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화려한 색채와 친숙한 브랜드 로고, 대중문화 이미지가 한 화면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팝아티스트 클로에 B(Chloé B)의 작품은 첫인상만으로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작품은 단순한 팝아트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기록하는 하나의 '아카이브'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최근 한국을 찾은 클로에 B를 만나 그의 작업 철학과 예술관, 그리고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내내 그는 "기록"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를 소비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남기는 시대의 기록이라는 설명이었다.
"저는 현재 사회의 모습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시간이 흘러 10년, 20년 뒤 제 작품을 보았을 때 '2025년과 2026년에는 사람들이 이런 브랜드를 좋아했고, 이런 트렌드 속에서 살아갔구나'를 읽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문화와 감성을 작품 안에 담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에는 세계적인 브랜드 로고와 누구나 알고 있는 대중문화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클로에 B는 이를 단순한 상업적 차용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브랜드와 로고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코카콜라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이미지들은 하나의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 코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익숙한 이미지들을 통해 동시대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팝아트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의 작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묻자 그는 국가보다 '공통된 언어'에 주목했다.
"프랑스와 미국, 영국의 팝아트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대중문화를 작업에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나 소비문화는 다르지만, 그것을 예술의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선보이는 거울 작업도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일반적으로 거울은 설치미술이나 오브제로 받아들여지기 쉽지만, 그는 이를 조각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조각이라고 하면 흔히 입체 작품만 떠올리기 쉽지만, 벽에 설치하는 형태의 작업도 조각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제 거울 작업 역시 공간과 관람자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조각적 요소를 가진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나 기관과 함께하는 커미션 작업 역시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는 한 미디어 회사에서 잡지에 실린 사진 100여 장을 전달받아 새로운 작품으로 재구성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단순히 사진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각의 이미지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사진은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전달받는다.
"모든 이미지를 동일한 크기로 배열하고 각각을 하나의 작은 요소처럼 활용해 전체 이미지를 구성합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개별 사진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가 완성되는 모자이크 방식이다. 작은 이미지 하나하나가 픽셀이 되어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반면 개인 작업은 의뢰인의 요구가 아닌 자신의 생각에서 출발한다.
"먼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한 뒤 스케치를 하고 전체 구성을 계획합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인 메시지와 방향은 처음부터 설정해 두는 편입니다."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국내 미술계와의 교류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언젠가 한글을 작품 속 소재로 활용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아직은 한국말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도밖에는 하지 못합니다.(웃음) 하지만 언젠가는 한글 자체를 작품의 요소로 활용하는 작업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관람객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작품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처음에는 '행복하다', '재미있다', '미소가 나온다'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뒤 덧붙였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작품을 자세히 보면서 '왜 이런 이미지들을 모았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편 클로에 B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과 친숙한 이미지로 관람객을 먼저 끌어들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브랜드와 소비문화, 대중매체를 통해 한 시대를 기록하려는 치밀한 시선이 담겨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의 작품은 2020년대를 기억하게 하는 또 하나의 시대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