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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기 작곡가의 오페라 《능소야 버들아》가 무대에 오른다. 천안삼거리의 전설과 천안을 대표하는 인물 ‘능소’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문화 아키텍트 GS.Tak(탁계석)이 대본을 맡았다.
GS.Tak은 지난 20여 년 동안 오페라 7편과 칸타타 10편의 대본을 완성하며 한국 창작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창작 궤적을 구축해 왔다. 특히 그의 작품 대부분이 초연에 머물지 않고 재공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창작 레퍼토리’를 만들어 온 대본가로 평가받는다.
김은정 국장: 이번 오페라 《능소야 버들아》는 언제 시작된 작품인가요?
GS.Tak: 약 3년 전 정덕기 작곡가로부터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천안을 대표하는 천안삼거리 전설 속 인물인 ‘능소’를 소재로 오페라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죠. 지역의 역사와 전설을 오늘의 무대 언어로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받아들였습니다.
대본을 작곡가에게 넘긴 뒤에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전개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엊그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씨앗이 마침내 무대에서 꽃을 피우게 된 것 같아 무척 반갑고 기쁩니다. 작품은 작곡가와 연출가, 성악가, 제작진의 손을 거치면서 또 다른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이번 무대를 통해 천안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2009년부터 시작했다고 하셨으니 이제 창작 2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오페라 7편과 칸타타 10편의 대본을 썼습니다. 자화자찬 같지만 한 사람의 대본가가 이처럼 많은 대형 음악극과 칸타타를 지속적으로 완성한 것은 흔치 않은 기록이자 성과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더욱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은 작품의 숫자만이 아닙니다. 우리 창작음악계에서는 많은 작품이 한 번 공연된 뒤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참여한 작품들은 약 80%가 재공연되거나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처럼 여러 차례 공연되며 관객의 사랑을 받은 작품도 있습니다. 초연이 작품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한 작품이 세월을 견디며 계속 성장한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그것이야말로 창작자가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작품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작품들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얻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GS.Tak: 무엇보다 소재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음악과 무대가 훌륭해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뿌리가 약하면 작품이 오래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소나기》와 《메밀꽃 필 무렵》은 이미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원작이 지닌 서정성과 보편적인 정서가 오페라의 음악과 만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고 봅니다.
원작이 없는 창작물이라면 제목과 설정, 이야기의 방향이 더욱 중요합니다. 《달나라에 간 공룡》은 공룡이 달나라에 간다는 상상만으로도 어린이와 가족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익숙한 공룡 소재에 발상의 전환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 것이죠.
《바다에 핀 동백》은 여수·순천 10·19사건을 바탕으로 지역의 아픔과 역사적 기억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입니다. 단순히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상처와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작품성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결국 작품의 생명력은 ‘왜 지금 이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기간에 칸타타 10편도 함께 만들어졌군요.
칸타타 작업에서는 임준희 작곡가와 함께한 《한강》과 《송 오브 아리랑》이 중요한 도화선이 됐습니다. 두 작품은 한동안 맥이 약해졌던 한국 창작 칸타타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윤의중 지휘자가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제 대본들이 집중적으로 무대에 오르면서 ‘한국 칸타타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한 창작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역사와 민족, 한글과 세종의 정신을 대규모 합창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흐름은 《훈민정음》과 《여민락》으로 이어졌고, 다시 여민락 오케스트라 창단과 ‘세종 르네상스 630 프로젝트’로 확장됐습니다. 한 작품이 다음 작품을 낳고, 하나의 공연이 새로운 조직과 문화운동을 만드는 시너지로 이어진 것입니다. 처음부터 10편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작품들이 서로 연결됐고, 숨 가쁘게 연속적으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2026년 최근 작업하고 있는 작품도 역사물이라고 들었습니다.
GS.Tak: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은 《역사 영웅들의 대행진》입니다. 오늘날 나라가 겪고 있는 혼돈과 위기 앞에서 우리 역사의 영웅들을 다시 소환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강감찬, 이순신, 논개,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등 여섯 분의 영웅을 한 무대에 모십니다. 이들은 살았던 시대와 싸움의 방식은 달랐지만, 나라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작품에서는 이분들에게 “오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라고 묻습니다. 단순히 과거의 영웅을 찬양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들의 정신과 선택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역사는 박물관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과 합창을 통해 현재의 무대로 불러낼 때 역사적 인물은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과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역사 영웅들의 대행진》을 공연을 넘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문화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방대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창작 20년사’를 발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돌아보면 역사와 문학, 지역의 아픔과 민족의 정신을 담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큰 보람과 자긍심을 느낍니다. 작품별 창작 배경과 공연 기록, 사진, 평론, 대본의 주요 장면을 정리한다면 개인의 기록을 넘어 한국 창작 오페라와 칸타타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록을 정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들을 전국의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어떻게 수용하고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지금은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시대입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작품을 계속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기존 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홍보와 마케팅, 번역, 영상 제작,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해야 합니다. 좋은 작품이 국내 공연장을 넘어 세계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유통의 길을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입니다.
앞으로 작품을 실제로 공연할 실행 단체도 만든다고 하셨는데요.
작품이 있어도 만성적인 예산 부족과 제한된 제작 환경 때문에 국·시립 공공예술단체에만 기대서는 충분한 공연 기회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제 민간의 창작 역량과 시민들의 예술 수준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따라서 ‘애국 합창의 힘’ 시민합창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강화해 역사와 향토의 서사를 담은 작품들이 전국에서 지속적으로 공연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시민이 단순한 관객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노래하고 공연의 주체가 되도록 함으로써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케스트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오케스트라들이 우리 창작곡을 충분히 연주하지 않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여민락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한국 작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연주 환경을 구현하려 합니다. 앞으로는 작품 제작만큼 작품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작곡가와 연주자, 공연장과 지역문화단체를 연결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움직일 리더십과 실행 조직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대본가로서 지난 20년이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그 작품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이도록 길을 만드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부록 1. 오페라 연보
《소나기》(2008)
《메밀꽃 필 무렵》(2009)
《도깨비 동물원》(2010)
《미스 킴》(2017)
《바다에 핀 동백》(2023)
《달나라에 간 공룡》(2024)
《능소야 버들아》(2026)
부록 2. 칸타타 연보
《한강》(2011)
《송 오브 아리랑》(2013)
《달의 춤》(2018)
《조국의 혼》(2018)
《동방의 빛》(2019)
《태동》(2019)
《코리아 판타지》(2020)
《훈민정음》(2023)
《여민락》(2023)
《역사 영웅들의 대행진》(2026·제작 진행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