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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 리뷰] 서형민과 본 콩쿠르 - 포효하고 절제하는 음의 세계...-

2월 15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서형민을 만날 수 있다

K-Classic News 노유경 음악평론가 |

 

 

 

2021년 12월 2일, 열흘간의 피아노 릴레이가 독일 본  Bonn에서 개최되었다.  1차와 2차 관문을 통과하고 세미 피날레와 피날레를 거쳐 성화대에 횃불을 봉송한 피아니스트가 여기 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 서형민 (31. Hans Suh) 이다. 2005년에 발기된 독일 텔레콤 베토벤 국제 콩쿠르는 (International Telekom Beethoven Competition Bonn) 2년에 한 번 개최한다.  2021년 12월, 제 9회 베토벤 국제 콩쿠르의 우승자는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악대학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는 서형민이다. 그는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슈만 최고 해석상, 실내악 특별상 그리고 협주곡 최고 해석상을 수여 했다. 한국과 독일 인터넷 미디어에는 이미 서형민을 굵게 적어 기사화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도시 본 Bonn 중심에는 베토벤의 생가가 있다. 세계 음악인과 그를 사랑하는 여행객은 베토벤 도시 본 Bonn을 잊지 않는다. 통일 전, 도시 본은 서독의 수도였다. 그러나 본을 통일 전의 수도라고 명명하며 기억하는 독일인은 거의 없다. 대신 베토벤의 고향으로 본을 인증한다. 이곳의 시간은 1770년 베토벤의 탄생과 함께 정지되었을지도 모른다.

 

 

베토벤 콩쿠르는 마치 론도 형식처럼 펼쳐진다. 주 테마는 베토벤이고, 간 테마는 바흐부터 쇤베르크까지 음악사를 섭렵했다. 서형민 본인이 선택하고 배치한 콩쿠르 곡들을 살펴본다. 바가텔은 베토벤이 작은곡이라 명명한  (독일어로 Kleinigkeit) 소품들이다. 작다는 맥락을 허술하거나 대충하는 뜻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시 한 편의 응축성에 비교할 수 있다. (세미 피날레Ludwig van Beethoven Sechs Bagatellen op. 126) 또한 베토벤 소나타 6번은 (Beethoven Sonate Nr 6 F Dur op 10/2) 느린 악장이 없다. 그래서 모차르트 곡과 오버랩이 되기도 한다. 세미 피날레에 연주된 이 작품의 경쾌한 템포의 지속성 그리고 동시에 자아낸 명상적인 이미지까지 배려한 서형민의 음악적 교감은 마치 흐르는 물의 표면과 깊이를 동시에 표현하는 것 같다.

 

사진) Norbert Ittermann

 

 

마지막으로 우승을 가리는 피날레는 베토벤 본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베토벤의  5개 협주곡 중에 유일하게 단조로 작곡된 작품이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Beethoven Klavierkonzert Nr. 3 c-Moll op. 37: Beethoven Orchester Bonn, Hans Graf) 30세가 되던 베토벤의 새로운 비전을 녹인 작품이랄까?  피아니스트 서형민의 현재 나이 때문인지, 멜로디에 녹아있는 작곡가의 정서와 연주자의 정서가 마치 동기를 만나 열정을 토론하듯 깊숙한 내면세계의 심포지엄 같다.  피아노의 아르페지오는 하프의 음색이 되고 곧 껑충껑충 튕기는 반경을 정갈하게 뛰다가 오케스트라와 만난다. 클라리넷의 주제와 만난 피아노 선율은 종지를 향해 포효하지 않은 에너지를 옮겨놓는다. 서형민과 협연한 베토벤 본 오케스트라는 1907년부터 현재까지 장시간의 전통을 자랑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비롯하여 막스 레거, 힌데미트, 카를 뵘 그리고 쿠르트 마주어까지 내로라하는 유명인이 이곳에서 지휘했다.

 

서형민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베토벤을 뽑았다고 한다.  글쓴이는 이 글을 쓰기 전, 서형민과 온라인 미팅으로 간단한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가 받은 특별 관객상 (Sonderpreis Publikumsfavorit)에 글쓴이는 수긍이 갔다. 그의 피아노 소리와 음악을 취하는 그의 자세를 근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관객들은 특별 관객상 (Sonderpreis Publikumsfavorit)을 기꺼이 그에게 선사한 것이다.  

 

감각적인 음악과 정신적인 음악에 관하여 헤르만 헤세는 그의 책 [황야의 이리] 에서 언급했다. 눈앞에서 연주되는 곡 뿐만 아니고 실제로 연주되고 있지 않아도 계속 살아남는 불멸의 음악이 정신적 음악일까? 나의 고향에 손님이 되어본 적 있는가? 서형민의 베토벤 해석과 음의 파장은 시간을 공간으로 바꾸었다. 정지된 시간이 공간을 만들면서 이동했다. 베토벤 콩쿠르 조직위원회장 길리로프 교수의 말을 인용하자면, „본 콩쿠르의 목표 지향은 탁월한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베토벤 곡의 해석을 출중하게 표현하는 피아니스트“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인용: Prof. Pavel Gililov, 베토벤 콩쿠르 조직위원 회장)

 

예술가의 해석에 따라 재해석이 되는 것이다. 전자는 사랑을 받았고, 후자는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는 음악계의 뒷담화가 있다. 계명을 읽지 못하는 성악가 파바로티 그리고 곡 자체를 분석하고 종합하여 해석하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두 거장의 이야기다. 서형민의 베토벤 해석은 경위가 바르다. 씨실과 날실의 탄탄한 음악적 이음새를 장르에 맞게 짜고 있다. 나가면서 서형민 (2022년 1월 20일) 인터뷰를 인용한다. 그리고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에 감사하고 찬사를 보낸다.

 

 

그의 미국 유학 시절과 독일 유학에 관하여 차이가 혹시 있을까? 라는 우문에 서형민은 답했다.

“그때는 조금 어릴 때고, 지금은 조금 나이가 들었고요. 아마 그래서 그때와 지금이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공간이나 외부의 변화와 차이보다 본인의 내부를 검증하고 집중하는 본연의 일상을 함축한 현답이라 생각한다.

 

„저는 경쟁이란 말을 싫어합니다. 경쟁하려고 콩쿠르에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콩쿠르를 준비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싸움을 끊임없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성장하게 됩니다. „무조건 이겨야 해“„쟤를 떨어트려야 해“ 이런 생각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닙니다.“

 

오는 2022년 2월 15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서형민을 만날 수 있다. 

 

 

노유경박사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K-Classic 독일 쾰른 지회장, 한국예술비평가협회원,

독일 쾰른대학교 아헨대학교 RWTH강의

현재 독일 쾰른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