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Erdos Han|

올해는 한글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백 년이라는 시간은 한 나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기에 충분한 세월이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역사적 이정표이다. 1443년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해 새로운 문자를 창제했고,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하였다. 당시 대부분의 백성은 한자를 익히기 어려워 자신의 생각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세종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훈민정음은 권력을 위한 문자가 아니라 백성을 위한 문자였고, 지배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소통과 배려를 위한 혁명이었다.
그러나 한글이 처음부터 존중받은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한문이 지식인의 언어로 자리 잡으면서 한글은 '언문'이라 불리며 낮게 평가받았다. 여성과 서민의 문자라는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백성들은 한글을 통해 편지를 쓰고, 노래를 남기고, 삶을 기록했다. 문자의 생명력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한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한글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았던 시기였다. 우리말과 글을 빼앗는 것은 곧 민족의 정신을 빼앗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선각자들은 목숨을 걸고 우리말을 지켰다. 국어학자들은 사전을 만들었고, 학생들은 조선어를 배우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체계를 넘어 민족의 자존심이자 독립 의지의 상징이 되었다.
1926년, 조선어연구회는 음력 '가갸날'을 제정해 한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한글날의 출발점이다. 이후 '한글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고, 올해 우리는 제정 1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날짜 하나가 백 살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글을 지키고 발전시켜 온 국민 모두의 발자취가 백 년의 역사가 된 것이다.
오늘날 한글은 세계가 인정하는 과학적인 문자이다. 자음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떴고, 모음은 하늘·땅·사람의 철학을 담았다. 문자 창제 원리와 제작자가 명확히 기록된 유일한 문자라는 점에서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이다. 이러한 독창성과 과학성은 세계 언어학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글은 이제 대한민국만의 문자가 아니라 세계인이 배우고 연구하는 문화유산이 되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 시대의 한글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은 언어를 기반으로 발전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품질이 곧 문화 경쟁력이고 국가 경쟁력이 된다. 정확한 표현, 아름다운 문장, 깊이 있는 사고는 건강한 언어에서 비롯된다.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는 일은 단순한 맞춤법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과 줄임말의 범람, 혐오 표현과 거친 언어는 우리말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언어는 곧 생각의 그릇이다. 말이 거칠어질수록 사회도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한글날 100주년은 단순히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언어를 더욱 아름답고 품위 있게 가꾸겠다는 다짐이 되어야 한다.
문화는 언어 위에서 꽃핀다. 우리의 문학과 음악,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K-콘텐츠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도 결국 한글이라는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체계를 넘어 한국인의 감성과 철학, 창의성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우리가 한글을 사랑하는 이유는 글자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 중심의 정신 때문이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미래를 약속하는 날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었던 초심처럼, 우리는 한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세대와 문화를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더 아름답게 말하고, 더 깊이 생각하며, 더 넓게 소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한글날 100주년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큰 과제이다. 백 년 전 한글날을 만든 선각자들은 한글이 민족의 희망이 되기를 꿈꾸었다. 이제 그 희망은 우리의 손에 있다. 앞으로의 백 년은 한글을 지키는 시대를 넘어, 한글로 세계와 소통하고 인류의 문명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값진 의미일 것이다.
Artist ERDOS HAN KYUNG S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