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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희의 한국 고(古)음악] 세종대왕 작곡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

세종대왕은 작곡가이자 음악가였다

K-Classic News 문숙희 전문위원 | 

 

 

세종대왕은 ‘형벌보다는 예(禮)와 음악으로 다스리는’ 성리학적 이상국가를 꿈꾸며 친히 40여 곡의 노래를 작곡하였다. 세종대왕이 작곡한 노래들을 ‘신악(新樂)’이라고 하였는데, 이 신악은 세종께서 창안하신 기보법으로 기보되어 『세종실록』 끝에 악보로 수록되어 전해진다. 음악을 기록할 수 있는 이 기보법 또한 한글창제에 버금가는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세종대왕의 신악을 악보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세종대왕의 신악에는 조종(祖宗)의 무공을 칭송한 ‘정대업(定大業)’, 조종의 문덕을 칭송한 ‘보태평(保太平)’, 조선건국을 예지한 신비한 사건을 모은 ‘발상(發想)’ 그리고 <용비어천가>를 그대로 부르는 ‘봉래의(鳳來儀)’ 등 모두 4가지 모음곡이 있다. 이 모음곡들은 모두 춤을 수반하며 각각 하나의 대규모 공연물을 이룬다. 여민락은 그 중 <용비어천가>를 그대로 부르는 모음곡 ‘봉래의’의 첫 번째 노래이다.

 

세종대왕은 신악을 향악과 당악으로써 창의적으로 작곡하여 노래의 의미에 잘 맞추었다. 모든 노래가 악상에 잘 맞추어져 있는데, 조종의 문덕을 칭송한 보태평은 매우 평안한 곡조로 되어 있고, 조종의 무공을 칭송한 정대업은 아주 용맹하고 씩씩한 곡조로 되어 있다. 씩씩한 노래 정대업에 세종대왕의 창의적인 작품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봉래의는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노래로서 전주곡과 후주곡 외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의 세 노래로 구성되어 있는데, ‘백성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노래하는 여민락은 규칙적이면서 활기찬 선율로 작곡되었다. 이러한 여민락은 만들어진 직후부터 왕이나 왕세자의 거동시에 연주되는 행악(行樂)으로 채택되어 조선후기까지 연주되었다.

 

지극한 화평에 이른다는 ‘치화평(致和平)’은 그야말로 아주 평안한 선율로 작곡되었고, ‘군신(君臣)이 취해도 예에 어그러짐이 없음’을 표현하는 취풍형(醉豐亨)은 그야말로 취한 듯한 느낌의 선율로 작곡되었다. 이와 같이 세종대왕의 신악에는 세종대왕만의 창의적인 작품이 많이 들어 있다.  

 

문숙희 세종음악연구가/ K클래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