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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LEE SUNGBOK 2023.12.27(WED) - 2024.2.3(SAT)

기호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작가의 창작연구가 시작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이성복, GN 23-20, 162x130cm, Oil on canvas, 2023

 

일률적 숫자 체계에 대한 물음으로 새로운 기호를 조형하고, 학습하고, 시각예술로 확장해 펼쳐 보이는 이성복 작가의 전시가 갤러리위에서 열린다.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는 고정불변의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글자의 변화를 통해 수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고, 모양에서도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 로마(Ⅰ, Ⅱ, Ⅲ), 한자(一, 二, 三) 및 바빌로니아, 이집트 등의 숫자 기호와는 다르게 아라비아 표기법은 일관된 증가 패턴을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기호체계에 대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작가의 창작연구가 시작되었다. 독점적 숫자 사용의 한계와 변화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Gradation Number'라는 이름의 새로운 십진수 기호체계를 고안했다. 자릿수 배치 방식(Ciphered-Positional system)의 이 체계는 형태적으로 유사성을 가지며 연속적 단위 증가를 표현한다.

 

2019년부터 작가는 이 새로운 기호체계가 한 개인에게 학습되는 일련의 과정을 평면과 입체, 영상 등의 시각예술로 발표해 왔다. 이는 1917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기성품 변기를 작품화해 예술계의 고정관념을 환기했던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수용되는 기존의 기호체계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가 작품에 담아내는 것은 단순한 숫자의 형태나 표기의 방식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람 사이 답습된 개념들에 대한 고찰, 또 그런 질문들이 현대미술과 어떻게 관계 맺고, 예술 속에서 이야기의 가능성을 넓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이다.

 

이번 전시 'C.P. Gradations' 에서는 'Gradation Number'를 드로잉 패턴으로 조형해 평면에 풀어낸 최근작 16점을 선보인다. 자신이 만든 독창적 기호체계 안에서 도달한 추상적 서사, 생동하는 형태의 연속적 리듬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