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오페라는 인간 감정의 가장 극단적인 순간을 노래하는 예술이다. 때로는 사랑의 유쾌한 장난을, 때로는 운명을 뒤흔드는 질투와 비극을 그려낸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솔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이 바로 그 상반된 감정의 스펙트럼을 한 무대에 담아낸다.
오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솔오페라단의 기념 공연 '스페인의 시계'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희극과 비극, 프랑스 인상주의와 이탈리아 베리스모가 만나는 특별한 더블 빌(Double Bill) 무대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두 작품을 나란히 배치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전혀 다른 시선과 음악 언어로 풀어낸 두 걸작을 통해 오페라 예술의 폭넓은 매력을 조망하는 야심찬 기획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일반적으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함께 공연되어 왔던 전통을 과감히 벗어나 라벨의 희극 오페라 '스페인의 시계'와 결합함으로써 신선한 예술적 대비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스페인의 시계'는 스페인 톨레도의 작은 시계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쾌한 사랑의 소동극이다.
남편이 마을 시계를 맞추러 외출한 사이 몰래 연인을 만나려는 콘셉시온, 사랑보다 시를 읊기에 바쁜 시인 곤잘베, 허세 가득한 은행가 돈 이니고 고메즈, 그리고 묵묵한 힘과 진심으로 여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새꾼 라미로가 등장하며 한 시간 동안 숨 가쁜 코미디가 펼쳐진다.
라벨은 시계의 똑딱거림을 음악 속 리듬으로 형상화하고 스페인 특유의 정열적 색채와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더해 독특한 음악적 세계를 완성했다. 기계장치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는 극 전개와 세련된 유머는 오늘날에도 신선한 웃음을 선사한다.
반면 이어지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전혀 다른 감정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19세기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사랑과 배신, 질투와 복수, 명예와 죽음이라는 인간 본성의 가장 뜨거운 감정을 응축해 담아낸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투리뚜와 옛 연인 롤라, 그리고 투리뚜를 사랑하는 산투짜, 배신당한 남편 알피오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단순한 연애담을 넘어 인간 욕망과 운명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특히 작품의 간주곡인 '인터메초'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관현악 장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영화 「대부 3」의 마지막 장면에 사용되며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 음악은 비극을 예감하게 하는 서정성과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한 숭고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국내외 정상급 예술가들이 만들어낼 압도적인 음악적 완성도다.
지휘는 현재 한국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홍석원이 맡는다. 서울대학교와 베를린 국립음대를 거쳐 독일음악협회가 선정한 '미래의 마에스트로'로 이름을 알린 그는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재임 시절 임윤찬과 함께한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으로 한국 클래식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최근에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티롤 주립극장 시절 현지 언론으로부터 “모든 관객을 춤추게 한 지휘자”라는 극찬을 받았던 그는 이번 무대에서 라벨 특유의 정교한 색채감과 마스카니의 뜨거운 감정을 동시에 이끌어낼 예정이다.
연출은 대한민국 오페라계를 대표하는 김숙영 연출가가 맡았다. 그는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뛰어난 심리 묘사와 세련된 무대 감각을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희극과 비극이라는 상반된 정서를 하나의 공연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출연진 또한 화려하다. 산투짜 역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세경과 유럽 무대의 스타 소프라노 나탈리아 로만이 더블 캐스팅되었고, 콘셉시온 역에는 브라질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아나 빅토리아 피츠가 출연한다.
투리뚜 역은 국윤종과 김진훈이 맡아 드라마틱한 감정을 폭발시키며, 바리톤 스타브로스 만티스는 라미로와 알피오를 맡아 한국 관객들에게 첫 인사를 건넨다.
여기에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이 함께하며 무대의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2005년 창단 이후 솔오페라단은 '아이다', '투란도트', '나비부인', '토스카',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등 대작들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대한민국 대표 민간 오페라단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유럽 주요 극장들과의 공동 제작과 해외 순회 공연을 통해 한국 오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왔으며, 창작 오페라 '춘향아 춘향아'를 세계 무대에 소개하며 한국 문화의 가능성을 확장해왔다.
창단 2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솔오페라단이 걸어온 지난 시간의 성과이자 앞으로의 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대다.
웃음으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나는 두 편의 오페라. 가벼운 유혹과 무거운 맹세, 순간의 욕망과 영원한 사랑, 그리고 인간 감정의 가장 찬란하고도 처절한 순간들이 무대 위에서 교차한다.
한편 '스페인의 시계'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전혀 다른 두 작품이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만나는 이 특별한 더블 빌은 올여름 한국 오페라 무대가 선사하는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감동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