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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세계 현대시 詩 칼럼] 인생 - 릴케

A Better Me
인생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입니다

K-Classic News 원종섭 기자 |

 

 

 

 

 

인생 
                                             


 

 

 

인생을 꼭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맞이하라
길을 걷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 오는

꽃잎의 선물을 받아들이듯

 


아이는 꽃잎을 모아 간직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머리카락에 행복하게 머문 꽃잎들을
가볍게 떼어 내고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맞이하며
새로운 꽃잎을 향해 손을 내밀 뿐


-릴케 ,  인생  Du musst das Leben nicht verstehen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입니다.

 

 

우리는

'의문투성이의 신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사건들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대상이며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입니다.

 

 

 

 

23세 무렵에 쓴 초기시입니다.

동경과 환상, 순수한 사랑을 솔직하게 노래한 것이

이 시기 릴케 시의 특징입니다.

 

 

하이데거는

릴케를 '모든 시인들의 시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인간이라는 실존, 고독,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의미 추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1926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말테의 수기>로 유명한 20세기 최고의 독일어 시인 중 한 명입니다. 보헤미아 왕국의 프라하에서 출생하여 고독한 소년 시절을 보낸 후 육군 유년 학교에서 군인 교육을 받았으나 중퇴하였습니다. 프라하, 뮌헨,  베를린등의 대학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일찍부터 꿈과 동경이 넘치는 섬세한 서정시를 썼습니다. 

 

섬세하고 조숙 했던 릴케는 문학의 길을 선택하게 되지만, 가난 때문에 아내 클라라와 딸 루 트를 남겨둔 채,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평전 집필 청탁을 받고 파리로 떠납니다. 그때부터 방랑 시인이 된 릴케 에게 삶이란, 내가 원하고 바랐던 길대로 되기보다 늘 현실에 부딪히고, 그 가운데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며 기쁨을 누리는 여정이 됩니다.

 

세기 전환의 격동 속에 파리를 비롯한 유럽 곳곳을 떠돌아 다니며 예술가로서 치열했던 삶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릴케, 그의 시는 현대의 고전이 되었습니다. 눈으로 본 시 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낀 시를 쓰려고 노력했던 릴케는, 오랫동안 앓아 온 출혈성 백혈병으로 51세에 눈을 감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인 백석, 김춘수와 윤동주가 릴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며, 백석의 시 <흰바람벽이 있어>와 이를 차용한 윤동주의 시인 <별 헤는 밤>에도 릴케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외에도 한국 서정시에서 릴케의 비중은 상당히 크며 해외 시인 중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윤동주와 백석 시인

 

Rose, 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릴케의 묘비명

 

 

백혈병에 걸린 줄 모르고 연인을 위해 장미를 모으다 가시에 찔려 패혈증으로 죽었습니다.  

 

    릴케의 연인  팜므파탈 루살로메

 

 

사람은 고독하다.

사람은 착하지 못하고, 굳세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비참한 모습을 보인다.

 

 

비참과 부조리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운명일
지라도 우리는 고독을 이기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결의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릴케

 

 

경쟁심이나 허영심이 없이 다만 고요하고 조용한
감정의 교류만이 있는 대화는 가장 행복한 대화이다.

-릴케

 

 

 

 

명성이란 결국 하나의 이름 주위로 몰려드는
오랜 오해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는다. -릴케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릴케

 

 

 

 

우리는 고독합니다.  우리는 착각하고
마치 그렇게 고독하지 않은 듯이 행동합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원종섭   Won  Jong-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대중예술 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