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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을 하나의 미술관으로 잇다' 12개 갤러리 연합 프로젝트 '한남 새터데이즈(Hannam Saturdays)' 출범

전시와 지역, 관람 경험을 연결하는 새로운 예술 플랫폼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서울 한남동이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신한다. 국내외 유수의 갤러리가 밀집해 있는 한남동 일대 12개 갤러리가 연대하여 새로운 공동 프로그램 ‘한남 새터데이즈(Hannam Saturdays)’를 출범시키고 오는 6월 13일 첫 번째 행사를 개최한다. 개별 갤러리 중심의 관람 문화를 넘어 지역 전체를 하나의 예술 네트워크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최근 서울 미술계에서 보기 드문 자발적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남동은 지난 10여 년간 서울 동시대 미술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국제적 명성을 지닌 해외 갤러리와 실험적 기획을 선보이는 국내 갤러리들이 잇따라 둥지를 틀면서 지역 자체가 하나의 문화 지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관람객의 경험은 대부분 특정 전시나 특정 공간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갤러리 간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관람 경험은 분절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한남 새터데이즈’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참여 갤러리들은 개별 공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관람객들이 한남동 전체를 하나의 예술적 흐름 안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공동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특정 전시를 보기 위해 방문한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인근 갤러리로 이동하고, 서로 다른 전시와 작가, 프로그램을 연결해 경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확장된 예술 향유 방식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는 별도의 축제나 이벤트를 새롭게 만들어내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를 중심으로 관람 경험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람객들은 각 갤러리가 진행 중인 전시를 자유롭게 둘러보며 도슨트 프로그램, 아티스트 토크, 오프닝 리셉션,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된다.

 

참여 갤러리는 BHAK 갤러리박, 마이어리거울프(Meyer Riegger Wolff), 디아 컨템포러리(DIA Contemporary), 뉴스프링프로젝트(New Spring Project),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ira), 라니서울(RANEE SEOUL), 에스더쉬퍼(Esther Schipper),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핌(FIM), 디스위켄드룸(ThisWeekendRoom), 갤더스(GALLTHE’S), 리만머핀(Lehmann Maupin) 등 총 12곳이다.

 

각 공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전시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BHAK 갤러리박은 알만도 찬트와 박성민이 참여하는 《사이의 상태(In Between State)》를 선보인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시각적 언어를 지닌 두 작가의 작업을 통해 경계와 전환의 순간을 탐색한다.

 

마이어리거울프는 《부드러운 이탈(Soft Displacements)》을 개최한다. 카틴카 보크, 미리암 칸, 이자 멜스하이머, 에바 코타트코바, 산티아고 데 파올리 등 유럽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여해 공간과 기억, 신체와 사회적 관계를 다층적으로 사유한다.

 

디아 컨템포러리는 독일 라이프치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남궁솔의 개인전 《파랗고 일렁이는(Blue and Waving)》을 진행한다.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잔상(afterimage)’과 감각의 시간성을 바탕으로 빛과 색채, 기억의 흔적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다.

 

뉴스프링프로젝트에서는 강임윤의 개인전 《너머의 기류(Current Beyond)》가 열린다. 보이지 않는 흐름과 감각의 층위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현대인의 내면 풍경을 시적으로 제시한다.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양유연 개인전 《Dog-ear 복기》를 통해 기억과 서사의 접힘,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회화적으로 탐색한다. 라니서울은 강주현, 김동해, 이은경, 최현진이 참여하는 《FOUR VIGNETTES》를 개최해 서로 다른 시선과 매체가 만들어내는 네 개의 서사를 선보인다.

 

에스더쉬퍼에서는 에티오피아 출신 작가 메리코켑 베르하누의 개인전 《Cellular Memory》가 진행된다. 기억과 신체,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강렬한 회화적 이미지로 구현한 작업들이 소개된다.

 

타데우스 로팍은 그룹전 《마음의 눈(That Inward Eye)》과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 《Studies》를 동시에 개최한다. 현대 회화가 지닌 시각적 가능성과 정신적 풍경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핌은 김가진의 개인전 《Sweet Spot》을 통해 일상적 감각과 회화적 상상력의 교차 지점을 탐색하며, 디스위켄드룸은 구나와 비타우타스 쿰자의 2인전 《기울어진 증거들(Where Light Leans)》을 통해 빛과 공간, 기억의 관계를 사유한다.

 

갤더스에서는 신동원의 개인전 《decade : rewind》가 열린다. 지난 10년의 작업 세계를 압축적으로 조망하는 전시로 작가의 예술적 궤적을 되돌아본다. 리만머핀은 미국 작가 도미닉 체임버스의 개인전 《바디 쉬머(The Body Shimmer)》를 개최해 신체와 기억, 역사적 서사를 시적인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전시와 함께 운영되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 역시 눈길을 끈다.

 

BHAK 갤러리박은 오후 2시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며 다과를 제공한다. 마이어리거울프는 오프닝 리셉션과 도슨트 프로그램, 리딩 코너를 운영한다. 디아 컨템포러리는 작가 도슨트 투어와 함께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하며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관람객을 위한 다과를 준비한다.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오후 2시와 5시 두 차례 도슨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라니서울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작가와의 토크 및 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한다. 에스더쉬퍼는 오후 2시 도슨트 투어를 운영하며, 타데우스 로팍은 오후 1시와 4시 두 차례 전문 해설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핌은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디스위켄드룸은 오후 3시 전시 해설을 진행한다. 갤더스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음료를 제공하는 한편, 작가가 직접 제작한 소형 작품을 선착순 50명에게 증정한다. 리만머핀 역시 오후 1시 30분과 4시 30분 두 차례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행사 당일 모든 참여 갤러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일하게 운영된다. 각 갤러리 입구에는 ‘한남 새터데이즈’ 공식 포스터가 부착되며, 방문객들은 현장 QR코드를 통해 행사 안내 페이지와 인터랙티브 맵에 접속할 수 있다.

 

특히 아티파이 가이드(Artify Guide)가 제작하는 인터랙티브 맵은 단순한 위치 안내를 넘어 참여 갤러리별 전시 정보와 프로그램 일정, 연락처, 추천 이동 동선 등을 제공해 관람객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한남동 전역을 탐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는 단순한 갤러리 연합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주요 예술 도시들이 지역 기반의 갤러리 네트워크를 통해 문화 생태계를 확장해온 것처럼, ‘한남 새터데이즈’ 역시 한남동을 하나의 예술 공동체로 연결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참여 갤러리들은 이번 첫 회를 계기로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갤러리와 작가, 컬렉터와 일반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한남동이 서울을 대표하는 국제적 예술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개별 공간을 넘어 지역 전체를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묶어내는 ‘한남 새터데이즈’. 이번 첫 시작은 서울 동시대 미술계가 새로운 연대와 협력의 방식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실험이자, 관람객들에게는 보다 풍성하고 입체적인 예술 경험을 선사하는 새로운 문화적 제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