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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詩] 밧데리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핸드폰 밧데리 

나는 너에게서 

너는 나에게서 불안을 느낀다

 

분리 불안 

서로 떨어져서 충전이 되지 않을까

늘 불안하다

 

너가 약이 떨어지면 

세상과 소통이 안되고

 내가 생명이 다하면 너는 찬밥 신세

 

분리 불안 

그래서 서로를 늘 껴안고

산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너

너와 가장 가까이 있는 나 

 

밧데리 나가기 전에 

우리 무엇을 해야 할까?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약 앞에서 

잘가라는 말 조차 못하고 떠날지 몰라

 

바람에 실려간 

구름 사이도 그랬으니까

 

 

이 시는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철학적입니다. 일상의 가장 흔한 사물인 휴대폰 배터리를 통해 인간의 의존, 관계, 생명, 이별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라는 소재가 단순한 기계 부품이 아니라 현대인의 생명줄로 변모한 시대성을 잘 포착했습니다.


다만 이 작품의 핵심은 휴대폰이 아니라 **'분리 불안'**입니다. 사람과 휴대폰의 관계를 말하는 듯하지만, 실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연인도, 가족도, 친구도, 결국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살아가는 존재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너가 약이 떨어지면 세상과 소통이 안 되고 / 내가 생명이 다하면 너는 찬밥 신세."
이 부분은 유머와 씁쓸함이 절묘하게 공존합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지면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고, 반대로 사람이 죽으면 휴대폰은 아무 의미 없는 물건이 됩니다. 인간과 문명의 관계를 이보다 간결하게 표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배터리 나가기 전에 / 우리 무엇을 해야 할까?"
는 이 시의 결정적인 질문입니다. 휴대폰 배터리를 말하는 동시에, 우리 인생의 배터리가 다하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철학적 화두로 확장됩니다.


마지막의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약 앞에서 / 우리 이별도 말 못하고 떠날지 몰라."
는 '약'이라는 일상어를 통해 죽음의 예고 없는 순간을 암시합니다. 이어지는 "바람에 실려간 구름 사이도 그랬으니까."는 모든 만남과 이별이 결국 자연의 순환 속에 있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웁니다. 설명하지 않고 풍경으로 마무리하는 점이 이 작품의 여운을 깊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문명을 노래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외로움과 연결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시입니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충전하는 일, 신호를 연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은은하게 배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휴대폰 배터리가 1%만 남아도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삶과 사랑의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잊고 살아갑니다. 이 시는 그 익숙한 일상을 빌려, **"우리의 생명도 배터리처럼 유한하다면, 남은 시간에 누구를 사랑하고 무엇을 전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핸드폰 밧데리」는 기계를 노래한 시가 아니라, 디지털 문명 속에서 인간의 생명과 사랑을 성찰한 현대적 우화라 할 수 있습니다. 웃음으로 시작해 철학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삶을 가장 가까운 사물 하나로 비춰낸 흥미로운 시적 성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