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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세계현대시 詩 칼럼] 눈풀꽃 - 루이스 글릭

A Better Me
봄이 튀어오른다
생의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생은 그렇게 계속된다

K-Classic News 원종섭 칼럼니스트 |

 

 
 

 

 

눈풀꽃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다른 꽃들 사이에서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  2020년 노벨문학상

 

 

 

Snowdrops

 

 

Do you know what I was, how I lived? You know

what despair is; then

winter should have meaning for you.

 

I did not expect to survive,

earth suppressing me. I didn’t expect

to waken again, to feel

in damp earth my body

able to respond again, remembering

 

after so long how to open again

in the cold light

of earliest spring –

afraid, yes, but among you again

crying yes risk joy

 

in the raw wind of the new world.

 

― Louise Gluck

 

 

 

 

시를  읽으면  상처도 꽃이 된다

 

죽음을 경험하는 시간

불치병 너머 죽음의 시간을 통과해

다시 삶으로 돌아온  그대의 이야기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 눈풀꽃

수선화과의 알뿌리 식물. 알뿌리에 2~3개의 줄 모양의 잎이 붙으며, 이른 봄에 20~30cm의 흰 꽃이 꽃대 끝에 하나 핀다. 추위에 잘 견디고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유럽이 원산지이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계속 될 때

도저히 다시 생을 다시 시작할 수 없을 때조차

생명은 눈을 뜨고, 삶의 시계가 작동한다

 

 

 

 

 

루이즈 글릭  Louise Glück  1943

뉴욕에서 태어나 롱아일랜드에서 자랐습니다. 사라 로렌스 칼리지와 콜럼비아 대학을 다녔다. 25세에 낸 첫 시집 '맏이(Firstborn, 1968)'는 기계화된 세상을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억압이나 고립, 그리고 고통과 불만을 인상적인 언어들로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70대 후반을 넘긴 그녀는 이제 미국에서 활동하는 걸출한 서정시인으로 손꼽힙니다. 그녀는 Firstborn(맏이), The House on Marshland(마실랜드의 집), The Garden(정원)(1976), Descending Figure(내려오는 사람) (1980), The Triumph of Achilles(아킬레스의 승리) (1985), Ararat(아라라트 산) (1990), 퓰리처 상을 수상한 The Wild Iris(야생 아이리스) (1992) 등의 시집을 냈습니다.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여성시인 루이즈 글릭은 한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시인입니다. 국내에 번역 출간한 시집도 거의 없습니다. 1992년 '야생화 아이리스 The Wild Iris'로 퓰리처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글릭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117명 가운데 16번째 여성 수상자입니다. 여성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1996년 이후 24년만의 일이라 눈길을 끌었습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눈풀꽃 snowdrops' 과 '개양귀비 red poppy'와  '애도'라는  시가 국내에 번엳되어 소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시는 이 정도가 소개되어 있을 뿐이다. 이례적인 수상인데다, 국내에선 이 시인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기에 간결한 프로필조차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간 억압과 고립을 표현한 기발한 문장들
깊고 친밀한 감정들을 탐구하는 내면 여행에 독자들을 끌어들인 작품들입니다. 그녀의 시에는 고독과 죽음, 가족간의 불화나 이혼을 바라보는 특유의 시선이 있습니다. 문제를 간명하게 드러내는 기법들과 공감을 붙잡아내는 통찰력, 마음을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감수성의 힘이 있습니다. 때로는 신화적이고 때로는 동화적입니다. 그녀의 초기 시는 가족문제의 고통과 실연(失戀)으로 인한 실존적 절망이 그림자처럼 서성거리고 후기로 갈수록 자아탐구와 실존의 본질에 파고듭니다.

 

 

 

 

원종섭   Won  Jong-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대중예술 비평가,  영미시전공 교육학 박사,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APT 한국시치유연구소 힐링포엠 소장,  제주대 치유의 인문학 교수

 

저서  

시집 《로멘틱한 틈새》  치유시집  《라파트리 움 1, 2》  《사랑의 인문학》  《치유의인문학 1》 

《제주어와 영어로 말하는 제주 이야기》  《중학영어1》 교과서 집필진  《고등학교 관광영어1》 교과서 집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