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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오늘의 시] 눈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창작노트]

 

지난달 서울 거리에 눈이 많이 내렸다. 우체국에 우편물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 커피숍에 들러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순간적으로 떠올라 크로버노트에 음성 녹음으로 3분 만에 나온 원샷시다. 

 

이를 '강건너 불빛이 더 아름답다'를 작곡한 바 있는 김한기 작곡가에게 보냈더니 역시 3일 만에 톡으로 PDF 악보가 도착하는 것이 아닌가.

 

즉흥시에 대응하여 즉흥 작곡(?)으로 작품이 나왔으니 이번 눈은 나에게 의미가 깊다. 명곡인 김효근의 '눈' 이후 많은 눈 작품들이 나왔는데 이 작품도 함께 불려졌으면 한다. 굿스테이지 송인호 발행인께서 나도 모르게 윤혁진 성악가와 기타아 연주가,사진 작가를 섭외하여 동영상을 제작하였으니 눈처럼 고운 마음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눈

                                      탁계석
 

이승을 떠난 발걸음 발걸음들
사박사박 눈이 되어 내린다

 

저 홀로 떠나버린 그리움이 
하얀 기도가 되어서 내린다

 

한 순간, 짧디 짧은 한 순간
머물다 간 세상의 하늘과 땅이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사뿐 사뿐 걸어 오시네 
고운 눈길 웃음 지으며
님이  오시네


산골짜기나 들이나
불빛 환한 자동차 거리나

 

낮도 밤도 없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도 없이 
순백의 군무로 내린다

 

지상에서 못다 나눈 이야기
가슴에 안아 보라고

 

사뿐사뿐 걸어 오시네
고운 눈길 웃음 지으며

님이 오시네 님이 오시네~

 

2024.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