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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환 시론] 부산오페라하우스, 조급한 개관보다 ‘100년 제작극장’의 백년대계가 먼저다

부산시립오페라단 설립'과 '국립오페라단 부산분원 유치'를 전향적으로 추진해야

K-Classic News 안지환 그랜드오페라 단장 |

 

 

부산 북항의 바다를 배경으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부산의 문화적 자존심이자 미래 성장 동력이 될 핵심 랜드마크다. 그러나 개관을 불과 1년여 앞둔 지금, 우리는 설렘보다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최근 불거진 라 스칼라 극장 초청을 둘러싼 예산 논란과 예술감독 연임 파행은 부산시 문화행정이 얼마나 임기응변식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15여 년간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건립 및 운영 자문위원으로, 그리고 개관공연준비위원장으로 참여했던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파행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돌이켜보면 전문가들의 자문이나 한시적 준비위원회는 행정의 명분을 세워주기 위한 '허울'에 불과했다. 시장이 바뀌고 행정 담당자가 교체될 때마다 사업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이를 컨트롤할 전담 TF나 컨트롤 타워는 부재했다.

 

부산시는 거창한 건물 신축에는 열을 올렸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 안을 채울 오페라 인프라 조성과 민간 오페라단과의 협업 체계 구축, 그리고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문화 정책에는 철저히 무관심했다. 문화행정의 관료적 효율성만 따졌을 뿐, '제작극장(Productions-theater)'에 대한 이해나 오페라 전문성은 미흡했다.

 

세계적인 명문 오페라 극장들의 경쟁력은 화려한 외관이 아니라, 극장 자체의 제작 능력과 상주 예술가 생태계에서 나온다. 1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해외 극장의 프로덕션을 들여오는 것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뿐, 지역 문화 생태계에는 아무런 자산도 남기지 못한다. 유럽과 독일의 선진 공공극장이 수백 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은 기획·제작·기술 인력이 안정적으로 상주하며 예술 작품을 직접 만들어내는 제작극장 시스템 덕분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바로 서기 위해 시급히 전환해야 할 핵심 과제를 제언한다

 

첫째, 관(官) 주도 행정을 견제할 순수 시민사회의 결성이 시급하다. 단순히 시의 방침에 동원되는 자문기구가 아니라, 관 주도의 독단적 행정을 견제하고 올바른 방향을 비판·제시할 ‘부산오페라하우스 바로세우기 시민연대(가칭)’등 순수 시민사회의 결성이 시급한 시점이다. 시민과 지역 예술계가 주체가 되어 행정의 파행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오페라하우스는 개관 후에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둘째, '부산시립오페라단 설립'과 '국립오페라단 부산분원 유치'를 전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오페라 제작을 위해서는 상설 예술단이 필수적이다. 부산 오페라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안정적인 제반 여건을 갖춘 '부산시립오페라단'의 설립이다. 행정적 절차와 예산 확보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는 결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동시에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고 국비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국립오페라단 부산분원(남부 거점)' 유치 논의 역시 현실적이고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두 트랙을 유연하게 검토하여 지역 예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상시 제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셋째, 전문성을 담보할 독립된 '재단법인'으로의 전환과 전담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현재의 시 사업소 형태의 운영 방식으로는 오페라 전문성과 예술적 자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즉각 독립된 재단법인 체제로 전환하고, 단체장의 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된 오페라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담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오페라하우스의 첫 무대는 해외 저명 단체의 화려한 남의 잔치가 아니라, 부산의 예술인과 시민이 주인이 되는 역사적 순간이어야 한다.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백년대계를 책임질 긴 호흡을 되찾고, 그간의 근시안적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며 전향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 위대한 문화유산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 그리고 긴 호흡의 철학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