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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 리뷰] 스니키 휘치의 죽음

삶의 부조리에 관하여 그들의 융•복합적인 해석과 분석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서부 개척 시대, 서부 황무지 시대는 미국이 영토를 확장하던 시기이다. 유럽에서 벨 에포크 (Belle Époque) 시대를 통과할 무렵 미국 땅에는 수많은 동부인들이 금을 찾아 서부로 이주하는 서부 개척 시대가 열렸다. 문학이나 영화, 게임, 만화 등에서 등장하는 서부극의 카우보이, 총잡이, 보안관 등은 흥행을 도모한다. 반어법의 대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서부 영화에서 원주민 연기를 하는 법“에서 결투의 클리셰와 인종차별에 방점을 찍으려 했다. 황량한 배경에서 벌어지는 라스트 듀얼이 예감되는 이런 테마와 디지털문화를 향유하는 엠 제트 MZ 세대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봄이 시작된 석관동,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연극원 실험무대에서 2023년 3월 23, 24, 25일 3일간 미국 개척 시대를 살고 있는 겁쟁이 스니키 휘치의 낭만적 로맨스와 전설을 알리는 연극의 막이 올랐다. 물음표로 맺는 (스니키는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간략한 시놉시스는 황야의 무법자가 연상되는 서부 영화 음악을 깔아놓은 연극원 실험무대를 더 궁금하게 촉매했다. 홍일점을 (이선재) 포함한 배우는 모두 6명 (김정현, 문태웅, 박진성, 서유덕, 이선재, 정연규)이다.

 

총잡이 랙컴의 (문태웅) 등장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고퍼걸치라는 이름을 갖은 서부의 거리는 기억과 욕망 그리고 죽은 자들을 연결해 공간을 형성화한 이탈로 칼비노의 (Italo Calvino, 보이지 않는 도시들) 가상적인 도시의 거리를 떠오르게 한다. 이국적인 풍경이며 마법과 같은 몽환적인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서유덕은 총명한 잭 오글스비 보안관과 닥 버치 의사를 연기하며 유쾌하고 박진감 있게 스토리를 전개했다. 신과 소통하며 중재하려는 블랙우드 목사의 역할은 정연규, 이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잡이 랙컴의 동업자 베일, 장의사는  박진성이다. 봉사하며 성실해 보이는 장의사이다. 이선재는 물질적인 도덕관을 갖은 메룬의 역할이며,  매력적인 교태와 춤으로 반전을 이끌며 결을  다채화했다.

 

주인공 스니키 휘치의 (김정현) 죽음을 중심으로 비포어 에프터 이야기는 펼쳐진다. 스토리 속에 설정된 스니키는 건달이고 겁쟁이고 비겁한 사람이다. 일인칭적인 관점에서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언행은 시작과 중간과 끝이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아픔을 노래한 미국의 포크 송 <홍하의 골짜기>가 (Red River Valley) 2부 시작과 함께 흘렀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Bertolt Brecht 1898-1956)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명백하게 잘 알려진 그리고 분명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놀라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은 정황을 알려주는 코멘트로 인해 변주되었다. 

 

 6명의 인물은 이 연극의 주제로 나타나는 비논리와 비합리를 안고 있는 삶의 부조리에 관하여 그들의 융•복합적인 해석과 분석으로 공감성의 기대치를 높게 했다. 후랭클린은 스니키의 본명이다. 정체성의 혼란은 평상시보다 극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 더욱 극대화된다. 죽음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죽지 않았던, 남들이 모르는 진실 따위를 아는 사람은 바로 나이다. „나는 누구일까“ 고민하는 젊은 MZ 세대들은 존재의 본질과 그 이유를 들여다보는 행위가 어쩌면 허기질지도 모른다. 스니키 휘치의 진짜 죽음으로 슬프기는커녕 해피 엔딩을 알렸다. 고퍼걸치의 공간의 암흑시대가 과연 끝났는지...

 

 

노유경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음악학학자, 음악(공연)평론가, 독일/서울 거주, 쾰른대학/아헨대학 강의. Ynhovon1@uni-koel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