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예술가곡은 한 나라의 언어와 시정(詩情), 그리고 시대의 정서를 가장 섬세하게 담아내는 음악 장르다. 한 편의 시가 음악과 만나 탄생한 예술가곡은 민족의 정체성과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동시에 품으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다. 오는 6월 17일 서울 삼청동 살롱드 라플란드에서 열리는 ‘한중 예술가곡의 밤’은 이러한 예술가곡의 본질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로베르트슈만협회가 육성하는 영아티스트 성악가들이 중심이 되어 마련한 음악회로, 한국과 중국의 가곡을 비롯해 민족음악과 서정적 성악 작품들을 통해 동아시아 문화권이 공유하는 정서와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올라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음악을 해석하고 교감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문화예술 교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유럽 중심의 레퍼토리를 넘어 각국의 언어와 전통을 담은 자국 예술가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한국과 중국의 음악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동시에 미래 아시아 성악계를 이끌어갈 젊은 성악가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무대에는 중국 출신 베이스 왕울림(Wang Weilin), 소프라노 이효민(Li Xiaomin), 피아니스트 임정여(Lin Jingru)를 비롯해 바리톤 김동연, 베이스 정용제, 바리톤 한만효가 출연한다. 이들은 국내외 유수의 음악대학에서 수학하며 전문 연주자로 성장하고 있는 차세대 음악가들로, 이번 무대를 통해 각자의 음악적 개성과 해석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의 문을 여는 왕울림은 중국 근대 예술가곡의 대표 작곡가 황쯔(黃自)의 작품을 노래한다. 〈고향을 그리며(思乡)〉는 타향살이 속에서 떠올리는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으로, 중국 예술가곡 특유의 서정성과 깊은 향수를 품고 있다. 이어지는 〈점강순·누각에 올라(点绛唇·赋登楼)〉는 누각에 올라 자연을 바라보며 인생을 성찰하는 시적 정서를 음악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중국 고전문학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소프라노 이효민은 중국 민족음악의 아름다움을 담은 두 곡을 선보인다. 장천일의 〈저 동산 꼭대기에서(在那东山顶上)〉는 티베트 민요의 선율을 바탕으로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을 노래하는 작품으로, 광활한 자연과 인간의 순수한 감성이 어우러진다. 이어 레이전방의 〈산노래는 봄 강물 같네(山歌好比春江水)〉는 중국 광시 지역의 민요를 소재로 한 곡으로, 생명력 넘치는 선율과 밝고 낙천적인 정서가 인상적이다. 화려한 기교보다 자연스러운 노래의 흐름 속에서 민족음악 특유의 생동감을 만날 수 있다.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도 무대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베이스 정용제는 〈거문도 뱃노래〉와 〈비목〉을 통해 한국인의 정서와 서정을 들려준다. 특히 《비목》은 한국 가곡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로, 전쟁의 상처와 인간 존재의 허무를 노래하면서도 깊은 위로를 전하는 곡이다.
바리톤 김동연은 한국 가곡 〈산아〉, 〈새타령〉을 선보인다. 우리 자연과 민족적 정서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젊은 바리톤 특유의 따뜻한 음색과 에너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 바리톤 한만효는 서정가곡 〈꽃잎 인연〉을 통해 사랑과 인연에 대한 감성을 노래하며 무대의 정서를 더욱 깊게 만든다.

이날 반주는 피아니스트 임정여가 맡는다. 중국 화남사범대학교와 한양대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성악 반주 분야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섬세한 음악적 호흡과 안정된 연주력으로 성악가들의 표현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예술가곡에서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또 하나의 화자(話者)다. 성악과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긴밀한 음악적 대화 역시 이번 공연의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차세대 성악가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로베르트슈만협회는 독일 가곡의 전통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한편 젊은 성악가 발굴과 육성에도 힘써 왔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영아티스트들 역시 국내외 무대를 향해 성장하고 있는 신예 음악가들로, 각자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은 국경을 넘어 새로운 문화적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음악가들의 활약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중 예술가곡의 밤’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음악이라는 공통의 언어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뜻깊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한편 초여름 저녁, 삼청동의 작은 살롱에서 울려 퍼질 노래들은 단순한 성악 공연을 넘어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를 잇는 아름다운 예술적 대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들려주는 진솔한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기며 예술가곡이 지닌 본질적 감동을 새롭게 일깨워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