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안지환 그랜드오페라 단장|

부산 북항의 바다를 배경으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한 대형 건축물이 아니다. 부산의 문화적 자존심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 될 핵심 랜드마크다. 그러나 개관을 불과 1년여 앞둔 지금, 현장과 지역 사회는 설렘보다 깊은 우려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부산형 오페라하우스 발전 방향' 시민토론회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듯, 라 스칼라 극장 초청을 둘러싼 예산 논란과 예술감독 파행은 관(官) 주도 행정이 얼마나 임기응변식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지난 10여 년간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건립·운영 자문위원과 개관공연준비위원장으로 참여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파행은 예견된 결과였다. 전문가 자문이나 준비위원회는 관료 행정의 명분을 세워주는 '허울'에 그치기 일쑤였다. 시장과 담당자가 교체될 때마다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오페라 전문성과 '제작극장(Produktions-theater)'에 대한 이해 부족은 1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해외 극장 일회성 초청이라는 근시안적 기획으로 이어졌다. 해외 저명 단체의 남의 잔치에는 지역 문화 생태계에 남는 자산이 없다. 이제라도 파행을 바로잡고, 지속 가능한 오페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하의 과제들을 끊임없이 공론화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첫째, 라 스칼라 극장 초청 논란의 해법은 '공동제작'이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시민의 뜻을 받들어 스칼라 극장 초청 건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초청 비용을 절감하고 부산의 제작 역량을 키우는 유일한 답은 '공동제작'이다. 필자가 2000년대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오페라극장과 3년간 진행했던 공동제작 경험이 입증하듯, 정명훈 예술감독이 스칼라 극장을 설득하여 <오텔로> 등의 작품을 공동제작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정 감독이 오명을 씻고 대한민국 오페라 역사에 남을 예술경영 수완과 헌신을 발휘할 골든타임이다.
둘째, '부산시립오페라단 창단'과 '국립오페라단 부산분원 유치'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제작극장의 핵심은 사람과 상주 예술단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제반 여건을 갖춘 '부산시립오페라단' 창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에 더해 호주 국립오페라단(Opera Australia)이 시드니와 멜버른을 오가는 이중 거점 시즌제로 국가 대표성을 확보하듯,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비를 확보할 '국립오페라단 부산분원(남부 거점)' 유치역시 강력한 대안이다. 두 트랙의 유연한 추진만이 지역 예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상시 제작 역량을 담보할 수 있다.
셋째, '클래식부산'의 조속한 독립 재단법인화 및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다. 현재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관장하는 '클래식부산'이 시 사업소 형태로 머무는 한, 관료주의를 벗어난 예술적 자율성과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각 독립된 재단법인 체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이 시민회관·부산콘서트홀·부산오페라하우스를 통합 관리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넷째, 관 독주를 견제할 '부산오페라하우스 바로세우기 시민연대(가칭)'의 결성이다.행정의 독단과 파행을 감시하고 올바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순수 시민사회의 결집이 시급하다. 시민과 지역 예술계가 주체로 서지 않는다면 오페라하우스는 개관 후에도 '돈 먹는 하마'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부산콘서트홀이 개관 1년 만에 괄목할 성과를 낸 것처럼, 부산의 궁극적 랜드마크인 부산오페라하우스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지금은 부산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골든타임이자 시민주권 시대다. 부산시는 현장의 목소리와 시민사회의 염원을 수용하여, 조급한 개관이 아닌 '100년 제작극장'을 향한 지혜로운 백년대계를 펼쳐나가길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