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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리뷰] 리뷰: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 브람스 교향곡 1번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정체성을 들여다 보자

K-Classic News  성용원 작곡가|

 

 


 

2026년 8월 25일(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김성진 &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
프로그램: 그레이스 앤 리 '황후의 비상',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피아노 협연: 마르틴 헬름헨), 피아니스트 앙코르: 슈만 '숲의 정경' 중 '예언의 새', 브람스 교향곡 1번

 

①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란?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KNCO)가 어떤 악단인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KNCO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5년 7월 창단한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음악가를 대상으로 한 청년 오케스트라다. 2025년 7월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창단음악회를 열었고, 2026년에는 2기 단원을 선발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KNCO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흔히 말하는 '프로 오케스트라의 2군'이나 '마이너리그'라고 보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엄밀하게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정규 직업 오케스트라의 하위 조직이라기보다 학교 교육을 마친 젊은 음악가들에게 실제 오케스트라 무대 경험을 제공하면서 다음 단계의 직업 음악가로 성장하도록 돕는 아카데미형 오케스트라에 가깝다. 국립심포니가 이미 KNSO국제아카데미, 작곡가 아틀리에, 지휘자 워크숍 등 음악 인재 육성 사업을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KNCO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② 왜 하필 국립 오케스트라가 또 하나의 청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야 하는가?

 

시계를 약 1년 반 전으로 돌려보자. 2025년 초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예술 인프라를 분산하고 지역 문화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명분 아래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이전을 정책 과제로 내놓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 3월 발표한 「문화한국 2035」에는 국립청년예술단체의 지역 설치를 시작으로 서울예술단의 이전, 이후 다른 국립예술단체의 단계적 지역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명시됐다. 당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포함한 여러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예술계에서는 충분한 논의와 기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필자 역시 당시 국립심포니의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글을 쓸 정도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봤다.예술단체를 지방으로 옮긴다고 해서 수도권 집중이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의 주거, 교육, 배우자와 가족의 생활, 학생과 연주자의 이동, 공연장과 제작 인프라, 예술대학 및 민간 예술생태계와의 연계 등 훨씬 복잡한 조건들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립예술단체의 이전은 단순히 사무실 주소를 옮기는 행정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예술적 생태계를 재편하는 문제다.

 

그런데 정국이 급변하면서 지방 이전 정책 역시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2025년 7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국립예술단체 지역 이전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전 대상 단체의 반발과 지역 예술단체와의 조화 문제도 언급했다. 그런 상황에서 2025년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가 출범했다. 물론 이것을 두고 국립심포니 지방 이전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악단'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국립심포니가 공식적으로 밝힌 KNCO의 모델은 시카고심포니의 시빅 오케스트라와 일본 효고 퍼포밍 아트센터 오케스트라다. 따라서 지방 이전 정책과 KNCO의 창단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론의 영역이다.

 

③ 협업과 합주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것

 

2026년 8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KNCO 공연을 직접 찾았다. 청년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평가하면서 프로 정상급 교향악단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는 반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제 막 출범한 악단이고, 단원 개개인에게도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두 번의 공연만으로 조직 전체의 미래를 단정하는 것 역시 섣부른 일이다. 그럼에도 공연장은 결국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다. 특히 창작곡은 작품성이 사전에 보장되지 않고, 연주자 역시 처음부터 작품의 언어와 구조를 하나씩 익혀야 한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면서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연주자에게 돌아오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작품을 연주해야 하고, 젊은 작곡가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일 자체는 분명 필요하다.

 

그레이스 앤 리의 ‘황후의 비상’은 음향적 아이디어와 악기별 주법을 활용하는 감각은 분명했다. 트렌디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젊은 감각이 느껴졌고,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음향적 재미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아이디어가 하나의 음악적 구조와 서사로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개별 악기와 섹션의 특성을 활용한 아이디어들이 차례로 제시되지만 그것들이 서로 필연적으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큰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은 약했다. 악기 조합에서 발생하는 음향적 효과가 음악의 내용과 구조를 견인하기보다는 각각의 아이디어가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인상이 강했다. 소리는 풍부했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음악적 논리와 서사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창작을 지원한다는 것은 단순히 작품을 위촉하고 초연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어떤 부분에서 작동하고 어디에서 구조적으로 약한지를 함께 검토하고 발전시키는 과정까지 포함해야한. '초연했다'는 실적보다 그 작품을 통해 작곡가가 무엇을 배우고 다음 작품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마르틴 헬름헨과 함께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에서 필자가 받은 인상은 협연자와 오케스트라가 하나의 음악적 언어를 만들어갔다기보다 피아니스트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가는 쪽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협연자와 오케스트라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에게 맞추는 관계도 아니다. 서로의 호흡과 음량, 템포와 프레이징을 조정하면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관계다. 오케스트라가 독주자의 음악적 사고를 받아주고, 독주자 역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흐름과 호흡을 받아들이면서 음악 전체를 완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의 ‘황제’에서는 그러한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음악을 만들어간다기보다 순간순간 한쪽이 다른 쪽을 따라가는 듯한 장면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앙상블이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처럼 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브람스 교향곡은 전체적으로 너무 서두르고 성급해서 완급조절도 드물고 단락의 구분이 약했다. KNCO가 존재하는 이유가 청년 음악가를 성장시키는 거라면 브람스 교향곡을 연주한 그 무대 자체가 교육이어야 한다. 협업과 합주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가 연주에서 들려야 한다.

 

④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 왜 존재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에는 이미 수많은 지방 시립·도립 오케스트라가 존재한다. 이들은 지역 주민을 위한 정기연주회와 청소년 음악교육, 지역축제, 찾아가는 공연 등을 수행한다. 세종에도 청소년교향악단이 있고 민간 실내악 단체들도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립심포니 산하의 청년 오케스트라가 추가로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청년 오케스트라라면 기존 대학 오케스트라보다 실전적이어야 하고, 기존 시립 오케스트라보다 교육적이어야 하며, 기존 아카데미보다 전문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른 어느 조직에서도 제공하기 어려운 성장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한 번의 연주만 놓고 단체의 존립 필요성을 단정할 순 없다.

 

1년밖에 되지 않은 악단에게 그것은 너무 가혹한 판정일 것이다. 실제로 KNCO 1기는 2025년 창단 이후 세종·당진·내포신도시 등 충청권을 중심으로 20회 이상의 공연을 진행했고, 2026년에는 2기 단원까지 선발하며 규모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악단은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가? 세종에 있는 하나의 오케스트라인가? 국립심포니의 지방 분산형 조직인가? 젊은 음악가들에게 정부 예산으로 일정 기간 일자리를 제공하는 청년예술단인가? 아니면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전문 음악인 육성기관인가?

 

 

評 성용원(작곡가)
사진제공: Kore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