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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학의 문화노트] 상업적 시각으로 다시 바라본 서양 예술사

K-Classic News  황순학 교수 |

 

바로크(Baroque) 

 

1. 자동차 디자인 속 바로크 예술!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 전기차의 승부수 중 하나는 기존의 전기차 이미지를 연상할 때 늘 떠올랐던 골프장 카트 같은 기능적이고 단순한 느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포츠카 디자인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화려한 곡선미의 우아함으로 승부를 걸며 2003년 출시 당시 전기차에 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한 방에 무너뜨리며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Tesla Roadster (First generation)

 

그럼 스포츠카 디자인은 전통적으로 위의 테슬라의 1세대 모델인 Tesla Roadster 이미지처럼 풍만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걸까? 그것은 상당 부분 유럽의 전통적인 귀족 문화와 연관이 깊으며 예술사의 전개 방식과도 흡사하다. 예술사적으로 미적 취향과 선호도 변화는 근대적 가치관이 성립되는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다음과 같이 점, 선, 면의 대결로 전개된다.

 

1. 15~16세기 르네상스 예술 :

   선원근법에 영향으로 직선미를 선호한다.

 2. 16~17세기 바로크 예술 :

   바이올린 스크롤 (violin scroll) 디자인을 시작으로 곡선미를 선호한다.

3. 17~18세기 신고전주의 예술 :

   고대 그리스 신전 같은 삼각 구도의 안정적인 구조와 직선적인 아름다움으로 회귀한다.

4. 18~19세기 낭만주의 예술 :

   직선과 곡선의 대결에서 벗어나 색감(면)이 주는 이국적 취향을 선호한다.

5. 19~20세기 인상주의 예술 :

   선과 면에서 벗어나 과학적 실증주의로 인해 점으로 광원을 묘사하게 된다.

위의 각각의 시대별 미적 선호도 변화로 자동차 디자인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볼 때, 가솔린 자동차의 시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공동 창립자 카를 벤츠(Karl Benz)가 1886년 제작한 3륜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이다.

 

[1886년 카를 벤츠(Karl Benz)의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직접 시 운전을 하는, 카를 벤츠(Karl Benz)의 아내 베르타 벤츠(Bertha Benz)의 모습]

 

페이턴트 모터바겐(Patent Motorwagen)의 모습은 바퀴를 제외한 많은 부품이 제작의 편의를 위해 직선적인 형태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잠깐 이 대목에서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로맨틱한 사연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당시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연료 보급의 문제가 있어서 실용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런 문제로 인하여 카를 벤츠의 사업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 그의 부인 베르타 벤츠(Bertha Benz)는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하여 남편 몰래 아들을 태우고 106km 거리의 친정까지 주행하는 데 성공한다. 이런 로맨틱한 사연으로 인해 독일 정부는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성능을 인정하게 되었고, 1888년 베를린에서 37435라는 특허 번호를 받게 된다. 이런 사연으로 인해 이 모델은 특허받은, 또는 특허권이라는 뜻을 가진 페이턴트(Patent)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자동차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단순한 디자인의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1800년대 당시나 지금의 스포츠카 시장에서 자동차란 제품은 고가의 제품이었기에 당시 자동차 소비계층이었던 귀족 계급의 취향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후 1900년대 초가 되면 자동차 디자인은 주로 곡선미로 대변되는 바로크적 우아함을 갖추는 방향으로 디자인되기 시작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바로크적 곡선미는 유럽 사회에서 귀족적 취향의 미적 선호도를 대변한다. 아래 이미지처럼 자동차 부품을 곡선의 형태로 제작하는 것은 직선의 형태일 때 보다 제작 단가나 제작 시간적 측면에서 생산성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당시 소비계층인 귀족들의 미적 선호도를 우선으로 고려했음을 엿볼 수 있다.

 

[곡선미를 바탕으로 제작된 Mercedes-Benz SSK 1930년 형 CMC M-190]

 

이처럼 서유럽의 역사에서 귀족적인 취향과 귀족들의 미적 선호도가 곡선미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럼 서양의 역사에서 언제부터 곡선미는 귀족적 취향을 대변했을까? 바로 16~17세기 예술의 시대인 바로크 시기이다. 서양 역사에서 르네상스가 표방한 인본주의는 종교개혁을 촉발하고, 이 종교개혁은 16세기 유럽 사회 전체를 뒤흔든 후, 1618년부터 1648까지 30년 동안 계속된 구교와 신교 세력 간의 종교 전쟁으로 이어지며 유럽은 황폐해진다. 그리고 1648년 전쟁이 마침내 막을 내리자 유럽 사회에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절대왕정과 교황의 권력 다툼은 여전히 서로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히 대립하던 시기가 바로크 시기다. 

 

당시 유럽 각국의 절대왕정과 바티칸과의 서열 싸움은 카노사의 굴욕과 아비뇽 유수 이후로도 계속되며 여전히 서로를 견제하며 정치적 이익에 따라 때론 협력하고 때론 대립하며 공생 관계를 유지해 간다. 그리고 예술적으로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촉진한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이 바로크 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특히 성당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조각품들이 그렇다. 특히 대성당 한가운데 위치한 교황이 미사를 집전하는 곳인 중앙 제대 위를 닫집 모양의 발다키노의 장식적 아름다움이 그렇다. 베르니니의 작품인 이 발다키노는 발다키노의 지붕을 받치는 네 개의 나선형 기둥은 바로크 예술의 다이내믹한 곡선미가 갖는 우아함의 전형을 잘 보여 준다.

 

                  [Il Baldacchino, Giovanni Lorenzo Bernini]

 

네 개의 기둥은 마치 소용돌이치듯 감겨 있는 모양을 띠고 나선형을 유지하며 위쪽으로 솟구쳐있는 모양인데 이는 사람의 영혼이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발다키노 내부 중앙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가 빛을 뿜어내는 모습으로 부조되어 있고, 위쪽으로 네 명의 천사가 화관을 하늘로 끌어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곡선미가 두드러지는 시도는 이전의 르네상스 시대 선원근법의 영향으로 선호했던 직선미에서 벗어나 보려는 바로크 예술이 표방한 강력한 의지였다.

 

이처럼 바티칸의 실내 디자인을 맡은 베르니니가 구현한 곡선미는 당시 바티칸과 유럽의 왕실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게 되면서, 곡선미는 바로크 시대를 풍미하며 유럽 사회에서 귀족 사회와 귀족적 취향을 대변하게 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이런 서양 사회의 전통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단순한 디자인과 경제성에서 벗어나, 고가 전략을 펼치기 위해 곡선미의 귀족적 취향의 풍부한 느낌의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고,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둔다.

 

테슬라의 성공 이후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는 지금껏 곡선미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다음은 럭셔리 브랜드 독일의 포르쉐 전기차의 모습이다. 포르쉐 또한 테슬라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동안 바로크적 곡선미로 승부를 걸던 테슬라가 이번 신형 Cybertruck 모델에서는 바로크 다음의 신고전주의적 직선미를 선보이며, 시장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론 머스크의 이러한 전략적 변경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 그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이미 예술의 역사라는 일기장에 그 임상 실험 결과를 고스란히 적어 놓았기에, 일론 머스크처럼, 그 일기장을 다시 꺼내 들고 읽어 보면 우리는 그 결과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바란다.

“예술의 역사에서 바로크의 곡선미는 이후 신고전주의 직선미의 등장과 함께, 귀족 계급이 갖던 독보적 위치와 특권은 단두대에서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