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 작품 30점으로 전시를 하면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창기 화가는 일찍 어릴 적부터 붓글씨를 써왔으며 서예의 대가이신 일중 김충현 작가의 마지막 제자로 서예의 세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더 새로운 예술세계의 욕심으로 서양화 재료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 화폭에 시와 난을 끌어들여 시서화라는 동양적인 세계를 접목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게다가 일찍이 작가는 월간 ‘난세계’에 10년간이나 그림을 연재했다 하니 그 열정과 이력 또한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시와 그림과의 만남에는 물론 시인이자 예술원 회원인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의 뜻밖의 제안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림’이라며 시인들의 시를 적어 넣은 작품을 전시해 보자고 제안해서 이 전시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그래서 이 작품들은 모두 동양의 붓으로 서양의 물감을 묻혀 그리고 만들어낸 붓글씨이자, 바로 서양화인 것이다. 바로 시서화 일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거기다 난까지 가세하였으니 시서화란의 예술이다. 이런 정창기 회화의 몇 가지 특징은 한없이 섬세하면서도 부드럽고 시의 간결한 상징과 응축 그리고 사유가 그대로 화폭에 묻어난다.

 

비워두는 화면의 여백, 날릴 듯 붓 획의 삐침과 생략이 화면을 더욱 간결한 양식으로 완성 시키고 있다. 특히 쓸쓸한 듯 비워둔 공간의 여백마다 난이 등장하여 난의 감추어진 고결한 품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독창적인 구성과 양식의 그림들은 서양의 붓으로 그린 거친 붓 처리의 회화와는 다른 품격과 질감을 보여준다. 이것은 결국 동양과 서양의 일체이며 합일이며 통합하는 아름다운 하모니의 세계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양화가들은 동양의 깊고 오묘한 동양미를 모르는데 이 그림들을 통해서 동양의 깊은 생략과 비어있음, 난초의 의미, 그리고 마침내 시인의 맑은 심성과 정갈한 언어를 정창기 작가의 한 화폭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당나라 때의 유명한 예술가, 문인이었던 소동파가 왕유(王維, 699~759)의 시와 그림을 보고 “ 그림 가운데 시가 있고, 시 가운데 그림이 있다” 라고 극찬 한 것처럼 우리는 왕유의 작품을 보듯이 그림과 시를 한 화폭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예술의 지평과 경계에서 그 정신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화로운 세계를 향하는 정창기 화가의 정신은 동양 문인화의 전통을 게승하면서 수묵산수에 갇히지 않고 서양의 채색 기법으로 정창기만의 화풍을 구축한 것이다.

 

최동호교수의 "이는 오랜 세월 서예를 연마한 정 화가만이 가능한 ‘법고창신’의 경지가 이러한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진정한 예술의 매력과 가치는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닐까?

 

김종근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