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 정상급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ABT)가 한국인 발레리나 박선미(27)를 수석 무용수(Principal Dancer)로 승급시키며 한국 발레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ABT는 15일(현지시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발레 '백조의 호수' 공연 직후, 박선미를 오는 9월 1일 자로 수석 무용수에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 무대에서 수전 재피(Susan Jaffe) 예술감독이 직접 관객 앞에서 전격 공개해 더욱 큰 감동을 안겼다.
박선미는 이날 공연에서 발레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여성 주역인 오데트와 오딜을 모두 맡아 깊이 있는 연기와 완성도 높은 기량을 선보였고, 공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고의 영예를 안으며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번 승급으로 박선미는 2012년 서희, 2020년 안주원에 이어 ABT 역사상 세 번째 한국인 수석 무용수가 됐다. 현재 ABT에는 솔로이스트 한성우와 코르 드 발레 서윤정도 활동하며 한국 발레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박선미의 성장 과정은 한국 발레가 세계 무대에서 이룬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열 살에 발레를 시작한 그는 선화예술중·고등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학생 시절부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 주니어 듀엣 부문 금상, 2018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금메달을 차지하며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았다.
2019년 ABT 스튜디오 컴퍼니에 입단한 뒤 그의 성장은 더욱 빨라졌다. 2021년 메인 컴퍼니 연수단원으로 선발됐고, 2022년 코르 드 발레 정단원이 됐다. 이어 불과 7개월 만에 솔로이스트로 초고속 승급했으며, 다시 약 4년 만에 최고 직급인 수석 무용수에 오르며 세계 정상급 발레리나로 자리매김했다.
수전 재피 예술감독은 박선미에 대해 “진정한 깊이를 지닌 아티스트”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선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대를 장악하며 모든 작품에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불어넣는다"며 "우리가 제시한 모든 도전을 뛰어넘는 성장을 보여줬고, 이번 승급은 그 노력과 예술성을 인정하는 매우 자랑스러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박선미는 고전 발레와 현대 발레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등 정통 클래식 발레는 물론, 현대 안무가들의 컨템퍼러리 작품에서도 뛰어난 해석력과 표현력을 인정받으며 ABT의 차세대 간판 무용수로 성장해 왔다.
1940년 창단된 ABT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영국 로열 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발레단으로 손꼽힌다. 미국 50개 주와 세계 45개국, 480여 개 도시를 순회 공연하며 폭넓은 레퍼토리와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2006년 미국 의회로부터 ‘미국 국립 발레단(America’s National Ballet Company)’으로 공식 지정됐다.
박선미의 수석 승급은 한 개인의 영예를 넘어 한국 발레가 세계 최고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서 세 명의 한국인 수석 무용수를 배출한 것은 한국 발레 교육과 예술 역량이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