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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dos Han 칼럼] 거대한 악기- 지구라는 거대한 악기, 우리는 그 안에서 음악을 듣는다

마음이란 악기와 나의 삶,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만들자

K-Classic News  Erdos Han |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흘러나오는 한 음이 어느 순간 마음 깊은 곳을 흔들고, 이어지는 선율은 기억과 추억을 불러낸다. 특히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에는 인간의 슬픔과 그리움, 사랑과 환희가 커다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음악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러나 조금 더 귀를 기울이면 음악은 콘서트홀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도 하나의 리듬이고,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하나의 타악기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에는 자연의 현악기가 있고, 파도가 해변을 밀려왔다 물러가는 소리에는 거대한 저음의 반복이 있다. 새벽의 새소리, 시장의 웅성거림, 기차가 철로를 달리는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모두 저마다의 박자와 높낮이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평소 소음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다른 관점에서는 하나의 음악적 모티브가 될 수 있다. 음악에서 모티브란 짧지만 인상적인 음의 씨앗이다. 하나의 작은 선율이 반복되고 변주되면서 거대한 작품으로 성장한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은가. 아침에 들은 한마디, 우연히 만난 사람의 웃음,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와 소리 하나가 하루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을 이루는 것은 어쩌면 거대한 사건보다 이런 작은 모티브들의 축적일지 모른다.

 

지구 역시 하나의 거대한 악기다

 

바람은 관악기이고, 나무는 현악기이며, 바다는 타악기다. 천둥은 장엄한 저음이고, 새벽의 새들은 자연의 작은 독주자다. 인간은 그 안에서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연주자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많은 소리 속에서 살아간다. 어머니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생명을 시작하고, 세상의 언어와 음악을 배우며 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어떤 소리와 함께 살아간다. 그렇다면 인간은 음악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음악 안에 존재하는 셈이다.

 

문제는 현대인이 너무 많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정작 듣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자동차 소리는 짜증나는 소음이 되고, 공사장의 소리는 스트레스가 되며, 도시의 수많은 소리는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하지만 소리의 존재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물론 모든 소음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의 건강과 휴식을 해치는 소음은 줄여야 한다. 그러나 모든 소리를 무조건 제거하려는 태도 역시 삶의 중요한 부분을 잃게 할 수 있다. 자연의 소리마저 차단한 채 인공적인 고요 속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오히려 세상과의 연결을 잃을지도 모른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귀로만 듣는 일이 아니다. 마음으로 듣는 일이다

 

같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도 기쁜 날에는 환희로 들리고, 외로운 날에는 슬픔으로 들린다. 음악이 변한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변한 것이다. 삶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같은 선율에서도 더 많은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래서 음악은 인간에게 특별한 선물이다. 음악은 언어보다 먼저 마음을 움직이고, 국경보다 먼저 사람을 연결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같은 음악 앞에서는 함께 웃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우리의 삶도 하나의 음악이라면 어떨까

 

젊음은 빠른 알레그로일 수도 있고, 사랑은 아름다운 아다지오일 수도 있다. 실패와 좌절은 불협화음처럼 들리지만, 그것 역시 전체 곡을 완성하기 위한 한 부분일 수 있다. 노년은 음악의 끝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음들이 깊은 울림으로 남는 코다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즐기는 일이다. 오늘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면 잠시 귀를 기울여보자. 빗소리가 들리면 창문을 열고 그 리듬을 들어보자.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연주를 들어보자.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서도 삶의 다양한 멜로디를 발견해보자.

 

우리는 이미 음악 속에서 살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이 흐르는 순간, 그것은 단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아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엔진음과 창밖의 바람, 도시의 발걸음과 우리의 심장박동까지 모두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 안으로 들어온다. 지구는 거대한 악기이고, 자연은 위대한 연주자이며, 인간은 그 음악을 듣고 또 자신의 음을 더하는 존재다. 그러니 삶을 너무 심각하게만 살 필요는 없다. 오늘도 세상은 연주되고 있다. 우리는 그 음악 속에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Artist ERDOS HAN KYUNG 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