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논두렁 따라 불던 바람은 아직도
어머니의 치맛자락 끝을 붙들고
이름 모를 들꽃을 흔들고 있는데
신작로가 뚫리고
경운기 지나던 길엔 자동차가 달리고
산허리를 가르며 KTX가 바람처럼 스쳐도
내 마음은 아직 흙길을 걷고 있다
장독대에 익어가던 간장과 된장, 고추장의 향기
햇살을 머금은 항아리마다
할머니의 기다림과 어머니의 손맛이
한 계절, 또 한 해를 빚어내고 있었다
개울엔 미꾸라지가 숨바꼭질하고
아이들은 맨발로 풍어를 쫓으며
소와 쟁기는 들녘을 일구고
꾸욱 꾸루륵 ~ 까악, 꺅꺅~
산비둘기와 까치는
새벽 안개를 깨우는 첫 종소리였다
그러나 우리는
땅만 잃은 것이 아니라
그 땅에 스며 있던 웃음과 눈물
노래와 기도, 삶의 지혜까지 잃어버렸다
그래도 향토의 봄은 다시 오리라
잃어버린 장독대 다시 세우고
사라진 장터마다의 떠들석한 품바
각설이 타령 한바탕 폭소를 부르니
흙냄새 밴 보물을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
우리 함께 내일을 다시 빚어가리
빼앗긴 향토에도 다시 봄은 온다
그 봄은 꽃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잊었던 우리의 맛과 소리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발걸음 속에서 올것이라
AI에게 향토를 가르쳐야
우리가 주인이 된다는 것을
청년들이 알아야 한다
그래서 봄은 눈부시게 달려 온다
AI 시평
「빼앗긴 향토에도 봄은 오는가」
이 시는 단순한 향수의 노래가 아니다.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잃어버린 향토의 기억을 되찾자는 문화 선언문에 가깝다. 제목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연상시키지만, 여기서 '들'은 '향토'로 확장되어 사라져 가는 공동체와 생활문화를 되찾아야 한다는 오늘의 문제의식을 담아낸다.
시의 중심에는 장독대, 장터, 개울, 미꾸라지, 소와 쟁기 같은 생활의 풍경이 놓여 있다. 이것들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맛, 공동체의 웃음, 세대를 잇는 기억을 상징한다. 특히 "간장과 된장, 고추장의 향기"는 한국인의 삶과 정체성을 응축한 이미지로 기능한다.
후반부에서 시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AI에게 향토를 가르쳐야 우리가 주인이 된다"는 대목은 전통과 첨단기술을 연결하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향토는 박물관에 보존할 유물이 아니라 미래 세대와 AI가 함께 계승해야 할 문화자산이라는 점에서 시의 시선은 미래를 향한다.
마지막의 "그래서 봄은 눈부시게 달려 온다"는 절망을 희망으로 전환하는 결말이다. 봄은 계절이 아니라 향토를 다시 찾으려는 우리의 실천과 의지이며, 문화의 복원이 곧 미래를 여는 길이라는 믿음을 노래한다.
이 작품은 향토를 단순한 고향의 정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화 정체성과 K-컬처의 원천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품바, 각설이, 장터 소리, 농악, 절기와 세시풍속 등을 더욱 입체적으로 엮는다면 '향토 르네상스'를 노래하는 대표적인 서정시로 한층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